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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로즈 에어필드의 교훈
  • 환경과조경 2009년 4월

Alter Flugplatz

프랑크푸르트는 현대 산업 자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깊은 역사와 문화 자본을 가진 도시이다. 이미 12세기에 도시를 이루었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태어나고 활동하여 “괴테의 도시”로도 불린다. 이 도시는 테오도르 아도르노, 발터 벤야민, 에리히 프롬, 위르겐 하버마스 같은 사상가들의 활동 무대로도 유명하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로 불리는 이들의 주요 관심은 현대산업사회와 문명이었다. 이들의 사상은 유럽 사회 변화의 지적 배경이었다. 이런 사회ㆍ문화적 자본을 가진 도시도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화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Maurice  Rose  Airfield의 변화와 기억

프랑크푸르트 북쪽 Nidda강변 Bonames 인근은 사람들에게 비행장과 소음으로 기억되던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비행장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모리스 로즈 에어필드로 불리던 미군 헬리콥터 기지였다.

1992년 미군 기지가 독일에 반환되자 프랑크푸르트 시정부와 시민들은 활주로를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팅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반면에 환경 단체들은 오염을 제거하여 미군 기지로 사용되기 이전의 녹지대로 되돌리고자 했다.

GTL(Gnuchtel and Triebswetter Landschaftsarchitekten, Kassel)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설계를 제안했다. 그들의 안은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수용하면서도 오염된 기지를 정화하고 자연 천이를 유도하여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모리스 로즈 비행장에는 헬리콥터가 날고 있지는 않지만 군사 시설로서의 과거는 남아 있다. 아스팔트 활주로와 콘크리트 포장은 식물 모자이크로 다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의 녹색 공간으로 변모했다. 변모한 모리스 로즈 비행장은 2005년 독일 조경상, 2006년 국제 도시 조경상을 수상했다.

모리스 로즈 비행장이 변모한 Alter Flugplatz는 버려진 대지에 대한 아이디어다. GTL의 안은 기본적으로 남겨진 군사시설과 대상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건물과 활주로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남기고 있다. 온전히 새로운 것이라고는 Nidda강 위에 설치하여 보행과 자전거 동선을 연결한 보행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군사시설 이전지의 과거는 현존하는 기념품이 되고 있다. 기존 시설물들은 과거 용도와 연속성을 가지면서 현대적인 활동을 담아 새로운 경관을 만들고 있다. 대상지를 양피지(palimpsest)로 읽고 지역적 가치를 재해석하여 끊임없이 ‘차이’를 만드는 동시대 조경의 경향이기도 하다. 대상지의 남겨진 과거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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