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 노지 캠핑 등 제부도의 주요 해변 문화가 가장 발달된 지역에 위치한 대상지는 제부도의 유일한 면적 오픈스페이스다. 이곳은 해변 문화를 수용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동서 방향으로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통경축상에 위치해 서해의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최적의 입지에 있다. 남북 방향에는 숙박 시설, 음식점 등이 모여 있는 주요 상업 가로가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근 지역 주민의 접근성도 매우 높다.
지역적 맥락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공원을 계획했다. 제부 해수욕장의 일부로 편입된 제부마루는 전통 공간의 마루와 같이 즐겁고 쾌적한 휴식의 터로서 기능하며 아름다운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나아가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공간적 장치는 제부도와 화성 관광의 새로운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해식 절벽의 균열과 틈
제부도 자연 경관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었다. 서해안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자연적 패턴과 제부도의 지역성을 녹인 공원은 섬 경관의 일부가 되며, 나아가 제부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서해의 조석 작용으로 생겨난 해식 절벽은 제부도의 대표적 자연 경관이다. 해식 절벽은 차별적 침식 과정이 만들어내는 균열과 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규암과 같이 연약한 부분은 쉽게 깎이며 움푹 파이지만, 편암과 같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강한 외부 충격에도 견디며 상대적으로 느리게 침식된다.
차별적 침식 과정으로 생기는 균열과 틈을 연상시키는 하나의 시설물 유닛을 기본 조형의 토대로 삼았다. 유닛의 입면 일부를 콘크리트 골재 노출로 마감해 절벽의 거친 질감을 표현했다. 여러 개의 유닛이 모여 형성되는 공간의 상부에는 전망대와 바닥분수를, 하부에는 녹지가 어우러진 벤치와 평상 등 다양한 휴게 공간을 조성해 입체적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경사도가 높은 유닛에는 낙차를 활용한 낙수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친수 경험을 제공한다. 제부도 해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갯벌의 갯골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바닥 포장 패턴으로 연출했다.
해변의 일부로서의 공원
해변의 일부가 된 공원은 해변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시퀀스를 선사한다. 해변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접근을 통해 해변의 범위를 확장했다. 해변과 공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은 대상지로 막힘없는 접근을 유도한다. 동서 방향으로 조성하는 스탠드와 경사로를 통해 단차를 극복하고, 해변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조성한다.
제부마루는 배후에서 해수욕장의 기능을 보충하는 새로운 오픈스페이스다. 공원 내부에는 해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행위를 지원하는 샤워장, 나무 그늘, 벤치 등 배후 공간을 조성해 공원과 해변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해변의 일부가 된 공원에는 다양한 행위가 발생한다.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공원으로 잠시 올라와 벤치에서 숨을 고르거나, 발의 모래를 털어내며 아름드리나무가 드리우는 녹음 아래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갯벌 체험이나 해수욕을 한 뒤 야외 샤워장에서 샤워하며 드넓은 서해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제부마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될 것이다.
공원 경계부의 캠핑존은 제부도 남서쪽 해변에 집중됐던 노지 캠핑 문화를 공원 내부로 들여온 공간이다. 이를 통해 식음, 도구 등 캠핑에 필요한 간단한 인프라 제공을 위한 주변 상가의 자연스러운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전망대로서의 공원
동서를 관통하는 통경축 선상에 입체적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세 가지 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해변과의 시각적 연결성을 갖는 랜드마크를 만들고자 했다. 대상지의 가장 큰 잠재력은 바다 방향으로 100m가량 막힘없이 시원하게 열린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원의 대지를 수직으로 일부 들어 올렸는데, 전망을 방해하는 잡다한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분리하는 동시에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대상지 맨 앞의 해변 전망대에서는 만조 시 펼쳐지는 가장 선명한 바다를, 중앙 마루 전망대에서는 간조 시 끝없는 갯벌의 수평선을, 배후에 위치한 파빌리온에서는 시원한 잔디밭과 수평선이 병치를 이루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부도의 해식 절벽을 모티브로 한 전망대는 제부마루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기능한다. 이 전망대는 다양한 구도의 전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휴게 공간, 수공간, PM 스테이션 등 공원의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중앙의 광장은 탁 트인 잔디밭 위에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서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은 평상시 파빌리온 그늘 아래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비일상적인 이벤트 발생 시 많은 인원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로 이용된다.
지역민 삶의 인프라로서의 공원
공원을 ㄷ자로 감싸는 다양한 녹지 공간은 주변 식당과 카페에서 구매한 식음료를 가지고 들어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의 경계부를 피크닉이 가능한 다양한 녹지로 구성해, 주변의 카페 및 식당의 야외 테라스 역할을 하게 했다. 이를 통해 주변 상권 활성화를 도모했다. 또한 지역 축제나 비정기적인 마을행사를 수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원의 경계는 휴식, 보행, 식음료 배달 등 다양한 행위가 발생하는 띠가 되어 공원을 고립된 섬이 아닌 마을의 일부로 만든다.
공원을 거점으로 한 지역 상권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공원 운영을 도모했다. 대부분 지역 주민이 숙박, 요식업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업 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공원의 경계부를 통해 주변과 다양한 방식의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며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앞으로 공원은 관광객의 소비 활동을 촉진해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돕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