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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의 기록법] 장면의 기록, 기록의 공유
기록 작업
  • 환경과조경 2024년 7월

우리가 여행지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 또는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순간에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특별함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사진으로 남은 기록은 해당 장소나 시점의 독특한 분위기나 경험의 내러티브를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기억의 보조 장치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매체의 독특한 측면은 그 기록이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는 장면(scene)에 대한 시각적 데이터들을 기록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같은 기록 방식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상의 일부만을 재현할 수 있고, 연속적인 시퀀스나 복잡한 서사를 담기에 제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유튜브나 쇼츠 등 영상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공유가 대세인 현 시점에도, 순간의 장면에 대한 기록이 여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필름 카메라를 통한 (또는 필름 카메라 느낌의 사진 후보정을 통한) 아날로그 방식의 기록이 유행의 또 한 흐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가치를 방증하는 현상이지 않을까.

 

필자가 조경가로서 만들어내는 작업물을 기록하는 방식 또한 앞에서 언급한 장면의 기록 방식을 따르고 있다. 설계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대표적인 순간의 이미지나 중요한 장면 장면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프로젝트 등의 진행 과정에서 거치는 주요한 지점을 의미하는 마일스톤(milestone)에 해당한다. 때로는 설계 최종안이 조경가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설계안이 아닌 경우도 있다. 부지의 여건, 제반 상황의 변화나 클라이언트의 요청 등에 따라 설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조정되기도 하는데, 이때 초기의 아이디어나 이전 단계의 설계 진행 내용 등을 남기기 위해 해당 장면을 기록하는 것이다. 장면의 기록은 아이디어 스케치, 해당 시점의 평면도 또는 단면도, 스터디 모형, 작업 과정에 대한 사진 등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활용하는 편이다. 지난 2022년 여름, 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간 과정의 작업물, 주요 장면의 기록들을 모아 삼청동 가모갤러리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전시에서 공유했던 장면의 기록들을 통해 필자의 기록 작업을 조금 더 상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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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업물과 과정의 기록물을 콘텐츠로 활용한 미술전의 실험, ‘인공자연’ 전(『환경과조경』 2022년 7월호 참조)

 

 

 

환경과조경 435(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안동혁은 HLD에서 조경가, 도시설계가,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의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에서 9년간 근무하며 필라델피아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부산시민공원,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의 조경 계획 및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DL E&C 상품개발팀에서 2년간 아크로, e편한세상 브랜드의 조경 상품을 총괄하는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 HLD에서 한화리조트, 다동공원 등의 조경설계와 낙동강 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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