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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위의 조경
  • 환경과조경 2006년 5월

5·31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자 등록이 한창이고 여기저기서 홍보하랴 험담하랴 말들도 많다. 정치인들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조금이라도 플러스 요소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 십상이었으니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에 대해 정치가들이 무심할 리는 만무하다. 일반 시민들이 환경에 대해 가장 쉽게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생활권 경관에 관여하고 있는 조경분야의 경우라면? 다양한 정치적 권력에 휘둘릴 수도 있고 간섭이나 압박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호 특별기획은 선거특집으로 ‘정치 안의 조경, 정치 위의 조경’을 타이틀로 해 준비했다. 진행하며 청탁을 위해 연락을 취하다보니 관심을 가지면서도 기명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민감한 원고에 압박을 느끼기도 하고 어려운 주제에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결국 실무자들에 대한 설문이었다. 실명으로 밝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설문을 통해 정치권력과 조경에 대한 실무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정치권력과 조경
· 권력의 속성상 일정부분 성과를 홍보하고, 과시하기 위하여 공공부문에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가시적 성과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나 공원 등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상징적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최근 지방분권형 자치제 이후, (선거를 의식하여) 단기간에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측면 때문에 조경의 규모나 물량 또한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 정치권력과 조경은 일정부분 서로 필요에 의해서 (좋은 의미에서) 조경이 확대되는 입지이다.
· 조경의 입지는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탄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즉,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실제적으로 득은 정책입안자나 다른 분야에 빼앗기고 문제가 터질 경우 조경분야에게 떠넘겨져 득은 잃고 실만 챙기는, 실속 없이 덩치만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생각도 든다.
· 많지 않은 예산으로 단 기간에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정치적 바람을 타고 비교적 빨리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현실에서 아쉬운 부분은 단지 선거나 정치권력자의 정책도구로서 환경적 문제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조경과 관련된 개인 나름대로의 의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조경에 대한 마인드에 의해서가 아니라 결국 그 의도는 치수, 환경정책 측면에서 활용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조경

· 이제는 지자체들이 도시에 앞다투어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 덕분에 전국적으로 과거에 비해 업무도 많아지고 조경가의 참여기회와 폭이 크게 늘었다. 늘어나는 조경인구를 생각하면 어쨌든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보다 우선 우리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서울의 경우 한강고수부지, 여의도공원, 청계천, 서울숲, 용산공원 등 이젠 초기의 신선함마저 잃을 정도로 예정된 선거후보자들이 정치적인 목적하에 각종 환경/조경 아젠다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동안에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를 볼 때 아쉬운 점은 정책과 사업의 기획, 구상 및 계획단계에서 역량있는 (참다운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조경가의 참여와 정도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 프로젝트 진행시 나름대로 설계사 입장에서는 매우 강하게 설계개념과 맥락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도 이리저리 변경되기도 하고 설계자의 의도와 다른 공간이 생기기도 하며, 전혀 생뚱맞은 시설이 들어서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권력자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개인적 취향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최소한 국가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힘있는 정치가나 국회의원이 조경에 대한 확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거나 조경설계의 의도를 수용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창출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 조경가의 생각보다 때로는 정치가들의 생각이 더 앞서갈 때도 있으며, 수정과정을 거치다보면 초기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설계자라고 해서 처음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최종적으로 어떤 것이 보다 나은 안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대표적 조경 사례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청계천 복원사업의 역사학적, 생태적 복원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시장의 최대 치적이라는 부타이틀을 차지할 정도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았고, 여러 이견을 무시하고 단기간에 (임기내에) 완공하였으며, 그 복원 아닌 복원에 조경을 앞세웠는데 그렇게 포장해 버릴만한 사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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