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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 사람과 땅이 어울린 이야기 (14) - 7월, 외부공간의 별난 재료들
  • 환경과조경 2003년 7월
목재 - 바깥으로 나온 우물마루 나무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과학적인 용어로 얘기하자면 열전도율이 낮은 재료다. 반면 콘크리트와 금속재는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 차다. 돌은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 너무 차다. 사람 몸이 직접 닿을 때 느껴지는 촉감이 그렇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사람 몸이 직접 닿는 곳의 재료는 천이거나 목재였다. 온돌바닥처럼 온기가 일부러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말이다. 현 시대에도 외부공간의 의자, 벤치에서 사람의 몸과 맞닿은 부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가 그래서 목재다. 통나무를 흉내 낸 콘크리트 벤치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지만 그 조악한 형태와 겨울의 차가움 때문에 일찌감치 사라졌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옛날에는 지붕이 있는 정자(亭子)나 루(樓)를 제외하곤 외부공간의 바닥에 나무를 깔지 않았다. 나무는 쉽게 망가지고 또 쉽게 썩는 바람에 비바람에 씻기고 발에 밟히는 외부공간에 두지 않았다. 대신에 신을 벗고 올라서는 집안의 바닥, 즉 신체가 직접 접촉하는 바닥인 마루에는 나무를 깔았다. 마루는 땅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와 열기를 차단하는 기능을 했다. 대청마루에서 여름에 웬만한 더위가 아니면 마루의 나무면에 등을 대고 눕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나무를 지붕이 없는 외부공간에 쓰는 방식은 물 건너 저쪽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쪽의 목재들은 외부공간에 견딜 정도로 단단하기도 했고 우리처럼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 나무와는 달리 쉽게 무르지도 않는다. 물 건너 저쪽에서 집의 거실에 붙여 나무바닥면을 외부에 깔 때 그네들은 실내의 공간을 외부로 확장시킨다는 개념을 담았다. 실제로 나무바닥면은 우리가 실내에 있거나 아니면 실내로 들어가기 직전의 중간공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 일종의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인데 - 전해준다. 우리의 벗은 몸과 친했던 목재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외부공간의 나무바닥을 밟을 때 들리는 소리, 즉 나무가 끌리는 소리라든지 나무에 힘이 전달되면서 생겨나는 뻐근한 소리들도 과거 실내에서 우리가 마루를 밟을 때 들었던 익숙하고 친근한 소리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나무바닥면을 볼 때 여차하면 앉아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변공간주변으로 나무바닥면을 - 조경하는 이들은 이걸 목재데크 또는 목재테라스라고 부른다 - 많이 두는 것도 물 쪽으로 발을 내리고 걸터앉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 쪽이 아니라도 나무바닥면은 언제든지 퍼질러 앉아도 좋을 거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우리는 예부터 우물마루라는 아주 예쁘면서도 쓰임새도 좋은 마루가 있었다. 우물마루는 먼저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장귀틀을 두고 가로에 일정간격으로 동귀틀을 배치한다. 동귀틀과 동귀틀의 사이에 마룻널(널빤지)을 끼우면 우물마루가 완성된다. 장귀틀과 동귀틀의 만남의 모양이 우물 정(井)자를 닮았다하여 우물마루라고 불린다. 못을 사용치 않는 우리의 전통마루이고 그 형태가 친근하면서도 빼어나다. 아쉽게도 외부공간에서 우물마루와 같은 정교한 목재바닥면을 주기는 쉽지 않아서 통상 좁고 긴 판자를 길이로 못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우물마루의 모티브를 부산국악원의 마당에 시도했는데 아직 준공전이라 실제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다. 시공후의 모습을 나중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금속재 - 간결함과 둔중함의 이중성 금속은 재료 중 아마 가장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재료가 아닐까 싶다. 아주 무겁고 둔중한 느낌을 주고 싶거나 또는 정반대로 아주 간결하고 날렵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외부공간을 만드는 이들은 금속재를 고려한다. 금속재를 외부공간의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금속재를 외부공간에 쓰기 시작하는 경향은 다음에 얘기할 플라스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외부공간에 요구되는 표현력의 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고 또 우리가 늘 새로운 것, 즉 특이성을 추구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목재나 금속재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는 비바람과 세균에 의한 부식에 약하다는 것이다. 목재나 금속재가 외부에 쓰이기 위한 첫 조건은 부식에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재는 벌레나 세균에 취약하고 금속재는 산화에 의한 부식에 취약하다. 외부공간에 목재를 사용하기위해 여러 가지의 목재방부방법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다. 간혹 독자여러분들이 외부공간에서 약간 청색 끼가 도는 나무 바닥이나 목재시설물들을 만난다면 이는 크롬과 구리 그리고 비소 등의 화합물로 방부처리 (CCA방부)를 한 것으로 보면 된다. 금속재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아예 녹이 슬지 않는 금속을 쓰거나 녹이 슬더라도 녹이 내부까지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금속표면에 페인트칠 등의 도장(塗裝)을 하여 금속표면이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도장의 경우 어차피 금속재의 표면에 색을 준다든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금속표면에 칠함과 동시에 금속표면의 부식을 방지하는 이중의 효과를 노리게 된다. 목재의 방부처리도 겉만 도포하는 방식과 압력을 주어 방부제를 목재내부까지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있듯이, 금속재의 도장도 겉만 칠하는 방식과 열처리를 하여 표면과 도료의 접착력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도장을 하지 않고 금속자체의 표면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경우에는 붉은 녹이 쉽게 스는 일반 철재를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붉은 녹 자체가 고르지 않고 불규칙하게 앉아 보기에 좋질 않고 녹이 내부까지 들어가 결국 철 자체를 무르게 한다. 산화과정에 의해 부스러지는 철의 본질적인 약점은 철과 다른 금속을 합금형태로 섞음으로서 해소된다. 합금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스테인리스강(剛)이다. 스테인리스강은 이름그대로 녹(stain)이 없는(less) 철재를 말한다. 스테인레스강은 철에 크롬을 섞은 합금인데 크롬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 막을 형성하여 내부의 원판을 보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강도도 일반강보다 높고 가공성과 용접성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표면이 미려하고 밝아 금속재의 깔끔함을 대표하는 재료다. 가격이 높은 것이 흠이고 때에 따라서 표면의 지나친 밝음과 깔끔함이 오히려 다른 공간요소들과 이질감을 초래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 중략 … 공간을 만드는 이에게 재료의 선택은 공간의 나눔이나 짜임새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신이 사용할 그림 재료가 목탄인지 수채화물감인지 아니면 유화물감인지를 모르고 있다면 그 그림이 잘 그려질 턱이 없다. 예를 들어, 수채화물감이 갖고 있는 여러 성질, 즉 물의 양으로 색의 농도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든지 또는 다른 색과 같이 섞일 수 있다든지 등의 성질은 그것을 사용할 화가에게 기본적인 지식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경주 힐튼호텔의 외부공간을 설계한 이원조경의 작품들이나 도곡동의 아크로빌 외부공간을 설계한 오이코스의 작품들처럼 설계가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탁월한 안목과 철저한 이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원조경의 작품은 다른 재료보다 특히 돌과 수목에 대해 설계가가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이원조경의 설계가가 다른 설계가들과 교류를 갖지 않고 있는 것은 양쪽을 위해 참 아쉬운 일이다. 다음달에는 재료의 마지막 항목으로 수목, 그중에서도 주로 키 큰나무만 중점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수목은 조경가들만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재료이자 무기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조경가들이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수목으로 여러분들을 뵙는 다음달까지 건강하시기를. 진 양 교 Chin, Yang Kyo·(주) 토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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