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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현, 권력의 탐구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스페이스 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환경과조경 202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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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름그린 & 드라그셋, ‘아모레퍼시픽 수영장(The Amorepacific Pool)’, 2024 ⒸAndrea Rosetti

 

 

전시장 하나를 상상해보자. 관객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눈길을 외면하는 작품들, 무심하게 툭 펼쳐져 있어 의도를 알 수 없는 공간들, 안내판 하나 없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여 발견조차 어려운 설치물들. 이런 전시장을 활보하다 보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간 방문했던 전시장들이 어땠는지 회상하며, 관객과 작품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어 깨닫는다. 관객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듯, 작품 또한 관객에게 반드시 친절히 제 의도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실을 뒤집는, 체계와 조건의 전복은 엘름그린(Elmgreen)과 드라그셋(Dragset)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이들은 전복을 통해 그 안에 내제된 권력의 구조를 탐구하는데, 그 매개로 ‘장소’를 애용한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는 공간과 구조물, 그리고 이에 주어진 기능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미와 위계질서가 파생되는 현장이라는 인식과 의심에서 비롯”(각주 1)된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이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 ‘스페이스(Spaces)’(2024. 9. 3. ~ 2025. 2. 23)의 전시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올해는 1995년부터 아티스트 듀오로 작업해온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이 협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스페이스 전은 둘의 공간 작업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제목에 어울리도록 실제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수영장, 집, 레스토랑 자체를 전시장에 들였다. 누군가는 실제와 같은 공간을 전시장에 옮기는 게 과연 예술이냐 물을 수도 있다. 이에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답한다. “우리는 균질화된 전시 공간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본래 정체성을 위장시킨 새로운 조건과 상황에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각주 2)

 

환경과조경 443(2025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엘름그린 & 드라그셋 개인전 ‘어댑테이션(Adaptation) 소개글 중

2. 탁영준, “엘름그린 & 드라그셋 작품 속 신체와 공간”, 『신세계 매거진』 44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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