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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명작을 재구성하며, 도시+아치+강 2015 공모전(1)
  • 환경과조경 2010년 11월

Framing a Modern Masterpiece,
The City + The Arch + The River 2015

타뷸라 라사(Tabula Rasa)와 팔렘세스트(Palimpsest)
대지를 다루는 디자인은 항상 타뷸라 라사와 팔렘세스트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타뷸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 빈 석판, 즉 “백지”를 의미한다. 건축에서 타뷸라 라사는 기존의 맥락이나 역사가 제거된 순수한 백지상태의 대상지를 의미한다. 르 꼬르뷔제의 플랜 브아종(Plan Voisin)은 타뷸라 라사에 대한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과거의 맥락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제안한 이 안은 파리의 시공무원들과 정치가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심지어 같은 진영에 있던 건축가들조차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과거와는 단절된 순백의 캔버스, 그리하여 미래의 유토피아를 위한 파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일종의 건축적 원점인 타뷸라 라사는 모더니즘에 대한 정당한 증오를 지닌 다음 세대의 건축가들과 비평가들의 비판의 중심이 되어왔다.
팔렘세스트는 타뷸라 라사와는 정반대 의미의 대상지이다. 사전적 의미로 팔렘세스트는 종이가 유럽에 전파되기 이전에 사용되던 기록용 양피지를 의미한다. 팔렘세스트는 여러 번 다시 쓰이면서 그 위에 쓰여진 기존의 텍스트는 지워지고 반복해서 새로운 텍스트가 새겨진다. 이 때 과거의 텍스트는 완전히 소거되지 않고 그 흔적을 남기게 된다. 건축적으로 팔렘세스트는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거나 그 잔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현재를 구성하는 대상지이다. 팔렘세스트는 피터 아이젠만의 이론과 실천적 작업에서 빈번히 등장하면서 건축적 개념으로서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다.
대상지를 다루는 디자이너는 그 출발점에서 항상 백지 상태의 타뷸라 라사와 아직 이전의 텍스트가 소거되지 않은 팔렘세스트, 두 상반되는 극단 사이에서 대상지가 어떠한 위치에 놓여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의 “도시, 아치, 강 2015” 공모전은 대상지가 팔렘세스트, 그것도 신성시되는 위대한 텍스트가 가득 기록된 양피지 위에 어떠한 방식으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텍스트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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