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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선유도공원이 건네는 위로
  • 조용준
  • 환경과조경 2024년 8월

선유도공원에는 배려와 풍부함 그리고 정제된 느낌의 분위기가 흐른다. 기존 시설과 새로운 건축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조경 사이에 주고 받는 일종의 상호 교류가 있다. 조경가 정영선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건축가 페터 춤토어Peter Zumthor의 『분위기』(2013)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아홉 가지 특징(건축의 몸, 물질의 양립성, 공간의 소리, 공간의 온도, 주변의 사물, 안정과 유혹 사이, 내부와 외부의 긴장, 친밀함의 수준, 사물을 비추는 빛)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춤토어의 설계는 건축과 그 주변 환경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이는 공백의 시간을 잇고 서로 다른 영역의 언어들을 포용하는 정영선의 철학 ‘조경가는 연결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땅을 읽는 정영선의 태도를 보면, 대상지에서부터 영감을 찾으며 면밀히 분석하고 관찰해 설계한다. 새로운 형태의 공간 골격을 만들어 내기보다 땅의 분위기를 읽어내어 그 땅에 필요한 것들을 주변과 관계 지으며 형태를 만든다.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유도공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공원 개장 이후 여러 번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공된 공원 배치도를 모사(模寫)했다.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 속에서 공간의 골격을 상상해가며 설계 의도와 분위기를 읽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선유도공원의 해석을 위한 여섯 가지 틀(공간의 골격, 전이 공간, 절제된 요소들, 빛과 소리, 호기심과 관찰, 위로)을 세웠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뤄지는데, 순차적 인과 관계로 설명하면서 선유도공원의 정제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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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공원 스케치를 모사한 도면

 

 

환경과조경 436(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지난 20년간 작은 스케일의 공공 정원부터 큰 스케일의 도시계획까지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립새만금 수목원, 세운상가 녹지축 조성계획, KT 디지코 도시숲, 더 글라스 호텔정원, 나주 빛가람호수공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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