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의 의미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 재난은 우리의 삶이 근대적 질서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걸 비극적으로 확인해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도 근본적인 전환의 한 양상이었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14세기 유럽인들은 서유럽의 흑사병 이후 신을 향한 기도보다 위생 검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신권에서 왕권으로 변화되는 권력 이동의 계기가 됐고, 인본주의 르네상스의 토양이 됐다고 한다. 21세기 인류는 과학, 의학이 발전된 환경에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잘 대처한 듯이 보이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미약하다.
기후변화가 문명사적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기회일 수 있을까. 건축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은 해묵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의 대응은 생산의 근원을 그대로 둔 채 재생 에너지 기술을 덧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생 에너지를 위한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차원을 포함한 건축 생산의 근원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기술적 도구에 의존하는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단열과 밀폐에 의해 단절된 공간에 에어컨, 열 교환 시스템을 설치한 패시브하우스는 인간을 ‘사이존재’가 아닌 환경과의 교감을 상실한 고립된 객체로 전제하는 것이다.
생태환경미학
숨쉬는 폴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으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고 광주폴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의미를 담았다. 외피의 성능과 인상, 공기의 흐름을 만드는 공간의 형태, 설비 시스템 등 그동안 조남호 소장이 다른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숨쉬는 건축의 형식을 세부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생태환경미학의 건축에 다가가는 하나의 분명한 발걸음이었다. 특히 목재라는 소재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며 구축되는 시스템에 따라 건축물의 수명이 다한 후에도 계속해서 사용될 수 있어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
* 환경과조경 440호(2024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건축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조남호)
친환경 컨설턴트 이병호(한국부동산원)
시공 제작 수피아건축
태양광 패널 고호솔라
위치 광주시 동구 동명동 92-9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는 조남호 대표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다. 역사의 선례로부터 지혜를 얻고,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 가는 조직으로서 공동의 지향점과 구성원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집단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생태환경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숨쉬는 폴리를 구상하고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