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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이 만나는 접점, 누정
조선시대 누정 로망, 12월 10일까지
  • 환경과조경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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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성과 그의 제자가 재현한 ‘사륜정’

 

 

누(樓)와 정자를 뜻하는 정亭을 합쳐 이르는 누정은 인간이 잠시 자연 속에 머무르며 풍광을 감상하는 공간이었으며, 정신을 수양하고 후학을 교육하고 문학과 예술에 대해 논하는 장소였다. “대저, 누정은 높고 광활한 데나 그윽하고 깊은 곳이 둔다. 저기가 싫증나면 여기가 그립고 이곳이 지겨우면 저곳이 생각나니, 이는 한결같은 사람의 마음이다”(안축, 『취운정기』 중 『동문선』 제68권)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누정은 수많은 건축 유형 가운데 관찬지리서의 중심 항목으로 당당히 하나의 자리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랑받으며 곳곳에 설치되고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다.

 

지난 11월 15일 한양대학교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시대 누정 로망’ 전시는 조선시대 누정에 함축된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한다. 조선왕조 500년 전반에 걸쳐 등장하고 변화했던 누정이 지난 역사와 사회, 문화를 대변하는 응축된 결정체임을 드러내고자 기획됐다. 누정의 경영주와 주변 인물, 입지와 환경, 묵적의 필체와 내용, 건축 형태와 구조 등 관련 자료를 엮어 전시했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건 실내에 들어선 거대한 누정이다. 전시 콘셉트에 맞춰 마련한 휴식 공간이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치려 하는데 네 기둥 아래에 달린 바퀴가 눈길을 끈다. 이 누정의 정체는 문자로만 남아 있는 ‘사륜정’을 전라남도 무형유산 대목장인 김영성 선생과 제자가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사륜정은 고려시대 이규보가 창안한 이동식 누정이다. 당시 실제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 기획 의도, 구조, 치수, 쓰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종이에 남겨진 기록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실체화된 사륜정은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누정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환경과조경 440(2024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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