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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설계호원
삶과 장소에 자연의 평온을 담다
  • 환경과조경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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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평온


2023년 12월의 어느 날 사원 개별 면담 중 한 선임 디자이너가 물었다. “설계를 잘하고 싶은데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쉬운 물음이지만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일은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설계를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 척도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설계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의 디자인에 대해서 잘하고 못하고를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목적 지향적인 단순한 가치를 오피스의 이상으로 두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모든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대지의 선물

9년 전, 조경설계호원(HOWON)(이하 호원)은 호수(湖)와 동산(園)을 담은 자연의 평온한 공간 조성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으로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한 자연 공간,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장소 사이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했던 자연의 물과 녹음의 동산은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평온하게 하는 대지의 선물일 것이다. 호원은 이렇듯 세상의 선물과 같은 존재로 미약하나마 존재하려 한다. 한 개인의 시작에서 우리의 시작으로 변한 지는 오래됐다. 오피스의 이름은 이름일 뿐, 그냥 불리기 편한 이름이면 그뿐이다. 허울 좋은 이름 대신 그 안에 담긴 선물처럼 본질을 추구하는 집단이 되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를 조경설계의 잣대로 들이대는 게 불편하지만 우리는 잘하며, 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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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장공원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다


설계사무소의 철학은 한 개인의 산물이 될 수 없다. 다양한 사고의 흐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대상지 해석은 그 대상이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 장소가 가지는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결과물에 대한 가치 발견과 평가로서 공공 가치에 우리의 작업이 필요했는지, 장소에 대한 해석을 잘했는지 생각해 본다.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조경이 가지는 공공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를 시도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산예장공원

2015년 호원 창립과 함께해 온 중요한 프로젝트다. 조경설계사무소로서 무한한 자긍심의 공간이기도 한 예장공원은 호원의 처음과도 같은 장소로 우리가 바라보는 공공 도시 공간에 대한 해석 방법을 잡아가는 시작이었다.

 

청주 충혼탑 추모공원 마스터플랜

국내 600여 개가 넘는 충혼탑의 엄숙한 추모 공간을 일상의 시민 공간으로 환원하고 추모의 기념적 공간과 도시의 상징 공간으로 장소의 가치를 재해석했다. 2023년 3월 공모에 당선됐으며 이제 설계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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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 추모공원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당선작 도시 중심에 위치한 추모공원이 고립과 단절에서 벗어나 시민의 일상적 공간, 친숙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부산유엔평화공원 화합의 뜰

부산유엔평화공원 화합의 뜰은 메모리얼 공간의 정면성을 확보하며 공원의 사회적 공공 가치 구현을 위한 도시 인프라로서 기능을 수반하는 중첩의 공간으로 계획했다. 2023년 공모에 당선되어 설계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


우리는 모든 조경의 영역에서 활동한다. 다양한 공모에서 낙선의 쓴맛을 보고 있다. 당선안과 낙선안에 대한 해석과 가치를 논하자면 어려울 것이다. 낙선안에 우리가 부족했던 점이 보이기도 하며, 다른 사람과의 대상지 해석의 차이를 되새겨 보기도 한다. 사무실의 모든 구성원이 공모에 참여한다. 오피스 운영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 공모 운영에 적합한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 방법일 수 있지만,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물론 미흡한 부분으로 인한 문제가 수시로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조직에서 집단 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든 공모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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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 SK 스카이 뷰 아이파크

 

 

현장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설계는 현장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수히 많은 현장의 조건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협의 과정이 조성될 공간의 잠재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주택 프로젝트에서부터 경험하기 어려운 골프 코스 경관 설계와 클럽하우스 등에서 수시로 진행되는 현장 답사를 통해 디자인과 시공의 간극을 좁히며, 조경가의 생각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피부로 접하며 깨닫고 있다.


DMC SK 스카이 뷰 아이파크

공동주택 조경은 조경가의 능력과 의지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 각종 규제와 많은 전문가 및 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은 디자인의 한계를 만들 수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해석을 만들기도 한다.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어떠한 프로젝트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자칫 편향된 설계의 방향을 보일 수 있는 설계 대상인 공동주택은 조경가를 훈련시키는 최고의 수단이자 대상이다.

 

덕평 H1 클럽하우스

실시설계를 참여한 클럽하우스 진입 공간의 경관 구역이다. 레저 및 여가 공간 설계는 디자이너의 눈높이를 크게 변화시키는 기회가 된다. 단정한 디자인, 세심한 디테일, 재료의 통일성, 시퀀스의 변화 등 다양한 툴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클라이언트 설득과 대상지 해석에 도움을 주었다.

 

여주 루트 52 코스 및 클럽하우스

골프 코스 경관 설계와 클럽하우스 조경설계를 진행했다. 토목 공사의 공정률이 어느 정도 진행된 대지의 모습을 보며 조경이 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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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루트 52 코스 및 클럽하우스 ©정동욱

 

 

미래를 함께 바라보며


호원의 구성원은 설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프로젝트 수행에서 업무의 편중이 발생하는 것이 국내 설계사무소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모, 계획, 실시설계, 각종 제안서, 시각화 작업 등 설계의 세부 업무에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시험해 볼 수 있고 도전과 협력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팀 조합이 자유로운 그룹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독특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 소장 외 경력 15년 이상의 수석 디자이너 4명, 경력 3년 이상의 선임 디자이너 4명, 주임 디자이너로 이뤄진 원통형 구조다. 얼핏 보면 고인물이 모여 원통형 구조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의도된 디자인 그룹의 조직 구성이다. 10명 이상의 국내 설계사무소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디자인 인력과 규모의 확장성을 언제든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탄탄한 수석 디자이너 4명의 디자인 역량과 경험치는 프로젝트의 안정적 진행과 전문 기술을 담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별 디자이너와 일대일 그룹 구성으로 발전된 도제식 설계 교육을 운영한다. 설계사무소의 객관적 디자인 역량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으나, 의사 결정의 객관성과 미래의 가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운영과 관련해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를 통해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에 모든 구성원 또한 함께하고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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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 및 신트리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설계공모 출품작

 

 

유연한 경계

그룹별 성과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룹 간 경계가 유연하게 구축되어 있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유연한 일정 조율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게 되고, 팀원들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곽민호 주임 디자이너)


우리의 프로젝트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에는 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들어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책임 디자이너를 정해 놓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각 프로젝트 담당자는 최상의 결과물을 위해 수시로 의논하고 대화한다. 그렇기에 너희 팀, 나의 팀이 아닌 우리의 프로젝트다. (김재욱 수석 디자이너)

 

전문적인 배움

프로젝트 진행이 안정적이고 전문적이라 느껴지는 까닭은 네 명의 수석 덕분이다. 사원 입장에서는 수석과 거의 일 대 일 팀 구성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덕분에 알음알음이 아니라, 제대로 배울 수밖에 없다. 옆에서 보고 듣는 간접적인 배움도 많지만, OJT 같은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나 질문과 답이 오가는 시간에서 여느 사설 강의와 과외 못지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임모니카 선임 디자이너)

 

모두의 발전

나 자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 노력한다. 경력 디자이너로서 신입 디자이너가 업무 역량 및 경험의 부족으로 힘들어할 때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알려줌으로써 모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이 사회에 이바지하기를 기원한다. (차윤철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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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권 북서울꿈의숲 거점형 어린이놀이터 조성 설계공모 출품작

 

 

주도적인 디자이너


호원의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살아있다. 디자인 그룹에서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무한한 능력은 개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에 기대어 운영될 수는 없다. 프로젝트 운영 외에 각자의 주도적 참여를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끌어 내고자 한다.

 

월간 세미나와 문화데이, 필드 트립, 리프레시 투어는 프로젝트 업무 외에 조경가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수석 디자이너가 하는 톱다운 방식의 도제식 교육 외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강의와 개별 사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수동적 태도를 지양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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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유휴부지 도시숲길 조성 설계공모 출품작

 

 

월간 세미나

월간 세미나를 통해 조경설계의 프로젝트 진행 외 필요한 부분을 회사 구성원 각자의 시선으로 공부하고 정리해 그룹 모두에게 강의하고 있다. 강의 후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 내용을 정리해본다. 길지 않은 이 시간이 조경이란 일을 하며 부족했던 부분이나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을 조금 더 편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급 제한 없이 모두가 강사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하는 세미나가 우리를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해준다. (김승인 수석 디자이너)

 

서로의 발전을 위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무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은 빛을 발하지만, 그 빛 뒤에 가려진 약점들이 더 많다. 매달 월간 세미나를 통해 본인의 장점과 약점을 공유하며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 관련 세미나에서부터 재료, 시공 디테일, 식물 소재, 더 나아가 조경 트렌드와 미래의 조경 상에 대한 세미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자리에 모여 나누며 서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김서하 선임 디자이너)

 

효율적 업무와 워라밸

네 개로 나누어진 팀은 각각 효율적인 일정 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업무와 협업을 이루어 낸다. 더불어 유연근무제, 야근 사전 결제 시스템 도입은 실질적인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에 기여하며, 전반적인 직무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회사 내 탄력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소라 선임 디자이너)

 

일과 삶을 공유하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일해서 돈 버는 곳. 하지만 일하고 돈만 버는 회사는 미래가 없으며 함께 바라볼 비전이 없으면 발걸음에서 점점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일하며 발전하고 놀며 삶을 공유하는 재밌고 편한 회사가 좋다. 그래서 업무 시간은 너무나도 바쁘지만 리프레시데이와 문화데이, 필드트립을 진행할 때는 열심히 놀며 배운다. 매달 행사가 있는 셈이다. 모든 행사에는 구성원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거나 가고 싶었던 곳에 간다. 좋은 장소를 보며 즐기며 경험한다. (홍지송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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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일과 삶을 공유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조경설계호원(HOWON)은 사회적 공공 가치 구현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모든 과정에서 도전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적 디자인 스튜디오를 구성하고자 조직의 체계와 운영을 중시한다. 디자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섭렵하며 미래 지향적 디자인 오피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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