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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10년의 의미와 과제
  • 김정은
  •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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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개원 10주년 기념 ‘우리와 서울숲’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 ‘여름날의 추억’, 김두진 
(사진제공: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서울숲이 10주년을 맞았다. 2005년 6월 18일, 뉴욕의 센트럴파크 혹은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이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시숲’을 꿈꾸며 서울숲이 개장했다. 공원녹지를 통해 도시 공간 재편을 꾀했던 민선 3기 이명박 서울시장은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거·업무 지역으로 개발할 경우 4조원에 달하는 개발 이익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 타운 등으로 구상했던 서울숲 부지를 공원화했다. 서울숲 뿐만 아니라 서울광장, 청계천 복원 등 같은 시기 조성된 공원녹지는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도시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당시 서울숲은 앞으로 (용산 미군 기지를 제외하고) 확보하기 어려운 대규모 녹지를 서울 동북부 지역에 마련함으로써 균형 발전의 토대를 만들고, 도시의 생태적 네트워크 구축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공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볼 때, 서울그린트러스트와 같은 민간단체를 통해 시민이 직접 조성부터 관리까지 참여한다는 민관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여러모로 서울숲은 새로운 공원 문화의 테스트베드이자 다른 공원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어왔다.

2015년 10월 16일 서울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이사장 양병이)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에서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10년을 고민하기 위한 ‘서울숲 10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재 서울숲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의 이춘희 소장은 ‘서울숲의 조성과 운영이야기’를 주제로 첫 번째 주제발표를 했다. 그간 서울숲의 변화를 살펴보면, 수목은 22종 2만주가 늘었고(2015년 현재 109종 64만주), 초화류는 99종 3만본(2015년 현재 183종 49만본), 온실 식물은 23종 3천본(2015년 현재 254종 8천본)이 늘어나는 등 식물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반면 서울숲 개장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꽃사슴 104수와 고라니 7수가 사육되었는데 현재는 각각 59수와 5수로 줄어들었다. 과도한 수의 꽃사슴을 방사하면서 생태숲이 파괴된 결과 조정된 것이다. 그밖에 나비정원이 신설되었고, 어린이 시설이 확충되는 등 시설도 보완되었다. 서울숲 주변으로는 2011년 ‘갤러리아 포레’가 완공되었고 2012년에는 분당선 ‘서울숲역’ 개통, 성수동 뒷골목 상권 활성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시민참여 현황을 보면 공원안내 30여 명, 청소년 자원봉사 연간 3천 여명, 대학생ㆍ기업자원봉사 8천4백여 명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27개의 직영 프로그램과 30개의 위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숲의 미래를 위한 설계자의 제안

서울숲의 설계자인 안계동 대표(동심원 조경)는 ‘도시공원의 새로운 모델’을 지향했던 서울숲의 변화 10년을 되짚었다. 2003년 조경계의 큰 잔치였던 ‘뚝섬 숲(안) 조성 설계공모’(설계공모가 마감된 2003년 4월 4일 ‘뚝섬숲’의 명칭이 ‘서울숲’으로 공식 결정되었다)에서 ‘진화, 네트워크, 재생’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동심원의 ‘서울숲’이 당선되었다.

안계동 대표는 시공과 개원 이후 아쉬운 부분으로 숲의 기반인 토양 개량 미흡, 생태숲의 동물 방사, 이전 예정 시설의 존치 등을 꼽았다. 그 가운데 설계 당시 승마장, 정수장, 삼표 레미콘 공장 등의 이전을 전제로 문화예술 및 생태 프로그램을 계획하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정수장(뚝도아리수정수센터)은 오히려 시설을 고도화 했으며, 삼표레미콘 공장은 소음과 분진 때문에 지역 주민과 갈등 중이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이전 의사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승마장 부지는 본래 사설 승마훈련원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경영 악화로 작년 말 폐쇄된 상태다.

그간 승마가 귀족 스포츠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악취나 먼지, 그리고 인접한 학교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태다. 현재 이 부지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 체육정책과는 앞으로 공공 승마장을 운영할 계획으로 현재 주민 의견 수렴 및 기본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간 주민들이 제기한 승마장에 대한 불만 사항을 리모델링을 통해 개선해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안 대표는 승마장 부지를 서울숲에서 직접관리하고, 당초 계획대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정원이나 가드닝 스쿨을 넣기 좋은 위치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정수장에 관해서는 이전 대신 서울숲과의 통합 운영을 제안했다.

10만 평 가까운 면적의 거대한 정수장은 현재 보안 시설로 두 겹의 철조망이 쳐져 서울숲과 격리되어 있다. 보안 구역을 조정해 견학 프로그램 등을 서울숲과 통합하고, 정수장의 전망대를 개방하면 서울숲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숲의 또 다른 문제는 공원 전면부 상업 용지와 주진입로 일대의 활용 계획에 관해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서울숲 진입로 양편 부지는 공원 조성 당시부터 개발되지 않고 비어 있던 땅으로 장벽 같은 가림막이 서 있어 공원 입구를 답답하게 만들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부지들의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있는데, 대림산업은 주상복합단지 ‘서울숲 e편한세상(가칭)’을 내년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며, 부영은 49층짜리 관광호텔 3동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1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서울숲은 주상복합 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와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트리마제’ 등을 포함해 40층 이상 고층 건물 최소 7개 이상에 둘러싸이게 된다. 이러한 개발은 서울숲과 인접한 점을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서울숲 운영자들과는 소통할 창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안 대표는 서울숲의 입구, 즉 대림산업과 부영의 토지사이의 도로를 공원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현재 도로로 지정되어 있는 이 토지는 서울 숲의 입장에서 보면 주 진입로인 셈인데 좁은 통로 외에는 막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토지를 성동구 관할에서 서울숲 관리 대상으로 변경해 공공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토지 역시 최근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롯데면세점,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함께 사회공헌 프로젝트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 사업을 추진 중이다. 100여 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창조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인데 지난 8월 착공식을 거쳐 10월 말 완공 예정이다. 서울숲 안팎에서 공원에 영향을 미치는 부지의 활용 계획이 공원과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안계동 대표의 바람은 공원 개장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각 부지의 관할 기관이나 부서가 다르거나 민간 소유의 토지인 상황으로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숲 주변의 상업화 또는 공적 활용은 유동 인구를 늘려 이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주변 도시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한 진화를 전략으로 삼는다는 서울숲의 설계의도가 온전히 구현되기는 어려운 셈이다.


시민참여의 새로운 패러다임

사실 그러한 통합적 계획에 국내 민관 파트너십의 선구적 모델인 서울숲사랑모임이 참여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서울숲 운영을 위해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파견 부서 형태의 서울숲 운영팀이 서울숲사랑모임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의 도시환경 개선 방안으로 상업개발 예정지였던 뚝섬을 도시숲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던 사단법인 생명의 숲국민운동이 서울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 협약을 체결하며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를 통해 2005년까지 약 50억 원의 기금 조성 및 나무심기에 70개의 기업과 5,000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서울숲사랑모임은 각종 공익 캠페인과 생태·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러한 서울숲사랑모임은 공원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보니 그 참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숲사랑모임의 이민옥 국장은 서울숲 조성 초기에는 서울시와 파트너로 함께 운영하다가 어느 순간 갑을 관계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2009년부터는 공개경쟁에 의한 입찰을 통해 3년 단위 계약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으로, 이러한 상황은 서울숲사랑모임의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국장은 예전에는 손님 같던 시민들이 점점 주인의식을 가져가고 있다며, 작년부터는 ‘공원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우리가 공원과 함께 커 가자. 공원을 함께 고민하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서울숲사랑모임은 공원에서 생태 프로그램이 생소했던 2005년부터 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태·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고민중이다. 더불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향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 시간, 이성환 서울숲관리사무소 초대 소장은 서울숲은 개원 당시 하루에 1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찾을 정도로 국민 공원으로 사랑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지방의 관광객들은 같은 해 10월 개장한 청계천과 서울숲을 코스로 묶어 방문하곤 했다고.

그런데 최근에는 이용자가 지역에 한정되었다며, 이용객이 줄어든 이유를 파악해 전 같은 인기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근향 전 서울숲사랑모임 국장(중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여가과장)은 공원이 조성된 지 10년이 되니 새로운 사회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재원이 필요한 곳이 많이 생기는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공원녹지 관련 행정력으로만은 역부족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얼마 전 참석한 세계 공원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내무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아나운서나 의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원의 모습을 쇄신하기 위해서 단순히 예산을 늘려달라는 요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원녹지 분야를 넘어서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고, 그래야 풍부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사회의 각 분야에서 그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원의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하는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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