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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풍경은 없다(3)
  • 환경과조경 2009년 4월

도시의 무지개, 우주가 보여준 찰나의 아름다움

찬란한 만남

위키백과에게 물어보니 무지개는 ‘공기 중에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에 태양빛이 닿아 그 물방울 안에서 굴절과 반사가 일어날 때, 물방울이 프리즘과 같은 작용을 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그러니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수많은 물방울과 태양빛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를 보는 당신도 있어야 한다. 당신이 적당한 위치에 서 있어야만, 당신이 발견해주어야만 무지개는 존재한다. 이 삼자간의 대면이 있어야 무지개는 있다. 현상학적 표현으로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우주, 무한을 바라보기

자연의 기본적 원소들인 공기, 물, 태양과의 만남. 궁극적으로 이러한 만남은 당신과 ‘우주’와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나타나기 전에도 있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있을 근원적인 것들이 무시간적으로 순환하는 우주. 우주라는 커다란 단어 앞에서 ‘만남’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좀 건방져 보일 수도 있으니 우주의 현상을 잠깐 엿보는 순간이라고 바꿔 말해야겠다. 우리의 문명이 만든 세상이 전부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우주는 문득 문득 자신을 보여줘 도시 너머 ‘저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는 계곡의 가파름을 가벼이 무시하고 즐기기도 하고, 또 누구는 분수라는 것을 발명하여 도시 속에 들여 놓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무지개는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가끔은 우주를 만나자

이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자 혹은 무한을 바라보자. 시간을 쪼개어, 들로 바다로 산으로 달려갈 수도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도시 안의 일상에서 ‘찬란하게 잠깐’이나마. 섬광같이 찬란히 빛나는 그 만남을 갖자.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상과 도시를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마음과 눈이 필요할 터이다. 누가 보건 말건, 우주는 자신의 순환을 지속하면서 무심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니, 찰나의 풍경을 엿보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

조경이라는 작업도, 공공미술이라는 작업도 우리를 순수한 자연의 한 요소로 되돌리는 그런 작업일 수 있으니, 우리부터 그런 감수성을 챙기자. 그리고 사람들이 가끔은 우주를 만나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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