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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을 읽는 시선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과 디올 성수, 미래 세대의 수용
  • 환경과조경 2024년 8월

경기도 오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2019)과 서울시 성동구의 디올 성수(2022)는 조경가 정영선의 손길로 탄생한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에는 동백과 장미 등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이 심겨 있고 삼지구엽초, 깽깽이풀 등이 포근하게 땅을 덮고 있다. 디올 성수에서도 데자뷔가 일어난다.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각주 1)가 사랑했던 장미와 라벤더로 분명히 프랑스 정원을 표현했는데, 모란과 작약, 잔잔한 한국 풀들이 어우러져 한국 정원 느낌이 난다. 단순히 둘을 합친 게 아니라 화학적 성분마저 풀어헤쳐 만들어낸 듯한 제3의 결과물이다. 짜깁기가 아닌 재편집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은 창조이자 혁신이다.

 

아모레퍼시픽과 크리스챤 디올, 두 브랜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창업가의 철학과 헤리티지가 녹아든 경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성환(1924~2003) 선대 회장이 1960년 첫 프랑스 방문 길에 들렀던 남프랑스 그라스의 라벤더 밭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세운 회사다. 프랑스 노르망디 그랑빌에서 어머니가 가꾸는 장미 정원에서 자란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는 1951년 그라스의 성 ‘샤토 드 라 콜 누아르(Château de la Colle Noire)’를 사들여 세상을 뜰 때까지 향수 원료 식물을 재배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조향사였던 그에게 식물은 영감의 원천이자 브랜드의

철학이었다.

 

둘째, 전통을 혁신해 미래 세대와 만난다는 점이다. 고 서성환 회장은 세계 각국에 있는 차 문화가 왜 우리에겐 없을까 안타까워하며 제주에 다원(茶園)을 일궜다. 요즘 제주 오설록을 찾는 미래 세대는 정영선이 곶자왈을 구현한 정원을 보며 녹차라테를 마시고 견고하게 스토리텔링된 녹차 성분의 화장품을 산다.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에 편입된 크리스챤 디올의 행보도 전략적이다. 글로벌 도시들을 돌면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시회를 열고, 미래 세대의 왕래가 잦은 핫플 지역에 매장을 낸다. 디올 성수도 그 전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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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아모레퍼시픽

 

 

환경과조경 436(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은 미국 영어 표기법에 따라 적었고, 설립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프랑스어 표기법에 따라 적었다.

 

 

김선미는 2023년부터 동아일보에서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을 연재하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 뉴센테니얼본부 크리에이티브랩 팀장, 편집국 문화부와 산업부 차장 등을 거쳐 현재는 콘텐츠기획본부 부장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볼 만한 24개의 정원을 소개한 『정원의 위로』(민음사, 2024)를 펴냈다.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이자 현재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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