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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풍경 찾기 Ⅵ : 미완의 풍경으로 남기기
  • 환경과조경 2003년 8월
미완의 풍경 열기 2년에 걸쳐 13회에 이른 연재를 이제 마감하고자 한다. 우리의 조경설계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힘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치열한 접점에서 가능하다. 본 연재의 마지막이 되는 이번 글에서는, 직접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 애초에 기획(1회 연재 때 약속한 내용)했던 우리 원형풍경의 생태적 특성을 간략히 요약하고자 한다1. 더 나아가 필자가 지금까지의 이론과 실무과정을 통해 체득한 생각을 토대로, 풍경을 만드는(造景) 미래세대의 가능성(vision)2을 열어놓고 마치고자 한다. 우리풍경 찾기Ⅵ : 원형풍경의 생태적 특성 찾기 본 글은 연재의 마지막 회이지만, ‘우리풍경 찾기’라는 소 제목으로 보면 여섯 번째의 글이 된다. 앞의 연재에서 살펴본 바대로 ‘진경산수화’와 ‘명소에도백경’은 한국과 일본 도시의 원형풍경 (archetypal landscape)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제 이들 풍경화 속에 그려진 옛 도시 한양과 에도(동경의 옛이름)의 생태적 특성을 간단히 살펴보자. 서울과 동경의 원형풍경에 대한 생태적 특성 풍경화를 통해 살펴본 두 도시의 생태적 특성 중, 지형, 수계, 기후, 식물, 동물의 순으로 간략히 비교하여 살펴보자. 지형은 앞서 살펴본 풍경화의 구도적 특성과 상관성이 높다. 한양을 묘사한 풍경의 대부분은 도시의 내곽을 둘러싼 內四山과 외곽을 둘러싼 外四山을 원경, 중경, 근경에 주로 묘사하여 한양이 갖는 분지 지형의 풍경적 특징을 잘 나타냈고, 이를 통해 산이 한양 시민들의 일상적 풍경에 매우 친밀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관동평야에 입지하여 근처에 큰 산이 없는 에도는 후지산, 쯔꾸바산, 닛코산 등, 원경의 산을 배경으로 쓴 풍경화가 전체에서 약 4할 정도 차지한다. 근경과 중경에 지형의 기복이나 습지를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그린 풍경은 식물은 풍부하게 표현했는데 이를 통해 에도 시민들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자연적 풍경을 볼 수 있다. 수계는 다음과 같다. 한양에는 도시의 수원에 해당하는 북악산과 인왕산사이의 계류와, 자연이 풍부한 한강으로 크게 이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공적 처리를 전혀 가하지 않은 수변의 풍부한 모래톱과 침식지역의 단애 등이 한강의 풍광을 더욱 자연스럽게 한다. 수심이 깊은 곳은 나룻터로 사용되는 등 하안 풍경이 도시민의 일상과 친근하다. 에도는, 당시 권력층이 거주하던 도심에는 인공수로(channel)가 발달되어 있고 호안 형태도 인공적으로 가공된 석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교외로 갈수록 수계나 호안의 형태가 자연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등 사회적 위계(hierarchy)에 따라 호안 처리도 변화가 있음을 실증하였다. 특히,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하천인 스미다 강의 존재뿐만 아니라, 발달된 인공수로가 에도 시민의 일상에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도는 인위적으로 보완된 생태적인 도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는 다음과 같다. 한양은 맑은 날을 그린 것이 약 8할, 흐린 날을 그린 것이 약 2할이고, 기후 변화가 비교적 많지 않은 분지형의 半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한양의 기후변화 표상에 있어서도, 특정 시점에 맞추기보다는, 장구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인해 형성되는 산수의 지질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에도는 묘사경관에 보여진 맑은 날이 약 7할, 카즈미(봄에 주로 나타나는 안개), 키리(가을에 주로 나타나는 안개), 구름이 낀 날이 3할을 보이는 등, 에도는 기후 변화가 큰 해양성기후가 자연 생태적 특성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 생활형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기후와 상관성이 높은 식물은 한양 풍경에는 주로 소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산지와 수변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수목은 군식으로 잡목처리 하여 구체적 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에도는 사계절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식물의 종류를 묘사하고 있다. 동물도 한양의 경우보다도 에도에서 종류도 다양하고 주로 고요한 겨울풍경에 첨경 요소로 자주 나타난다. 두 도시의 자연관: 자연 그대로 유지하려는 한양과 자연을 보완해서 쓰려는 일본의 에도 이상, 한양과 에도를 그린 역사적 풍경화에 나타난 지형, 수계, 기후, 식물 등 생태적 요소를 간략히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두 도시 모두는 각각 지역이 지닌 생태적 특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대륙성기후를 띤 분지지형에 입지한 한양은 도시 내외의 산지와 하천으로 구성된 풍부한 자연을 도시의 가장 주된 요소로 본다. 인간이 동화한 자연 그 자체를 중시하여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도시 자연을 보존(preservation)하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에도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해양성기후의 특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저지대 평야의 지형적 보완과 부족한 수체계를 인공수로로 보완하고 있다. 이는 자연 풍경을 의식하면서도 부족한 생태자원을 인위적으로 보완해서 쓰려는 노력이다. 보다 깊은 연구를 위한 적용가능성: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환경의 보존과 개발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SSD)이라는 개념은 범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문화적 배경에 맞는 설계이론과 방법론이 구축되어야겠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달은 본래 그 도시가 지닌 지역고유의 자연성, 장소성이 사라지게 했다. 그 결과 세계각지의 도시에 동규격, 동품질의 인공환경을 구축해 왔다. 건축물을 둘러싼 환경까지도 기능과 효율을 우선시한 고층 빌딩과 도로로 채워졌고 도시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생태도시 계획기법 등의 도입과 같은 획일적인 모델 제시나 일률적인 생태적 처방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도시, 지역, 장소에서 본래 지니고 있던 자연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지의 지역성을 감안하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만한 설계이론과 방법론은 없을까? 이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연구한 것들의 일부를 독자들에게 쉽게 전하고자 하였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우리 풍경에 대한 맛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글이나 연구가 필자와 같은 환경 디자이너들이 오늘날 각 지역의 열악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변우일 Byeon, Woo Il·조경 및 환경설계학 박사, LEED환경연구원 원장, 숙명여대 겸임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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