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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설계공모를 위하여]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후, 이상과 실제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2022년 10월 7일 대학로에 위치한 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이 글 제목과 같은 타이틀을 건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수행한 ‘설계공모 이후 건축 생산과정 모니터링을 통한 공공건축 제도 개선 연구’(각주 1) 결과를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홍보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세미나에는 건축가뿐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도 다수 참여했으며, 지정 토론자뿐 아니라 플로어에서도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공공건축 설계공모로 꿈꾸는 이상과 실제의 간극에 대한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도 새만금공항 같은 국가 기반 시설, 국립민속박물관 등의 대규모 문화 시설, 노들섬 예술섬 등의 도시 랜드마크뿐 아니라 주민센터와 어린이집 같은 소규모 공공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설계공모의 대상은 개별 건축물에 그치지 않는다. 3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개포 구룡마을 기본구상과 같은 도시설계, 도시 외부 공간과 공원 역시 설계공모 대상이다. 2020년 이후 공공 부문에서만 건축 설계공모 건수가 연간 1,000여 건에 이른다.(각주 2)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조달정보 개방 포털에 공고된 설계공모는 총 5,947건에 이른다. 우리 주변에는 과연 수천 개의 우수한 공간이 만들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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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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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열린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후, 이상과 실제’ 세미나 Ⓒ건축공간연구원

 

 

이상

다수의 문헌이 최초의 설계공모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이며, 중세 시기에도 성당 설계를 위해 설계공모를 개최했다고 언급한다.(각주 3) 르네상스의 대표적 건축물인 브루넬레스키의 플로렌스 성당 돔 역시 설계공모의 결과다. 이후 절대 왕정 시기에는 왕립 광장이나 궁전, 18세기 이후 근대 국가 시기에는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관청이나 공공시설, 20세기 이후에는 유럽과 북미 주요 국가의 중요 시설이 설계공모의 대상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 개발 과정에서는 국가와 도시의 랜드마크 건립을 위한 설계공모가 활발하게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지배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조선저축은행(1932), 총독부박물관(1935), 조선은행 앞 분수지(1939)(각주 4) 등 주요 시설과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한 설계공모가 실시됐다. 해방 이후 1960년대부터 정부종합청사(1967~1968), 여의도 국회의사당(1968), 세종문화회관(1973) 등 국가의 주요 청사와 문화 시설 디자인을 위한 설계공모가 개최됐다.(각주 5)

 

역사적으로 설계공모는 중요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주로 적용됐으며, 공모를 통해 선정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과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며 전 세계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도 1995년에 공모 방식 시행을 제도화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각주 6)에서 그 대상을 “상징성ㆍ기념성ㆍ예술성 등 창의성과 새로운 기술 또는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건설공사”로 규정한 것을 보면, 제도 도입 초기 공모의 목적은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건물을 건립하는 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환경과조경 443(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임유경·배선혜·박태홍·양은영, 『설계공모 이후 건축 생산과정 모니터링을 통한 공공건축 제도 개선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2022. 이 글의 설문조사, 사례, 개선 방향 부분은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표와 다이어그램은 보고서의 그림을 재편집한 것이다.

2. 조달정보 개방 포털 용역입찰 공고내역에서 확인한 설계공모 공고 건수는 2020년 1,018건, 2021년 1,093건, 2022년 1,121건이다.

3. The Association of Finnish Architects, Dreams and Completed Projects: 130 Years of Finnish Architectural Competitions , 2006 외

4. 서영애·심지수, “일제강점기 광장의 생성과 특성 - 조선은행 앞 광장을 중심으로”, 『한국조경학회지』 45(4), 2017, pp.11~22.

5. 엄운진·임유경·차주영, 『1950년대 이후 한국 주요 공공건축물 조성과정의 사회적 담론 연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

6.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4744호, 1995. 8. 4., 일부 개정) 제38조의2(건설기술의 공모대상)


임유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조교수로 도시와 건축, 제도와 실제, 연구와 설계의 중간 영역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 국립고등파리벨빌건축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도시설계학 과정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도시·건축 제도와 가로 공간, 공공 건축, 역사 보존·관리 연구를 수행했다. 기획부터 설계, 시공, 운영까지 공공 건축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의 역할을 추적하고 이용 현황을 살펴본 『좋은 공공건축 1~4』(건축공간연구원)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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