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4 조경비평상’에는 여섯 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지난 1월 15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배정한 편집주간, 남기준 편집장, 박승진 편집위원이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권정삼의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비평은 대상과 현상을 탐구하거나 조사한 결과를 적는 논문이나 보고서가 아니다. 에세이와도 다르다. 비판적 읽기와 쓰기를 넘나드는 비평은 대상과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를 평가해야 하며, 주장과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비평은 창작보다 더 어려운 글쓰기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조경비평은 조경 행위의 결과물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공간 또는 문화 현상을 기술, 해석, 평가하는 작업이므로 쉽지 않은 글쓰기 장르다.
논거를 충실히 갖춘 글보다 한 번에 읽히는 글과 이미지가 사랑받는 시대에 여섯 편의 평문이 접수되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출품작이 비평의 필요충분한 형식을 갖추지 못했고, 동시대 조경에 의제를 던지거나 기성 담론에 균열을 내는 참신한 주제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응모자 모두 조경비평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한 바, 다음 ‘조경비평상’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을 권한다.
가작으로 뽑은 ‘몰링하는 도시생활자’는 경쾌한 글쓰기 스타일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대형 쇼핑몰에서 도시공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을 논리적으로 끌어갔다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정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층 더 압축적으로 논지를 전해 독해의 밀도를 높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지만, 역으로 길게 풀어쓰는 형식 자체가 장점으로 읽히기도 했다. 출품자 권정삼의 말처럼 대형화된 쇼핑 공간은 일종의 공공 영역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몰링’ 행위는 도시공원에서 경험하는 산책과 유사한 면이 있다. “도시가 대형 쇼핑몰이고 대형 쇼핑몰이 곧 도시”라는 주장, 대형 쇼핑몰이 “유사공원의 지표인 공동공간 커머닝(감각)이라는 속성을 득하게 됨으로써 유사공公원의 위상, 아니 유사공(共)원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글쓰기에서 보여준 잠재력이 앞으로의 비평 활동에서 더욱 정련되어가기를 기대한다.
가작 수상작과 함께 최종 토론에 오른 제출작 ‘서사의 발견’은 글의 탄탄한 구조가 돋보이는 평문이었다. 조경에 서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세 가지 예를 통해 제시한 점이 안정적이었지만, 조경과 서사를 잇고 엮는 논지가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데 심사 의견이 모였다. 응모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작가론, 작품론을 비롯해 다양한 평문이 도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