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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조경인 - 정책분야
  • 환경과조경 2003년 12월

강중원 · 한국도로공사 조경부장

연간 시공비만 1천억원에 달하는 한국도로공사 비탈면 녹화공사 시공감독 및 설계변경 업무의 조경직 이관에 기여

국토의 약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지형을 생각해볼 때, 도로 건설에서 발생하는 비탈면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적,물적 자원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전국의 주요 지역들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에는 도로의 규모에 걸맞는 더 넓은 비탈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고속도로 비탈면의 안정화 및 훼손된 경관의 복구는 쾌적하고 안전한 고속도로를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최근까지 이러한 ‘절·성토 비탈면 녹화공사’를 토목공사에 포함하여 시행해왔다. 즉 녹화 공사가 식물을 주 소재로 하는 환경복원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조경직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되고 토목직 감독이 비탈면 녹화 공사의 품질관리를 맡아 왔던 것. 고속도로 건설에서 토목공사는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그런 점에서 녹화 업무는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해, 아무래도 비탈면 녹화업무는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다. 감독이 토목직인 만큼 식물 소재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가진 회사보다는 저가수주를 하는 업체가 공사업체로 선정되는 경우도 발생했고, 이런 연유로 품질저하를 초래하고 조경계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11월 강중원 부장이 부임한 이후 이 문제를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제기하게 되었고, 결국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올해 6월부터 고속도로 건설 및 개량공사 등으로 발생되는 모든 절,성토 비탈면 녹화공사의 시공감독 및 설계변경 업무를 조경에서 직접 주관하고 참여하도록 했다. 사실 조경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해왔고, 업무 이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던 것을 결국 이번에 이루어 낸 것이다.

“이번 업무 이관이 저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이전의 선배들이 꾸준히 노력해왔고 또 제 능력은 부족하지만 조경부의 직원들은 물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심지어는 토목전공인 시설처장님까지도 조경직에서 담당하면 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믿고 협조해주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비탈면 녹화에 대한 시공감독 및 설계변경 업무를 조경분야로 이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차차 설계 발주까지 조경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이에 자극 받아 지자체나 타 공사에서 진행하는 비탈면 녹화 업무까지 조경분야에서 담당하게 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번 업무 이관이 가지는 의의는 단지 비탈면 녹화업무가 조경직으로 이관되었다는 점에 그치지 않는다. 고속도로 자생수목 활용, 비탈면녹화, 동물 이동통로 조성, 조경공사 등 환경관련 업무를 건설 초기부터 공사 준공 시까지 조경에서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시발점이 되었고, 더불어 조경직 인원도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조경직이 감독함에 따라 실력 있는 업체가 제값을 받아가며 시공하게 되므로 비탈면 녹화의 품질도 높아지고 시공사의 이익도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 조경부에서 벌이는 1년 총 사업예산이 2백억 원 정도 되었는데, 비탈면 녹화사업의 시공비만 1천 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 증가 규모도 상당하다.
한국도로공사의 비탈면 녹화업무 개선은 타 기관 및 조경계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전국에 퍼져있는 15개 한국도로공사 사업소 중 4개 사업소에서 시행 중이며 인력 등이 보급되는 대로 추후 전 사업소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이번 일을 이뤄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강중원 부장을 많은 독자들이 추천해 주었고,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강부장을 정책분야 수상자로 선정했다. 영남대 조경학과 1기로 한양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고려대 노동대학원 수료,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조경학 연수를 하기도 한 그는 한국도로공사에는 1982년 입사했다. 노동대학원을 수료했다는 점이 특이한데, 강부장은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노동조합위원장을, 정부투자기관 노동조합에서는 연맹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 탓인지 첫인상에서 의지와 소신을 갖고 한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는 추진력이 엿보였다. 노조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고속도로 요금 징수인원을 도급(외주)으로 전환하는 일을 추진하다가 협박을 받은 일도 있지만 뚝심으로 시행에 옮겼고, 현재는 그때 반대했던 사람들도 모두 잘했다며 칭찬해주기도 한단다.
그 외에도 현재 조경부에서는 건교부와 함께 비탈면 녹화에 대한 시공기준 마련을 위한 시방서를 준비 중이고, 도로조경 30년을 맞아 고속도로 조경소재, 조경실무, 비탈면 녹화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담은 기념자료집을 2005년에 발간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조경직에서 비탈면 녹화 감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시공 품질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지금 비탈면 녹화 업무를 확실하게 이관시키고, 앞으로 설계부터 감리까지 모든 업무를 조경에서 담당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특히 전문화를 위해서 비탈면 녹화를 담당하는 조경 시공회사들이 최상의 질로 시공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영남대 조경학과 1기로, 조경학과 졸업생으로서는 최고참으로 일선에서 뛰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신의 역할에 따라 업역이 넓어지기고 하고, 좁아질 수도 있으며 또한 후배들이 보고 배운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는 그는 건축·토목 분야 못지않은 조경분야를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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