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다음 세대의 도시를 위한 고민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 2015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
DOSID02.jpg
ⓒ조한결

 

지난 2013년 6월 쇠퇴하는 도시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며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위해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넘은 지금, 한국의 도시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을까?

지난 10월 2일, 서울경제신문과 한국FM학회 더 나은 도시디자인 위원회(회장 김용수)가 주최하고 더 나은 도시디자인 연구소, 중앙대학교 예술문화연구원(원장 김영호), 한국공공디자인학회(회장 서혜옥), 수목건축(대표 서용식)이주관하는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 2015’가 개최되었다. 지난 2014년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미래’를 주제로 처음 개최된 ‘더 나은 도시디자인 포럼’은 우리의 도시를 인간 중심의 도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포럼이다. 올해에는 ‘From Europe-역사·문화에 기반한 도시재생의 교훈’을 주제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유럽 도시재생의 교훈

포럼은 총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유럽의 도시재생역사와 사례를 살펴보고 2부에서는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정책과 한국형 도시재생의 방향에 대해 고찰했다. 1부 첫 발표를 맡은 폰타나 조경설계사무소Fontana Landschaftsarchitekten의 마시모 폰타나Massimo Fontana 대표는 ‘도시의 문맥에서 문맥까지 From Context to Context’라는 주제로 최근 바젤, 취리히, 루체른 등지에서 작업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폰타나 조경설계사무소는 스위스 바젤에 기반을 두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유형의 공간을 설계하는 설계사무소다. 그는 도시설계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세가지 요소로 환경, 시간, 인간을 꼽았다. 즉, 대상지의 생태, 역사, 문화를 분석해 도시적 맥락과 연속성 있는 설계를 해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설계자는 시간을 들여 장소의 혼을 존중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상지와 관계된 요소를 너무 많이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민현식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명예교수, 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대표)는 유럽의 도시설계 역사를 되짚어봤다. 그는 과거 르 코르뷔지에를 비롯한 건축가들이 ‘창조적 파괴’에 골몰하고 획기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었다면 최근에는 기억의 축적 위에 새롭게 합의된 아이덴티티를 더하는 도시재생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운상가 활성화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1960년대 폭력적인 방식으로 지어졌던 세운상가 일대의 역사를 인정하면서도 주변의 도시 조직과 연계해 상처를 치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도시재생

고주석 교수(바허닝엔 대학교 명예교수, 오이코스 디자인 대표)는 유럽의 어바니즘이 한국의 경관에 미친 영향과 한국형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도시의 일부이기 때문에 마치 항공사진을 찍듯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도시를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브라질리아를 방문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브라질리아를 사진으로 보았을 땐 거대하고 시원시원한 도시의 풍경이 멋있어 보였는데 실제로 잔디만 깔린 뜨겁고 광활한 대로를 걸어 건물 사이를 이동하려니 무척 고통스러웠다. 우리의 도시를 ‘건축 박람회장’이 아니라 ‘집’이라고 생각하고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과 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구자훈 교수(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는 한국의 도시재생 정책의 현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최대 35개소를 선정해 지원할 예정인 2016년 도시재생 일반지역 사업의 유형 중 최대 10개소에 100억 원 이내로 국비를 지원할 예정인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사업에 주목했다. 그 대상지는 중심 상가, 공공 청사등의 기능이 밀집했던 원도심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상권 활성화, 집객 시설 유치, 교통 체계 개편 등의 도시계획적 처방이 필요한 곳이다. 그는 사업 효과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며 전문성 있는 민간 조직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의 도시가 가진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개발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오랜 시간 천천히 쌓아 올린 유럽의 경험을 우리나라의 도시에 바로 대입할 수 있을까? 발표가 끝난 후 토론 시간에 한 참가자가 유럽의 경험이 한국형 도시재생을 논의하는 데 유의미한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구자훈 교수는 “한국의 도시재생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도시정책 사업을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