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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축 스페셜리스트
  • 환경과조경 2005년 2월
스페셜리스트 램 풋 이야기 조경건축? 그게 무슨 용어인가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조경건축이란 이상한 용어를 들어 왔다. 그게 무슨 용어이며 왜 그런 말이 회자되고 있나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도 아니었다. 건축가들에게 “조경은 나무 심는 일 이상의 무엇”이라는 사실이 이해되기 시작하던 즈음,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온 “조경=나무”의 등식을 뛰어넘는 좀 다른 용어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조경건축은, Landscape과 Architecture를 각각 조경과 건축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만든 (어쩌면 건축계 일곽에서 비롯된) 합성어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말하자면 우리가 기대하는 본연의 조경의 업역을 대표하는 신조어로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용어의 잘 잘못이라던가, 경관을 가리키는 Landscape과 건축을 가리키는 Architecture의 어원이며 용어 자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류의 강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관과 어우러진 건축에 관한 몇 마디 조언을 하기 위한 잠깐의 서두였다고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조경건축 스페셜리스트? 스페셜리스트는 문자 그대로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뜻이겠거니와, 이것과 관련되어 오래 전에 들은 옛날이야기가 하나 생각난다. 스페셜리스트 램 풋 이야기. 20세기 초,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램 풋이란 목수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의 뛰어난 솜씨를 빌어 집안 구석구석의 일에 도움을 받곤 했다. 하루는 어느 집에서 이 양반의 힘을 빌어 야외 간이 화장실을 하나 만들고자 했던 모양이었다. 저기 사과나무 아래에 변소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램 풋은 여러 가지의 조언을 해 준다. 만약 나라면 거기에 만들지 않겠소. 만약에 당신네 며느리가 거기 앉아 있는데, 바깥에 다른 사람이 서성대고 있다고 칩시다. 어디 편안히 볼 일을 볼 수 있겠소? 툭 하며 떨어지는 소리마저 아껴야 할 터인데, 만약 사과가 지붕위에 툭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그것”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기라도 한다면 어쩌겠소. 아니면, 약간 경사진 그 곳으로 만약 나이 드신 부모님이 오르내리다가 비나 이슬에 젖은 풀잎 때문에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겠소. 목수일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변소의 입지조건에 관한 이 좁쌀영감의 쪼잔한 충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라면 변소를 저기 장작 쌓아둔 가까이에 만들어 두겠다며 그 이유를 하나씩 들며 충고를 해 준다. 지면 관계로 그 이야기는 생략해야겠는데, 틀림없이 변소의 적절한 입지와 식구 각각의 입장을 들어 적지 요건을 이야기해 주었을 것임을 이해해 두기 바란다. 물론 그 변소는 입지를 변경하여 램 풋이 일러준 명당자리에 놓이게 된다. 스페셜리스트. 램 풋은 변소에 관한 건축 뿐 아니라 이용자 측면을 포함한 적지선정과 변소의 외부의장이며 마감 그리고 인테리어에 이르는 세세한 것을 통찰한 그 분야의 진정한 스페셜리스트임을 이야기해 준다. 요즘은 거의 극복한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원의 화장실 문제가 적지 않은 골칫거리였다. 둘 수도 없고 안 둘 수도 없는 애물단지처럼. 어쩌면 목동 파리공원의 화장실이 이 문제를 해결한 효시가 아닐까 싶다. 조경건축 스페셜리스트를 위하여 이 지면을 빌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화장실 건축의 문제다. 역사경관의 향기가 가득한 곳에 두어야 할 화장실은 어떨까? 화장실을 둘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화장실이 들어서야 제대로 되는가 하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통조경 이야기를 하는 동안 틈틈이 곁가지로 이야기해 왔던 경기도 의왕시의 청계사. 그 절로 들어가는 길목은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이어도 상당히 많은 등산객들이 이 길을 가득 메운다. 마을버스 교통편이 그리 원활하지 못하기에 승용차를 가지고 오는 이도 적지 않다. 청계사 절 앞의 주차장을 이용하기도 하고 절 한참 못미처 있는 넓은 공용주차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 길목에 예쁜 화장실이 하나 들어서 있다. 아직 청계사에 이르기는 한참이 남았으니 역사경관과의 경관적 충돌은 없겠다 싶을지 모르나 자연경관이 질펀한 이런 외딴 지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은 입지는 물론이고 그 의장에 무척 고심을 해야 할 일이다. 산길 외딴 곳은 이미 역사경관이기 이전에 향토경관으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청계사 들어가는 길목의 이 화장실은 아무래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게 아닌가 싶다. 공용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이 화장실을 포함하여 두 개가 있고, 공용주차장에도 간이 화장실이 더 있다. 청계사에 이르면, 절 앞 도로변으로 긴 주차공간이 있다. 거기서 똑바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웅전을 마주 하면서 절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고,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곧장 청계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목이 된다. 청계사 경내에는 오래 전부터 있던 화장실이 있지만, 등산로로 이어지는 바로 그 길목에 몇 해 전 화장실이 하나 더 건립이 되었다. 정 기 호 Jung, Ki Ho·성균관대학교 건축·조경 및 토목공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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