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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파리 올림픽
  • 환경과조경 2024년 8월

이번 8월호 배송이 끝날 때쯤 적지 않은 독자들은 밤낮을 바꿔가며 올림픽 경기 중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것 같다. 2024년 파리 올림픽(7월 26일~8월 11일)과 패럴림픽(8월 28일~9월 8일)의 가장 중요한 슬로건은 ‘친환경 올림픽’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건축, 도시, 조경계가 가장 눈여겨볼 점은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신축 경기장이 거의 없다는 것. 경기장의 95%가 기존 시설 재활용이거나 임시 건물이다. 신축 건물은 선수촌과 수영 센터 정도다.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파리 북부 생드니 지역에 저탄소 기술로 새로 지은 이 건물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청년층과 스타트업이 입주하는 주상복합 건물로 쓰이면서 도시 재생에 활용될 예정이다.

 

파리 시내와 인근 지역의 랜드마크와 명소 10여 곳이 임시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상드마르스 광장이 비치발리볼과 장애인 축구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도시의 척추인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사이클 경기가, 도시의 혈관인 센 강에서는 남녀 철인3종 수영 경기가 펼쳐진다. 1900년 만국박람회의 전시장이었던 그랑팔레는 태권도와 펜싱 경기장으로 쓴다. 서양 조경사의 정점인 베르사유 궁원에서는 근대5종과 승마 경기가 열린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잠들어 있는 앵발리드 광장은 양궁과 육상 종목에 쓰인다.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가 깊게 쌓인 도심 한복판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브레이크댄스를 비롯해 스케이트보드, 3대3 농구 등 역동적인 경기가 펼쳐진다. 소장 욕구를 샘솟게 하는 파리 올림픽 공식 포스터(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 작)는 도시의 광장과 공원을 올림픽 경기장으로 재활용한 파리발 도시 혁신을 생생히 보여준다.

 

파리 올림픽의 에어컨 퇴출은 개막 몇 달 전부터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공기 순환을 촉진하고 차가운 지하수를 이용해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폭염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우려한 일부 국가의 반발로, 결국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각국이 필요한 경우 자체 비용으로 휴대용 에어컨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건설, 교통과 운송, 식음, 운영 등 여러 방면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실천되었다. 

 

새로 지은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대회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만든 재생 에너지로만 충당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철저히 제한한다. 경기장에 페트병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선수와 관중 모두 재사용 가능한 병과 컵을 써야 한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산 식재료를 80% 이상 사용하며, 반경 250㎞ 안에서 기른 제철 식재료의 비율을 25% 이상으로 유지한다. 대부분의 경기장이 반경 10㎞ 이내에 있고 선수촌에서 30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 참가 선수와 입장권을 소지한 관중은 지하철을 비롯한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친환경 올림픽’의 기치를 내건 파리 올림픽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적 도시 실험의 현장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 “정영선을 읽는 시선들”은 지난 7월 3일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국립현대미술관 서울, 4월 5일~9월 22일) 연계 학술행사로 열린 ‘정영선이 만든 땅을 읽다’의 발제와 대담 내용을 다시 엮은 것이다. 많은 독자의 시선을 오래 붙잡는 지면이 되기를, 그리고 ‘2024년 정영선 현상’에 대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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