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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백운(淸溪白雲)
  • 환경과조경 2005년 5월
백운사 가는 길의 향토경관 백운사는 의왕시의 남쪽 끝, 수원의 지지대고개를 넘어 서울방향으로 내려서서 얼마 되지 않은 백운산 자락에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2-3km 정도 되는 길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서, 의왕 과천 간 고속도로가 지나는 거대한 도시구조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연히 달라지는 경관을 만난다. 도시 주변에 금싸라기처럼 남아있는 전원풍의 농촌경관, 두 대의 차가 서로 교행하기에 약간 불편한 정도의 도로 연변 여기저기 흩어져 자연부락을 형성하고 있는 여러 동네들을 지난다. 이 길을 거닐며 얼핏 의왕시의 북쪽 끝, 청계산 자락에 있는 청계사 들어가는 길을 떠올려 본다. 청계사 들목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백운사 들목처럼 자연부락과 농촌경관이 펼쳐지던 곳이었다. 두 대의 차량이 교행하기 빠듯했던 그 길은, 제대로 2차선의 차로와 인도를 갖춘 도로개설을 하게 되었다. 대대적인 토공도 없었고 차선 하나를 더하고 보행로를 개설한 것에 지나지 않은 작은 일이었지만, 길 주변의 경관은 낯이 설 정도로 변해버렸다. 현대도시에는 옛 이야기가 없고 옛 이야기가 깃을 치고 앉을 여유가 없다. 그래도 농촌에는 옛 이야기가 남아있을 듯하고 앞으로도 여전히 옛 이야기는 쉬 살아지지 않을 것만 같다. 지금 우리는 농촌마을다운 경관들을 그리워하는 입장이 되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 ”라고 했던 60-70년대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던 때에도 지금처럼 그렇게 급변하지는 않았다. 무엇이 향토경관 보존에 문제가 되는가? 청계사 들목의 변화는 도로개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차량통행 중심의 직선화와 평탄화를 통한 개발에 중요한 원인이 있다. (… 중략 …) 나의 전통조경이야기 전통조경이야기에 관한 글을 구상하면서 나는 어릴 적 수없이 들어온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이제 할머니로부터 들어볼 이야기는 없다. 시골을 다니면서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역부족이다. 방방곡곡의 모든 어르신네를 만날 도리도 없고. 그 분들은 우리를 한없이 기다려주시지 않는다. 아직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 만한 연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전통조경이야기 시리즈 집필을 부탁받았을 때, 어쩌면 이 자리를 빌어 내가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놓을 자리가 된 것이리라 생각하였다. 때마침 연구년이었기에 잡상에 불과할 이야기들을 정리할 시간도 있었고, 새로운 글도 구상하며 여러 곳을 다시 둘러볼 시간도 가져 보았다. 아무래도 이 자리는 격에 맞는 사진도 첨부해서 사진과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해야 하겠기에 별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은 뒤로 미루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백운사를 찾아가던 길목에서, 뒤로 미루어 놓았던 그 이야기들이 끝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럭저럭 백운사 들목에 이르렀다. 거기서 기대 반 우려 반의 상상을 해 보았다. 백운사는 어떤 모습일까?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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