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이란 표현은 흔히 좋은 작품을 빗대는 수사로 자주 쓰인다. 이 수사가 붙은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란 장르가 추구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그림 같은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폰타나는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인으로부터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여행 도중 우연히 도심에서 선명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라가 1967’로 폰타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폰타나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운명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색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는데, 폰타나는 당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큰 변화를 불어 넣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페라리,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폰타나의 작품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로 이어지는 네 개 섹션은 자연과 도시, 인물 등이 등장하는 일상적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그림자, 자연의 장엄한경관 속 선명한 색과 패턴의 조화는 마치 회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 환경과조경 419호(2023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