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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땅을 읽는 법을 배우다
  • 이호영
  • 환경과조경 2024년 8월

정영선의 작품과 철학은 오늘날 한국 조경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첫 직장인 조경설계 서안(이하 서안)에서 6년 가까이 일했지만, 직접 만나며 일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스케치와 도면, 보고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잠시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그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당시 정영선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과 배움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담담한 설계를 그리며 배우다

정영선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있다. 어디까지가 그가 만든 경관이고 어디서부터가 원래 있던 자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당시 그는 한국 조경의 특성을 ‘담담함’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검이불루 화이불치’로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항상 나의 설계가 ‘담담함’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씩 생각해보며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2007년, 광교호수공원 설계공모 당시 하루종일 대상지를 돌아다니며 숲과 수변의 경관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에서 들은 내용을 그때 그때 받아 적었다가 나중에 노트로 다시 한번 정리했다. “버드나무 가지가 밝으니 이른 봄에 아름답다”, “어두운 골짜기에 일찍 싹을 틔우는 귀룽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흥덕지구 아파트를 가리기 위해 키 큰 상수리나무를 심자”, “호수 물가로 물풀을 심고, 축축한 들판에는 돌배나무가 좋겠다” 등 정영선은 현장에서 경관 계획의 큰 골격을 잡아갔다. 그는 내게 각 장소의 경관을 꼼꼼히 기록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가르쳐 주었다. 정영선의 세심한 관찰과 분석은 내가 경관을 크게 보고 지역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크기변환]young 1.jpg
정영선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어디까지가 그가 만든 경관이고 어디서부터가 원래 있던 자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환경과조경 436(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이호영은 조경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설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HLD 대표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HLD 설립 전에는 조경설계 서안, AECOM, office ma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8년 제1회 젊은 조경가 상을 수상했고, 한국조경협회 부회장, 한국조경가협회 위원장, 서울시 공공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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