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얗게 언 창문을 연다. 투명한 공기 너머로 북한산이 보인다. 뾰족 솟은 화강암 꼭대기에는 눈이 남아 있고 그 아래로 겨울 숲이 구불거리며 도시로 내려온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정상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창가에 기대어 생각하지만 길을 나서지 않는다. 저 멀리 작은 계곡마다 드리워진 그림자가 크고 깊기 때문이다.
#2
여름엔 하늘이 낮아진다. 구름이 인수봉과 백운대를 가릴 정도로 내려오곤 한다. 산꼭대기에 부딪친 습한 바람이 새 구름을 피워 내거나 작은 구름 조각이 골짜기 틈에 끼어 머무르는 날도 있다. 저 구름 속을 걷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해본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은 어떤가요? 여기의 나에겐 구름인데 그곳의 당신에게는 안개로 보이겠군요. 모든 것이 뿌옇겠지만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니 힘을 내길. 그리고 돌아와 알려 줄래요? 당신이 지나온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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