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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제학] 정원을 만들까, 주차장을 만들까?
Economics of Landscape Architecture: Should We Make Gardens or Parking Lots?
  • 환경과조경 2016년 2월

작은 마당에서 시작된 고민

당신에게 자그마한 마당이 하나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아침저녁으로 허둥지둥 지나치기만 하는 빈 자투리땅이다. 하지만 꽃 피고 단풍 드는 계절이 되면 당신은 항상 이 마당을 정원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금, 올봄에는 그 계획을 반드시 실천하리라 결심하는 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얼마 전 큰 맘 먹고 새 차를 한 대 뽑은 것이다. 아직 시트의 비닐도 벗기지 않은 그 차를 당신은 집 앞 골목길에 세워놓고 있다. 혹여 누가 지나가다 차를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아내는 담장을 헐고 마당에 주차를 하자고 성화다. 마음이 흔들린다. 이 작은 마당에 정원을 만들까, 주차장을 만들까? 누구에게는 쉬운 선택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매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만족할 수도 있지만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성가신 선택을 우리는 매 순간 하고 산다.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을 포기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처럼.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정원이나 주차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이 마당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원을 만드는 데는 흙, 돌, 식물이 필요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데는 시멘트, 페인트, 자동문이 필요하다. 이런 재료들을 다루는 기술자마저 다르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것들을 사용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정원과 주차장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다. 그래도 우리는 결국 선택을 하면서 산다. 

한편 시야를 개인이 아닌 사회로 넓히면 선택의 차원이 달라진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 있는 여러 개의 마당 중에 몇 개를 정원으로 만들고 몇 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하나? 당신이 사는 나라에 있는 수많은 마당 중에 몇 개를 정원으로 만들고 몇 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하나? 그리고 당신이 사는 이 지구에서는? 마당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정원과 주차장만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것들의 근원을 되짚어보면 우리가 가진 자원은 토지, 노동, 자본, 이렇게 세 가지로 환원된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이것을 ‘생산의 3요소’라고 배웠다. 경제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러한 자원의 양이 한정적이라는 데 있다. 도대체 우리는 한정된 자원 중 얼마만큼을 정원 또는 주차장을 생산하는 데 사용해야 하나? 당신이 당신의 마당을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자원을 그 소유자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 꼭 필요한 만큼 생산될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은 당신의 마당에 무엇을 만들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지만, 그래도 가끔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

경제학은 시장기구에 의해 최적의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롭게 시장에서 거래되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이 이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수요공급곡선을 활용하는 모형을 살펴보자. 느긋한 토요일 아침, 당신은 아까 그 마당을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즐기는 그날의 첫 커피 한 잔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이 첫 잔을 위해서라면 당신은 상당한 대가를 치를 의사가 있다. 첫잔을 비우고 두 번째 잔을 주문한다. 역시 그윽한 내음이 코를 즐겁게 하지만 아까만은 못하다. 그래도 커피는 참 대단한 음료라고 생각하며 잔을 비운다. 이 잔을 위해서도 당신은 상당한 대가를 치를 의사가 있지만 첫 잔만큼은 아니다. 세 번째 잔은 어떠한가? 그리고 그 다음 잔은?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마지막 잔이 주는 기쁨은 바로 전 잔에 비해 작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돈을 주고는 커피를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경제학자는 이 당연한 이치를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한계효용이 체감한다’고 표현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에 수요곡선은 <그림 1>과 같이 우하향하는 모양을 띠게 된다.1 공급곡선의 모양은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에 의해 도출된다. 커피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커피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마지막 잔에 들어가는 비용이 바로 전 잔에 비해 커진다. 이를 경제학자는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한계비용이 체증 한다’고 표현한다.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 때문에 공급곡선은 <그림 2>와 같이 우상향하는 모양을 띠게 된다.2모두가 알다시피 시장균형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이루어진다. 이 균형점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얻는 이득을 따져보면 왜 경제학자가 이 균형점을 ‘매우 가치 있는 상태’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림 3>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균형점(E)을 보여준다. 많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쟁적으로 거래를 한 결과 당신의 동네에서는 커피가 총 세 잔 소비(생산)되며 그 가격은 3천원이다. 다시 말해서 당신의 동네는 한정된 자원을 커피에 대해 딱 세 잔 소비(생산)할 수 있는 만큼 배분한 것이다. 이제 첫 잔의 효용과 비용을 생각해 보자. <그림 3>의 수m요곡선에 따르면 소비자는 첫 잔에 대해 5천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첫 잔의 한계효용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곡선에 따르면 생산자는 첫 잔을 천원에 판매할 의사가 있다. 첫 잔의 한계비용이 아주 작기 때문이다.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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