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리스트
- [에디토리얼] 오슬로의 추억
- 노르웨이 오슬로에 거점을 둔 글로벌 디자인 그룹 스뇌헤타(Snøhetta)의 최근 조경 작업들로 이번 호 특집을 엮었다. 스뇌헤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조경가 이슬의 메일을 처음 받은 게 지난해 7월이니, 기획과 편집에 여덟 달 가까운 공을 들인 셈이다. 스뇌헤타 네 글자만 믿고 곧바로 특집호 편집을 결정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스뇌헤타 특유의 수평적 작업 문화가 디자인 과정과 작품 생산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조명하고 싶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설계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뇌헤타의 공동 대표 셰틸 토르센(Kjetil Thorsen)이 한 잡지와 가진 인터뷰의 인상적인 구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뇌헤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민주적”이라고 답했다(월간 『디자인』 2018년 9월호). 스뇌헤타 뉴욕 오피스를 취재한 어느 기자는 작업 공간을 가로지르는 아주 긴 대형 테이블을 자세히 관찰해 묘사하며 그들의 작업 태도를 “투명성, 다양성, 교차성”이라고 표현했다(『Metropolis』 2015년 11월 10일). 이번 특집 지면 곳곳에서 볼 수 있듯, 스뇌헤타가 생산한 작품들의 핵심 개념인 대화와 관계, 맥락과 문지방(threshold)은, 시니어와 주니어 디자이너가 평등하게 발언하며 교류하고 건축가, 조경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가 고유 영역을 허물며 협력하는 그들의 작업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스뇌헤타의 제안 메일에 가슴이 뛴 더 큰 이유는 실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의 추억 때문이었다. 2019년 9월, 피오르와 뭉크의 도시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조경가협회IFLA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매일 비가 내려 뭉크의 ‘절규’보다 더 우울했던 첫 방문 때와 달리, 두 번째 여행에서 만난 오슬로는 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언덕이 절묘한 비율로 혼합된 녹색 도시 그 자체였다. 낙후한 구도심 항만에서 활기찬 워터프런트로 탈바꿈한 비외르비카(Bjørvika) 지역의 문화적 앵커가 오슬로 국립 오페라하우스다. 배를 타고 다가가며 보거나 해변을 산책하며 멀리서 보면, 오페라하우스의 형태가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빙산이 육지에 얹혀 있는 모습임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다. 스뇌헤타는 순백의 대리석과 화강석 판을 힘찬 수평선과 사선으로 엮어 북구와 노르웨이 자연의 아이콘인 빙산의 형상을 재현했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형태 재현의 강렬함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완만한 경사의 외부 공간이 바다로, 건물 지붕으로 바로 연결되는 경험의 흐름이었다. 맥락을 존중하고 경계와 관계를 넘나드는 스뇌헤타 디자인의 특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고급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마치 뒷산에 오르거나 공원을 산책하듯 부담 없이 걷다 보면 오페라하우스 지붕 위에 오를 수 있다. 도심의 낭만적인 경관과 협만의 피오르 풍경을 한눈에 품고 내려다볼 수 있다. IFLA 행사 마지막 날, 오페라하우스 지붕에 몸을 눕히고 오슬로의 장엄한 석양을 마음에 눌러 담았다. 곧 코로나19 시대가 닥쳤고, 오슬로는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 도시로 남게 되었다. 스뇌헤타로부터 날아온 메일에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최종 교정을 보며 남기준 편집장은 “이번 호는 정기구독 외에 서점에서도 많이 팔릴 것 같다”는 전망을 했다. 25년 잡지 경력의 편집자 말이 틀릴 리 없을 테다. 비교적 잘 알려진 타임스퀘어와 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는 물론이고 라스코 Ⅳ, 맥스 Ⅳ,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트라엘비코센, 페르스펙티벤베그 등의 근작에서 스뇌헤타의 조경을 관통하는 적응과 경계의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만날 수 있다. 참, 조경가 이슬의 열정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이번 스뇌헤타 특집을 꾸리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화여대와 서울대에서 환경디자인과 조경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도시설계‧계획을 전공한 그는 MVRDV를 거쳐 2019년부터 스뇌헤타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 [풍경 감각] 풍경 도둑
- 나의 산책 코스는 동네 아파트 단지였다. 곳곳의 작은 쪽문을 통해 들어서면 산수유 길, 조팝나무 길 같은 산책로가 있었고, 이 길들은 크고 작은 정원과 어린이 놀이터, 연못과 인공 실개천, 광장, 테니스장으로 연결되었다. 꽃 사진 찍는 사람들과 재잘거리는 아이들, 비 오는 날의 개구리 소리, 우비 입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우비 입은 사람. 무해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지난 봄부터 발길을 끊었다. 산수유가 지고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필 무렵 아파트 단지 외곽에 진회색 울타리가 들어섰다. 누구나 드나들던 쪽문에는 입주자 카드나 비밀번호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 문이 설치됐다. 낯선 인기척에 잠 못 이루는 이가 있었던 걸까. 소음, 보안, 그리고 코로나19……,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짐작 가는 원인은 여럿이다. 여전히 경비원이 상주하는 정문과 배달 차량 출입로는 열려 있지만 풍경을 도둑질하는 기분이라 들어갈 수 없다. 닫힌 문 앞에는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들이 서성이곤 했다.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시장에 다니던 분들인데, 입주자가 지나갈 때 열린 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먼 곳으로 작업실을 옮긴다. 내가 다른 산책 코스를 만드는 동안, 그 아파트의 문은 계속 잠겨 있을까? 할머니들은 계속 기다릴까? 아니면 장본 것을 끌고 빙돌아 집으로 돌아갈까? 봄이 오면 진회색 울타리 안에 노란 산수유와 하얀 조팝나무 꽃이 필 것이다.
- 스뇌헤타
- 스뇌헤타는 1989년 크레이그 다이커스(Craig Dykers)와 셰틸 토르센(Kjetil Thorsen)이 세운 건축·디자인 사무소다. 본래 건축 사무소로 출발했지만 2008년 스뇌헤타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스뇌헤타는 여전히 홈페이지(snohetta.com)를 업데이트하고 꾸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메인 화면에서 스뇌헤타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는 몇몇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스뇌헤타입니다. 우리는 건축, 조경, 인테리어, 제품을 설계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합니다.” “스뇌헤타는 30개국에서 온 240명 이상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 간의 상호작용은 우리가 디자인하는 공간과 우리가 작동하는 방식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단일한 걸작이라기보다는 일련의 맥락적 실험의 한 표본입니다.” 네 개 문장에서 엿볼 수 있듯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대화와 관계는 스뇌헤타의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스뇌헤타에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건축가, 조경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가 있다. 이들은 자유롭게 교류하며 융합적인 사고로 프로젝트에 접근한다. 크레이크 다이커스는 이 작업 방식을 트랜스포지셔닝(transpositioning)(자리 바꾸기)이라 부른다.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대형 테이블은 이러한 스뇌헤타의 설계 태도를 잘 드러낸다. 넓게 열린 테이블은 점심시간 식사 장소로 쓰일 뿐 아니라 회의, 디자인 샤레트 등 다양한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테이블을 지나는 누구든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성별, 전공, 나이,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는 스뇌헤타가 중요시 여기는 또 다른 가치인 평등과 투명성을 보여준다. 이번 특집은 광범위한 스뇌헤타의 디자인 영역 중에서도 ‘조경’을 조명한다. 설계 철학을 담은 에세이는 “부지와 맥락, 건물과 경관, 공공과 민간, 문화와 물성,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게 될 것 사이”에 자리 잡은 ‘문지방(threshold)’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아홉 개 프로젝트에서 문지방 개념을 이용해 건축과 유연하게 관계 맺고, 문화와 경관의 연결고리를 탐구하고, 사람과 경관을 더욱 깊게 연결시키는 조경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함께 수록한 이유미의 글은 시각적 영향력을 넘어선 기능적 조경의 가치를 짚는다. 글 속에 수록된 스뇌헤타 조경 팀과의 인터뷰에서 조경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스뇌헤타의 건축과 조경을 아우르는 키워드인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만나볼 수 있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협력 이슬 디자인 팽선민
- [스뇌헤타] 스뇌헤타의 어제와 오늘
- 스뇌헤타(Snøhetta)는 30년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공공 및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여정은 1989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의 새 도서관 건립 공모전에서 입상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뉴욕 세계무역센터 911 메모리얼 파빌리온을 비롯한 수많은 건축물의 설계 의뢰를 받았다. 사무소 설립 후 우리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고유한 접근 방식을 유지해왔다. 건축, 조경, 인테리어, 제품, 그래픽, 디지털 디자인, 미술 등을 통합해 다채로운 프로젝트에 적용했다.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은 스뇌헤타를 이끄는 본질적 원동력이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오슬로, 파리, 인스부르크에서 홍콩, 선전, 애들레이드, 멜버른,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스튜디오에 근무하는 350명 이상의 직원과 스뇌헤타의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현재 뉴욕의 라이터스(Writer's) 도서관, 오슬로의 굴하우그(Gullhaug)( 광장, 칸의 라 크루아제트La Croisette) 재개발, 중국의 베이징 도서관, 상하이 그랜드오페라하우스 등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완공작으로는 덴마크의 에스비에르 해양센터(Esbjerg Maritime Center), 노르웨이의 볼더 캐빈(Bolder Cabin)s, 뉴욕의 550 매디슨(Madison) 정원, 덴마크의 오르드룹가드 미술관(Ordrupgaard Museum) 증축, 뉴욕 코넬 대학교 경영교육센터와 호텔, 파리의 르몽드 그룹(Le Monde Group) 본사, 유럽 최초의 수중 레스토랑인 언더(Under), 타임스퀘어(Times Square) 재설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확장, 라스코(Lascaux IV) 국제 동굴벽화박물관, 브라퇴르카이아(Brattørkaia) 발전소, 노르웨이의 새로운 지폐 디자인 등이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스뇌헤타] 스뇌헤타의 조경 철학
- 스뇌헤타 산 1980년대 후반 스뇌헤타 설립 이후, 조경은 우리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다. 조경은 스뇌헤타 내 우뚝 선 전문 분야일 뿐만 아니라 스뇌헤타를 정의하는 그 자체다. 우리의 조경 작업 방식 중 하나는 ‘문지방(threshold)’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부지와 맥락, 건물과 경관, 공공과 민간, 문화와 물성,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게 될 것 사이의 문지방, 즉 유연한 경계를 다룬다. 매체로서 경관의 상호의존성과 섬세함이 이 개념에 녹아든다. 스뇌헤타라는 이름은 노르웨이의 홀로 선 고산에서 따온 것이다. 스뇌헤타 산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지만 누구나 닿을 수 있는 경관이다. 그곳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공유지의 일부다. 주변을 둘러싼 툰드라와의 문지방은 불분명하지만 정체성이 뚜렷한 경관을 보여준다. 우리의 조경은 이런 경관의 이중성을 투영해 뚜렷하면서도 유연한 문지방의 개념을 추구한다. 개인과 집단의 직관 경관은 유연하고 섬세하게 엮이고, 연결되는 동시에 구별된다. 스뇌헤타의 디자인 작업은 이러한 단일성과 집단성 사이의 경계점을 탐색하고 실험한다. 스튜디오 내 개인은 각자 훈련하고 전문성을 갖추지만, 스뇌헤타라는 전체로 보일 때 가장 돋보인다. 스뇌헤타의 조경가들은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래픽과 디지털 디자이너, 예술가와 제품 디자이너 사이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꾸준히 협력하면서 조경가의 전문성을 발휘해 작업을 이끈다. 이들 사이에서 조경은 전문성, 전문 기술, 이해도를 갖춘 견고한 전문 직능이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조경은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의 접근성과 공공에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한다. 또한 식생, 새와 동식물 같은 생명체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공간을 디자인한다. 전문 분야의 협업에서 비롯되는 긴장감과 에너지는 종종 디자인 개념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각 분야가 가진 관례에도 불구하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적절히 발휘할 때 다른 분야와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다. 조경은 스뇌헤타의 모든 작업과 깊게 연관되어 있고, 우리는 아주 단순한 설계로 조경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높은 봉우리는 산과 계곡을 구분 짓게 하지만, 계곡이 끝나는 지점과 산의 능선이 시작하는 지점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조경에 대한 우리의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개별적인 디자인보다 다양한 경관 속 한 요소로서 디자인을 추구한다. 우리가 조경가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분야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디자인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화의 교차점 경관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경관은 자연이라는 캔버스에 겹쳐진 인간의 활동과 개념이다. 동시에 경관은 문화이자 자연이며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매체이자 종종 사회가 관여한 결과다. 스뇌헤타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이 문화와 자연 경관의 문지방에서 발생한다고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문화와 경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기술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핵심 도구로, 실용적 해결 방안이자 사람들이 더 정체성 뚜렷한 경험을 하도록 돕는 요소다. 그것은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 한다. 노르웨이 북대서양 연안의 트라엘비코센(Traelvikosen)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섬세하게 배치한 석재 블록은 기존 경관에 조용히 개입해 바다의 자잘한 바위 노두와 해안을 연결한다. 이 디딤돌은 방문객이 도착한 그 시점에 발생하는 일시적 변화와 시간에 대한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기후와 조수, 먼발치의 산은 이 경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경험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은 더 넓은 경관을 읽는 방법이자 방문객에게 경관을 그 자체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조경가로서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읽고 분석하는 방식을 배웠다. 전 세계 9개의 스튜디오를 둔 스뇌헤타는 캐나다의 대초원에서부터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까지, 동물과 식물, 지구과학, 지리, 기후, 역사와 문화와 같은 고유한 특성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자연을 고려하는 일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이때 인간과 자연을 잇는 중요한 도구로 내러티브를 사용한다. 우리는 부지와 건축적 개입을 연계하는 핵심 도구로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뇌헤타는 어떤 고정된 형식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각 디자인과 표현은 대상지, 이용자, 장소 그 자체에서 출발해 선입견 없는 자유로운 스튜디오 내의 유연한 협업으로 발전한다. 물성과 이용자 사이의 대화 조경은 물리적 세계와 추상적 세계의 문지방에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사람, 커뮤니티, 문화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과 과정에서 이용자의 측면을 고려한다. 대화는 상호 교환, 즉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람 사이의 대화뿐 아니라 경관과의 대화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경관은 오랜 시간 인간의 생활상과 신념, 가치를 덧칠해온 캔버스다. 경관을 이해하는 일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지역 사회와 장소의 내일을 설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상지의 위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은 과거와 현재의 가치와 이야기를 공간에 투영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경관은 보존의 가치와 대통령 개인의 인상을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된다. 방문자는 건축과 조경이 한데 어우러진 다양한 서식지를 목격하고 스스로 해석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상지를 이해하고 그 활동에 참여하며 보존, 교육, 유산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뇌헤타의 모든 디자인은 사람, 과정,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발전한다. 여기서 사람은 클라이언트, 이해관계자, 디자인 팀, 컨설턴트, 사용자를 의미한다. 즉 하나의 프로젝트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성을 의미한다. 상호 관계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이다. 수많은 유형의 프로젝트에서 조경은 대화와 소통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스뇌헤타에서 대화는 조경 철학의 핵심이다. 이러한 대화는 디자인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과 프로젝트 자체를 연계하는 가교가 되어준다.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그 자체로서의 중요성,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다. 경관과 인간 우리 세계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은 어느 시간에 한 장소를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방식에 의해 정의된다. 물리적 힘은 실질적 연계 방식을 규정하지만, 경관과 지형은 그 실현 방식을 정의한다. 전치사는 경계 그 자체이며, 인간과 경관 간의 관계와 맥락과 세계의 관계를 규정한다. 즉 그 위든 아래든, 넘어서든 옆에서든 통해서든, 우리와 세상을 연결하는 그 모든 관계는 전치사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스뇌헤타 조경의 개념과 접근 방식이자 디자인을 실현하는 근본 도구다. 조경은 경관의 순수한 본질에 대한 우리의 철학이자 이를 실현하는 장치다. 스뇌헤타 산의 만년설은 봄에 녹고 겨울에 쌓인다. 한 개체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은 언제나 순간이지만 또 언제나 뚜렷이 구분된다. 물리적 경관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뚜렷한 순간들로 구성되지만 동시에 구별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우리의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경계와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다른 분야와 어우러지는 동시에 우리만의 고유한 전문성과 가치로 구별된다. 우리는 이런 경계를 식별하고, 탐색하고, 다시 정의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 [스뇌헤타] 라스코 IV 국제 동굴벽화박물관
- 라스코 IV, 새로운 국제 동굴벽화박물관 프랑스 몽티냑(Montignac)의 라스코(Lascaux IV) 국제 동굴벽화박물관(이하 라스코 IV)은 몰입형 교육 경험을 통해 선사시대 라스코 동굴 벽화를 색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이곳에는 역사적·종교적 가치가 높아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선사시대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리는 20,000년 전 벽화가 있는데, 구석기시대 예술 중 잘보존된 사례로 손꼽힌다. 우리는 SRA 아키텍츠, 무대 디자이너 카슨 만(Casson Mann), 고고학자 팀과 긴밀히 협력해 통합적 박물관과 교육 경험을 완성했다. 라스코 IV는 경험 중심의 스토리텔링 기술과 벽화를 그대로 복제한 작품을 통해 동굴 벽화를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객은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느끼며 마치 동굴 벽화를 처음 발굴한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지리학적 조건 라스코 IV는 울창한 숲이 있는 언덕(보호 구역)과 농업이 발달한 베제레 골짜기(Vézère Valley)가 만나 독특한 경관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우리는 벽화의 형성과 보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리학적 조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러 동굴과 틈새를 만드는 다공성 석회암에서 모티브를 얻어 경관에 얇은 칼자국을 내는 듯한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는 조경과 건축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형태와 물성을 이용해 박물관을 거대한 덩어리처럼 표현했는데, 이는 주변 자연과 언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대한 암석층을 반영한 것이다. 건물 주변으로는 새로운 공공 농업 경관이 펼쳐진다. 경험 조경 공간은 박물관의 외부와 내부, 주차 공간, 저수지, 농경지, 초화 정원, 거울 연못, 옥상 녹화 공간(8,500㎡), 숲 경계면 복원 구역과 소로 및 포장 구역인 박물관 주변 공간(75,000㎡)으로 구성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공간의 순서에 따라 방문객의 경험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로비에서 출발한 방문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도착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몽티냑과 베제레 골짜기의 장대한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옥상의 경사를 따라 숲의 경계를 향해 가다보면 동굴 복제실의 입구에 다다른다. 구불구불한 소로와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 경사면 바닥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은 시공간을 통한 일종의 정신적 전환을 일으킨다. 전환을 겪으며 방문객들이 1940년 동굴을 처음 발견했을 때와 같은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복제실을 나선 방문객은 동굴 정원이라 불리는 전환 지점에 도착한다. 이 파티오(patio)는 강렬하고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동굴 복제실에서의 경험에서 벗어나 다시 외부의 주변 맥락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제공한다. 하늘과의 관계, 식물의 존재, 흐르는 물의 소리가 그 순간을 만들어낸다. 방문객은 언덕에 둘러싸인 위요된 전시 공간에서 빛이 가득한 로비와 전환 지점에 이르기까지 분위기, 빛, 강렬함의 급격한 차이를 겪게 된다. 내리막과 오르막, 내부와 외부, 땅과 하늘, 자연과 예술의 병치는 동굴에서의 경험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식재 조경 설계는 이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적, 문화적 경관을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강화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박물관 옥상에는 높게 자라는 그라스류를 식재해 주변 언덕과 어우러지게 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관목으로 생울타리를 만들어 공개 공간과 유료 공간을 구분했다. 박물관 입구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가다 보면 건물 앞 평지에 주변 농경지의 특징을 강화해 연출한 녹지 공간이 나타난다. 여러 종류의 초화 언덕으로 구성한 완만한 화단과 농작물을 연속적으로 심은 곳으로 나뉜다. 빗물을 저류하기 위해 늪지대 식물을 심은 대형 저수지도 마련했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화단은 색상별로 나뉜 작은 초화 정원이 되었다. 100종 이상 다양한 꽃을 심어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 풍부한 색채와 다채로운 향기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글 Snøhetta Architect, Landscape Architect, Interior Architect Snøhetta Associate Architect SRA Architectes Associate Architect, Study Phase Duncan Lewis ScapeArchitecture Scenography Casson Mann Client Conseil Général de la Dordogne Location Montignac, France Area Ground: 11,400m2 Total Floor: 8,365m2 Total Plot: 53,065m2 Completion 2016 Photograph Eric Solé, Jean-François Tremege, Luc Boegly and Sergio Garzia, Rune Veslegard, Snøhetta
- [스뇌헤타]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 미술관 별관 덴마크 코펜하겐 북쪽 지역의 예게르스보르(Jægersborg)에 조성된 낭만주의 양식의 공원에는 오르드룹가드 미술관(Ordrupgaard Museum)이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미술관은 프랑스와 덴마크의 예술품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었고, 공원에는 대규모 조각품이 전시됐다. 미술관 건물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된 대저택이었다. 2005년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유리와 흑색 화산암재 콘크리트로 1,150m2 규모의 현대식 건물인 별관을 새로 지었다. 새 별관은 지하로 확장되어 미술관과 공원을 세심하게 통합하는 동시에 조경과 건축의 조화를 이뤄낸다. 미술관과 공원 전체를 아우르면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소로는 특별전이 개최되는 별관과 상설전이 열리는 미술관으로 연결된다. 스뇌헤타는 건물 주변 조경과 다섯 개의 새로운 지하 공간의 설계를 담당했다. 석조 아트리움과 구조물 공원의 여러 구역 중 기존 건물과 미술관 입구 앞 공간인 ‘세 번째 화단(parterre)’을 설계했다. 주요 요소는 땅 속으로 반쯤 파고든 모양을 지닌 직사각형 석조 아트리움이다. 아트리움 한가운데에는 설계한 공간 중 가장 큰 규모의 공간이 있는데, 멀리서 봤을 때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고 철강으로 뒤덮인 듯한 형태다. 그러나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듯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물 고유의 형태가 드러나고 주변 자연과 함께 빛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직사각형의 각 면을 여러 각도로 자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광택을 냈다. 이로써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다양해졌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Architect and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Client SLKS, Slots og Kulturstyrelsen Location Charlottenlund, Denmark Area 1,750m2 Completion 2021 Photograph Laura Stamer, Snøhetta
- [스뇌헤타] 이드라 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
- 2018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압둘아지즈 국왕이 프로젝트 초석을 놓은 지 10년 만에 10만m2 규모의 이드라–킹 압둘아지즈 세계문화센터Ithra-King Abdulaziz Centre for World Culture(이하 이드라)가 대중에게 공개됐다. 건물과 주변 경관은 방문자에게 다양한 문화시설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과거의 유산을 기리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담긴 문화 시설과 프로그램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상지는 다란(Dhahran)의 고온 사막에 있으며, 고염수의 페르시아 만 인근 도시 담맘(Dammam)에서 남쪽으로 13km가량 떨어져 있다. 이러한 스텝 기후 조건에 이드라의 상징인 조약돌 모양의 구조물(이하 조약돌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30년대 후반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California Arabian Standard Oil Company)는 대상지 인근 럭키 웰Lucky Well 7번 유정에서 석유를 발견했다. 사우디는 이 유정 덕분에 막대한 부를 얻었으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네 개의 조약돌 가까이 다가가도 사라지지 않는 신기루처럼 하늘을 향해 110m 높이로 뻗어 있는 메인 타워는 열을 반사하며 반짝거리는 매끈한 입면을 자랑한다. 탑 형태의 메인 타워 주변에 조약돌 건물 네 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도서관, 대극장, 대회당은 지면에 놓여 있는 돌처럼 보인다. 나머지 한 동인 키스톤(Keystone)은 왼쪽의 메인 타워와 오른쪽의 도서관 사이에서 기울어진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 각 건물은 물리적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도 저마다 고유한 성격을 띤다. 키스톤은 건물을 단단히 지탱하는 로마의 아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키스톤을 포함한 조약돌 건물은 구조적으로 서로를 떠받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형태를 유지한다. 문화적 상호 의존성의 개념이 반영된 아치 구조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힘과 아이디어를 한데 모을 때 통합적 문화를 만들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 가지 시간의 연결 문화적 상호 의존성이라는 콘셉트를 과거부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타임라인과 연결했다. 이를 통해 역사와 과거로부터 동시대의 문화 그리고 미래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타임라인을 건축적 표현으로 드러냈는데, 건물의 일부는 과거를 상징하는 기반 위에 세우고,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는 건물로 미래를 형상화한다. 미래에 대한 상징은 건물의 기능성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Architect and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Client Saudi Aramco Location Dhahran, Saudi Arabia Area 100,000m2 Completion 2018 Photograph Frans Parthesius, Ivan Brodey, Oddbjorn Farkvam, Snøhetta
- [스뇌헤타] 맥스 IV 연구소
- 스웨덴 남부 룬드(Lund)에 위치한 맥스 IV 연구소(MAX IV Laboratory)(이하 맥스랩)의 설계 목표는 싱크로트론(synchrotron) 연구실을 위한 기능적 조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맥스랩은 스웨덴 연구위원회(The Swedish Research Council)와 룬드 대학교(Lund University)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립 연구소다. 포야브 건축설계사무소(Fojab Architects AB)가 시설 설계를 맡았고, 스뇌헤타는 19헥타르 규모의 공원을 설계했다. 맥스랩은 2016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진동 완화, 빗물 관리, 도시의 지속가능성 목표 도달 등을 고려해 경관을 디자인했다. 맥스랩의 또 다른 목표는 농업 지대를 과학 도시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룬드 북동쪽 지역을 변화시키려는 광역적 계획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연구 센터가 아닌 녹지 공간이 있는 연구 센터로서 공공 공간에 변화를 불어넣고자 했다. 대상지는 녹지 위에 위치하는데, 여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사진 언덕 위 초원은 연구 시설 야외 공간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진동 완화와 매스 밸런스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진행한 실험을 통해 인근 고속도로 E22의 차량 통행이 연구실에서 하는 실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동을 유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경사면과 불규칙한 표면을 조성해 진동의 정도를 감소시키고자 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굴착토를 재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지형을 깎고 메우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싱크로트론이 더 이상 대상지에 존재하지 않게 됐을 때 토지를 농업용으로 전환하는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GPS로 제어되는 불도저에 디지털 3D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한 번의 작업으로 절토한 토양을 최종 목적지에 운반했고, 대상지 밖으로 토양을 내보내지 않았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Architect Fojab Architects AB Collaborators Tyrens Engineers Client Fastighets AB ML 4 Location Lund, Sweden Area 19ha Completion 2016 Photograph AB ML 4, Mikal Schlosser, Tobias Selnaes Markussen, Snøhetta
- [스뇌헤타] 라 크루아제트 칸 워터프런트
- 매년 5월,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라 크루아제트(La Croisette)로 이어지는 칸(Cannes) 해안을 따라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린다. 라 크루아제트와 그 일대는 1960년대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1800년대만 해도 농업과 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마을이었다. 1830년대 영국의 대법관 브로엄 경(Lord Brougham)이 우연히 방문해 칸 해안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정착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브로엄을 따라 귀족들이 하나둘 별장을 지었고, 시간이 흘러 라 크루아제트는 아름다운 해안도로에서 오늘날의 번화한 거리로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도시 중심부에는 고급 상점과 궁전,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해안가는 공공 해변, 궁전과 연결된 사적 해변으로 이어져 있다. 공공 공간 아르데코(Art Deco)의 영감을 받은 칸 궁전을 참고해, 대상지의 독특한 위치를 부각하며 거리를 개선하고자 했다. 더 푸르고, 더 개방적이며, 더 접근하기 쉬운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편의 시설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워터프런트의 둥근 형태를 따라 해안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배치해, 지중해 해안을 향하는 매혹적이고 감각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계단이 형성하는 둥근 형태는 만을 감싸고 도시와 바다, 사람들을 서로 연계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Partner Architect L’Atelier d’urbanité Roland Castro Engineering Firm WSP Client City of Cannes Location Cannes, France Area 2.6km Timeline Phase 1: 2025, Phase 2: 2027, Phase 3 & 4: 2028 Photograph A’U Roland Castro & Snøhetta / MIR
- [스뇌헤타] 타임스퀘어
- 타임스퀘어 재건축 프로젝트는 맨해튼 중심 10,117m2 규모의 혼잡한 보행 공간을 세계적인 광장으로 바꾸었다. 섬세한 설계로 보행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상과 지하의 주요 시설과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 및 통합함으로써 보행자들이 편안하게 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 안전 도모, 대기 질 상승, 지역 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낸 이 프로젝트는 도시 경관이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와 세계 커뮤니티에 신체적·심리적·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광장은 공공 생활의 역동성을 보여 주는 동시대의 대표적 장소이자 뉴욕의 중심인 타임스퀘어를 되살리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공간 매일 평균 약 33만 명이 타임스퀘어를 지나간다. 공간에 활기를 부여하기 위해 대상지를 방문하는 군중의 규모와 동선 패턴을 파악해야 했다. 대상지의 나비넥타이 형태를 고려한 정돈된 보행 공간과 야외 무대를 디자인함으로써 응집력 있고 영구적인 보행 광장을 조성했다. 조성 후 광장의 보행자 공간은 2000년보다 두배 더 넓어졌다. 47번가와 브로드웨이 남쪽 도로가 폐쇄되기 이전에는 남북으로 통행하는 차량이 많았고, 브로드웨이 교차로가 만나는 지점에 병목 현상이 발생해 보행자와 차량 간 사고 위험이 높았다. 좁고 붐비는 보행로는 보행자가 차도로 나오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혼잡한 차량 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보행자 부상은 40% 감소했고, 교통사고는 15% 줄었으며 전반적인 범죄율이 20% 감소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Architect and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Mathews Nielsen Landscape Architects Broadcast Engineering Bexel Structural Engineering Buro Happold Security Consulting Ducibella Venter and Santore Lighting Design Arup, Leni Schwendinger Light Projects Security Design Review Rogers Marvel Architects Civil Engineering, Traffic Engineering, Utilities ThorntonTomasetti Weidlinger Transportation Practice Security Engineering Thornton Tomasetti Weidlinger SecurityEngineering Practice MEP Engineering Wesler Cohen Client NYC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 NYC Department ofDesign and Construction Location Times Square, New York, USA Size 25,000m2 Completion 2017 Photograph NYC DOT, Michael Grimm, Snøhetta
- [스뇌헤타] 550 매디슨 정원
- 550 매디슨 애비뉴 41층, 면적 85만m2에 달하는 550 매디슨 애비뉴는 1984년 준공되어 통신 및 미디어 회사인 AT&T가 단독 입주해 사용했던 건물이다. 최근 뉴욕의 역사적 랜드마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라얀(Olayan) 그룹은 6년 여간 이 건물의 웰니스를 향상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프로그램과 편의 시설로 재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물 내부에 마련된 550 매디슨 정원(Madison Garden)도 그중 하나다. 550 매디슨 애비뉴 재활성화 프로젝트는 공공 공간에 개방감, 경이로움, 자유로움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일련의 뉴욕 미드타운 프로젝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정원 설계를 통해 건물 내부를 주변 도로에서 접근이 용이하며 풍부한 식물을 만나볼 수 있고 눈에 띄는 공공 공간으로 바꾸어놓았다. 로비의 창문과 상업 시설은 기존 건물을 설계한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의 안을 존중해 새롭게 디자인했다. 정원 550 매디슨 정원은 파 이토(Phyto), 더트컴퍼니(The Dirt Company), 사이트웍스(SiteWorks), 아럽(Arup), 애덤스 건축 사무소(Adamson Associates Architects)와 협력해 만든 정원이다. 550 매디슨 애비뉴와 인접하고 폐쇄되었던 건물 내부의 통로에 만들어졌다. 정원에는 종 다양성을 고려해 48그루의 교목, 200그루의 관목, 6,300개의 구근 식물을 식재하고, 나무 아래 하층에는 1,000개의 초본류를 배치했다. 휴게 공간과 공공 화장실,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도 있다. 정원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노동자와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정원은 21,300m2 규모로 기존 공공 공간보다 두 배 정도 넓은 크기다. 고요한 수공간과 서로 다른 구조물을 중심으로 다섯 개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랜드(Upland), 로우랜드(Lowland), 휴식처 등 독특한 구역도 찾아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of Record SiteWorks Architect of Record Adamson Associates Architects Horticulturalist Phyto Studio Lighting Designer Arup Client Olayan Group Location New York, USA Area 21,300m2 Timeline 2017 ~ ongoing Photograph Snøhetta
- [스뇌헤타] 트라엘비코센 경관로
- 바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 바쁨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연과 많이 접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얻는 신체적 효과와 중요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트라엘비코센(Traelvikosen) 프로젝트에서는 독특한 것에 주목했다. 세부 요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설계를 통해 멀리서 지켜보거나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방문자가 자연에 몰입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방문자가 속도를 늦추고, 관찰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지하도록 의도적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이는 자연 그 자체와 자연을 어떻게 돌봐야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한다. 아름다운 길 30여 년간 노르웨이 공공도로공사는 아름다운 노르웨이 경관로(Norwegian Scenic Routes)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여행자가 편리한 시설뿐 아니라 혁신적 건축과 절경 속에서 영감을 자극하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우리는 아름다운 경관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통된 11개 길 중 하나인 트라엘비코센을 설계했다. 해안과 피오르(Fjords) 강, 산과 폭포를 따라 보이는 독특한 자연 경관을 관통하는 트라엘비코센은 노르웨이 주요 도로의 대안으로 고안됐다. 이 프로젝트는 관광 산업의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덜 알려진 지역을 대중에게 알리고, 탐험하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목표 트라엘비코센은 노르웨이 소도시 브뢰노위순(Brønnøysund) 북쪽에 있는 피오르 강 하구에 위치한다. 우리는 2018년 12월, 처음 대상지를 방문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에 뒤덮인 바위 등 지리학적 관점으로 접근할 만한 풍부하고 다양한 특성을 발견했다. 거대한 규모의 모래 바닥에는 다양한 종이 자라고 있었다. 얕은 강 하구는 큰 조수 간만 차로 인해 하루 종일 색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자연을 경험하도록 휴식 공간과 주차장, 시설물을 만드는 것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설정했다. 조수 간만 차를 활용한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서 기초에 대한 연구와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했다. 네 개의 돌을 활용해 1년 동안 테스트한 결과, 기초를 타설하지 않고 쇄석으로 마감하는 것이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속에 놓인 55개의 디딤돌 트라엘비코센의 시설물은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물속에 놓인 55개 디딤돌은 자연의 부드러운 형상과 대비를 이룬다. 디딤돌은 해변에서 모래 바닥을 가로질러 보이는 작은 섬과 토르그하텐(Torghatten) 산을 향해 놓여 있다. 디딤돌이 썰물일 때는 완전히 보이고, 밀물일 때는 사라지는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안이 지닌 작은 디테일부터 웅장한 풍경까지 경험하고 나아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물이 밀려들고 나감에 따라 새로운세부 요소와 풍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불필요한 동선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섬세한 계획을 세웠다. 시공 과정에서 바닥에 건성용 매트를 깔아 기계의 출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디딤돌은 현지에서 조달했고, 노르웨이 보되(Bodø)에 있는 채석장 에젠 그라니트(Evjen Granitt)에서 조각하고 가공했으며 배로 운반했다. 밀물과 썰물, 그리고 자연 요소 트라엘비코센의 모래 바닥에는 자세히 들여다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요소가 있다. 갯지렁이가 만든 작은 피라미드, 이동하는 달팽이의 자국, 독특한 형태를 가진 둥근 돌, 구불구불 흐르는 강의 모습 등, 이 요소들은 하루 종일 변하고, 주변 환경 또한 끊임없이 달라진다. 맑고 푸른 물로 덮이기 전인 썰물 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지만, 물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하면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진다.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Client The Norwegian Public Roads Administration Location Traelvikosen, Norway Completion 2022 Photograph Ivar Kvaal, Snøhetta
- [스뇌헤타] 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 노르트케테(Nordkette) 케이블카 운행 구간에 조성한 페르스펙티벤베그–전망로P(erspektivenweg-Path of Perspectives)는 고산을 등반하는 파노라마 트레일 코스를 따라 10개의 연속된 건축적 요소를 보여준다. 코스에 조성된 구조물에서 인스부르크(Innsbruck) 노르트케테 산맥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르트케테는 인스부르크의 티롤 지방(Tyrolean) 북부 석회암 알프스에서 가장 큰 카르벤델 산맥(Karwendel) 중 최남단에 위치한다. 훙게르부르크(Hungerburg)와 노르트케테의 산악 기차 푸니쿨라(Funiculars)를 타면 도심에서 해발 1,905m에 위치한 제그루베(Seegrube)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알프스의 드넓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로가 펼쳐진다. 2.8km의 험준한 파노라마 트레일 코스에 새롭게 조성한 건축 요소들은 방문자들이 고도의 변화를 체험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망대 길을 거닐다 마주치는 구조물은 장엄한 경관과 매끄럽게 어우러지며, 고산 위의 다양한 시점에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벤치에서 전망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는 등반 코스의 분기점 역할을 하며, 만남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마치 지형을 뚫고 지상으로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전망대는 경관의 가장 자리 너머로 우아하게 뻗어 나오며 지형 변화를 강조한다. 전망대에 선 방문객들은 아래쪽에 있는 로어 인 밸리(The Lower Inn Valley)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발 아래의 금속 격자는 마치 지형 위에 떠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수목 한계선에서 소나무 식생으로 변하는 지점에 설치된 계단을 거닐며 식생 변화를 알아 차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글 Snøhetta Landscape Architect Snøhetta Partner Allan Janik Client Innsbrucker Nordkettenbahnen Location Innsbruck, Austria Area 2.8km Completion 2018 Photograph Christian Flatscher, Innsbrucker Nordkettenbahnen, Lea Hajner, Patrick Lüth, Quirin Müller, Snøhetta
- [스뇌헤타] 적응과 진화, 경계와 대화의 조경
- 설계와 시공의 디지털화 스뇌헤타의 조경 프로젝트 중 처음 주목한 작품은 맥스 IV 연구소의 랜드폼(landform)이었다. 원형 건축물을 구심점 삼아 펼쳐지는 물결 패턴의 지형을 보면서, 자연물의 프랙탈(fractal) 패턴이 모티브일 것 같기도 하고 얼핏 보면 마야 린(Maya Lin)의 웨이브 필즈(Wave Fields)가 연상되기도 한다고 생각하며 그 지형의 탄생 배경을 나름대로 유추해보려 했다. 맥스 IV 연구소 랜드폼의 설계 콘셉트와 시공 방식은 매우 놀라웠다.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연구소의 초대형 원심 분리기 실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파장의 형태를 조경 설계에 적용했다. 기발함을 넘어서 경외감이 느껴졌다. 건축물 자체도 원심 분리기의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 반영한 도넛 형태다. 기능적 건축과 기능적 조경의 완벽한 합체다. 맥스 IV 연구소의 지형은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을 넘어서 건축물의 환경 적응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조경을 통한 공간의 진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설계와 시공의 디지털화다. 프로젝트의 핵심 지형은 컴퓨테이셔널 설계를 통해 진동을 최소화하고 절성토 균형을 최적화하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설계됐다. 3D 모델의 좌표를 GPS로 제어되는 불도저 장비에 입력해, 마치 CNC 밀링(milling)(회전축에 고정한 칼날로 공작물을 절삭하는 기계)으로 모델을 깎아내고 3D 프린팅으로 쌓는 것처럼 거대한 지형의 물결을 소조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작품 중 알고리즘 설계를 지형에 적용한 가장 성공적 사례가 아닐까 한다. 경계와 대화의 직관적 구현 환경조각 작품 같은 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와 트라엘비코센 경관로. 이 두 프로젝트는 스뇌헤타의 설계 철학인 ‘경계’와 ‘대화’를 직관적으로 구현한다. 페르스펙티벤베그의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경치를 관망할 수 있는 유려한 곡선의 전망대는 매우 인위적인 구조물인데도 자연과 이상하리만큼 어우러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바위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어가듯 등산객은 주변 경관에 부합하는 위장 색을 띤 코르텐 스틸, 콘크리트 벽, 목재 데크로 만든 쉼터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물아일체의 시간을 보낸다. 트라엘비코센의 디딤돌은 자연과 자아를 연결하는 길이다. 물 위를 걷는 사람은 믿음을 갖고 발을 내딛으며,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자연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스뇌헤타 인터뷰 주로 미국에서 조경 실무를 했던 내게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뇌헤타의 작품 세계는 신비로운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뇌헤타의 조경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경가인 제자가 스뇌헤타 인스브루크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호 특집을 기회로 스뇌헤타 조경 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유미(이하 미) 조경가 중에는 스뇌헤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주요 건축 작품 정도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특집을 통해 스뇌헤타의 조경 프로젝트가 한국에 소개되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설계 철학에서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인 ‘백그라운드 조경’이 아니라 인간이 점유한 건축물과 주변 경관을 연결하는 조경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에 크게 공감했어요. 스뇌헤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설계를 진행해왔는지, 설계 과정에서 조경 팀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스뇌헤타 조경 팀(이하 타) 보통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조경에처음부터 비중을 두고 조경가가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스뇌헤타는 확실히 조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어요. 이번 호에 실린 설계 철학처럼, 자연과 건축물의 문지방을 허무는 것이 조경의 역할이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경가가 핵심 멤버로 처음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죠. 초기 콘셉트를 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건축의 볼륨 스터디에도 조경가가 참여해 프로젝트의 전체방향을 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다수의 건축물을 포함하는 마스터플랜의 경우, 조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요. 건물을 어떤 식으로 대상지에 배치할 것인지 등 마스터플랜의 구조를 짜는 일을 조경이 주도합니다. 미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같은 스뇌헤타의 건축 작품은 그자체가 랜드마크적이고 상징적인 느낌입니다. 그에 반해, 트라엘비코센이나 페르스펙티벤베그의 랜드마크 요소는 대자연이고 조경은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스뇌헤타 내에서 건축과 조경의 설계 철학이 조금 다른가요? 타건축과 조경을 아우르는 스뇌헤타의 설계 철학은 특정한물리적 형태나 스타일보다는 적응력이 높은 공간을 추구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조경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는 설계적인 특징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죠. 이번 특집에 수록한 설계 철학을 쓰면서도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어요. 스뇌헤타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는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도서관 같은 문화 공간이다 보니 그 특징상 랜드마크 성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축물은 도시 아이콘의 성격이 강한데, 조경의 경우에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치기보다 설계 콘셉트가 전체 문맥과 내러티브에 녹아 있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리적 공간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경험을 주인공으로 삼으니까요. 미 공간이 아닌 경험이 주인공이라는 말이 적확한 표현이겠네요. 맥스 IV 연구소에서 지형 설계가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환경 적응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 연구실 이름이 ‘이볼빙 랜드스케이프 랩(Evolving Landscape Lab)’인데, 환경에 적응하면서 계속 진화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거든요. 스뇌헤타의 조경은 건축물이 대상지와 만날 때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엮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타‘적응adaptation’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작품에서 이 적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주변 경관에 같이 녹아들어가는 시각적 적응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환경적 적응으로 해석하기도 하죠. 친환경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린워싱(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가장하는 위장환경주의)이 되지 않도록, 블루–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물 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게 될지 꼼꼼히 살피고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요. 건축에 최대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려고 하는 건 당연하고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이에요. 설계한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갖게 될지 팀원들과 항상 묻고 답하죠. 미 공간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한국에서도 점점 부각되고있는 개념이에요. 포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접근하기도 하고요. 이런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프로젝트 사례가 있을까요? 타이번 특집에는 완공 프로젝트 위주로 소개하느라 포함하지 못했는데,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사우스게이트 마스터플랜의 경우, 학생 주거시설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조경이 단지를 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게 할지 결정할 때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거듭 확인했어요. 설계 핵심은 매립으로 만들어진 옛 공업 지역을 기존 워터프런트를 기준으로 절개해 블루–그린 인프라스트럭처를 중심으로 한 수변 공원을 조성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수로를 뚫어서 완전히 섬처럼 잘라내려고 했는데, 이미 여러 인프라스트럭처가 지나고 있어서 실현하지는 못했죠. 렌더링을 보면 반대편 강 건너 공원 전체가 물을 정화하기 위한 생태 도랑(bio swale)이에요. 원래 하수 처리 시설에서 물을 끌어와 공원을 통해 정화해 강으로 흘려보내려 했는데,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이 여의치 않아 강물을 들여와 정화해 다시 내보내는 방향으로 수정했어요. 결국 조경에서의 설계 접근이 마스터플랜의 가장 핵심이자 근간이 되었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부다페스트의 워터프런트가 전부도로에 막혀 있어 수변으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워터프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부다페스트에서 수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워터프런트가 될 겁니다. 미 마지막으로 해외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기 원하는 학생과 젊은 조경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았다면요? 타조경가는 건축가, 엔지니어와 항상 협업해야 하니까 동등한 위치에서일하려면 조경 지식은 물론이고 건축이나 토목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야 대화가 되는데, 이에 부합하는 인력을 찾기가 힘들어요. 소프트웨어 스킬만 봐도 전문적인 3D 툴을 다룰 수 있는 조경 인력이 많지 않아요. 마스터플랜에서 건물을 배치하면서 설계하는 조경과 작은 광장을 만드는 조경은 굉장히 다르잖아요. 규모가 다른 스케일을 오갈 줄 알아야 하는데 포트폴리오를 보면 한 가지 스케일의 프로젝트에만 특화된 사람이 많아요. 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2D와 3D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건축과 토목 등 관련 분야의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함께 토론하며 설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조경가를 원하는 사무소가 얼마든지 해외에 많이 있어요. 미 2D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은 국가를 불문하고 조경가에게 주어진공통적인 숙제인 것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고 종종 소개해주세요. 먼 곳에서 늦은 시간까지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유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 마사 프라이(Martha Fry), 켄 스미스(Ken Smith) 등의 조경설계사무실에서 10년간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현 환경설계학과)에 부임해 조경 설계를 가르치며 이볼빙 랜드스케이프 랩(Evolving Landscape Lab)을 운영 중이다. 확장 현실과 BIM, 컴퓨테이셔널 설계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접목하고, 2020년에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조경 시공과 스마트 건설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스엘즈를 공동 창업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 [제도가 만든 도시] 제도의 한계: 제도는 효율적인가?
- 지난 첫 연재에서는 제도를 정당화하는 가치인 ‘공공의 이익’이 어떤 한계를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적 측면에서 제도의 형식과 실행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우리 도시의 여러 사례를 통해 짚어 보려고 한다. 제도는 효율적인가? 형식의 경직성 어떤 도시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의도한 바를 실현하는 여러 방안 중 가장 적절하여 그 적용의 강제가 납득되는 경우, 그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의 공간 이슈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확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좁은 길에서는 보도와 차도를 구분해 디자인하는 게 보행자에게 더 안전할까, 반대로 경계를 뚜렷하지 않도록 만들어 자동차의 서행을 유도하는 게 더 안전할까? 산을 가리고 늘어선 아파트 높이를 계단식으로 만들면 도시 경관이 나아질까? 작은 부정형 필지, 좁은 골목길은 없어져야 할까? 도시 제도는 이런 질문들에 확정적인 형식으로 존재한다. ◯◯◯ 지침, ◯◯◯에 관한 규정, 표준 ◯◯◯ 등은 보편적으로 최소의 수준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제도가 최적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에런벤–조셉(Eran Ben-Joseph)이 말하는 바처럼 경직된 기준에 근거를 더하는 노력보다는 궁극적으로 제도가 목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다른 대안들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1 그렇다면 제도의 유연성과 포용성을 저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도시 공간을 다루는 제도가 취하고 있는 형식에서 오는 한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단속적 제도 공간 vs. 연속적 현실 공간 모든 도시 공간 제도의 작동 형식은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시기본계획, 공원녹지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등 소위 ‘구역계’라든가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 등은 도시 공간 안에 확정적 구획을 그려 해당 제도가 적용되는 범위를 구분 짓는다. 또한 2층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내진 설계나 대지 면적 200m2 이상일 때 확보해야 하는 대지 안의 조경과 같이 각종 법규는 확정적 숫자를 기준으로 적용 범위를 설정한다. 이러한 공간적 범위와 양적 범위를 가르는 선과 수치는 실제의 연속적 도시 공간이나 연속적 공간 현상 속에서는 실체가 없으며 임의적이다. 물론 도시 제도뿐 아니라 모든 제도는 그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매번 적용의 당위를 다퉈야 한다. 제도라는 사회적 장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속적 공간과 이를 임의적으로 구분하려는 도시 제도의 본질적 차이가 도시 공간에 야기하는 파열과 부조리가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연속적 공간을 불연속적으로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도로를 기준으로 구획하는 것이다. 물론 도로는 공간을 구획하는 경계로서 근거가 단순하고 인지와 운영이 용이하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아닌 이상 도시의 일반적인 도로는 도시 가로로 활성화되어 있을수록 사람들이 양측을 빈번하게 오가고 도로 양측의 기능적·공간적 특성이 해당 도시 가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때 도로는 그 지역의 중심이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편의 상 도로를 구획의 경계로 삼기 때문에 실제 도시 공간의 인식적 구분과 제도의 운영이 어긋나게 된다. 자주 거론되는 예로 서울시의 강남대로는 두 행정구역(서초구, 강남구)의 경계이자 두 지구단위계획구역(서초로 구역, 테헤란로 제2지구 구역)의 경계다. 따라서 강남대로 양측은 두 지자체의 도시 공간 관련 조례부터 도시설계 지침, 가로의 경관 디자인까지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그림 2). 예전에 일했던 사무실 앞 성북로는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인데, 한편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술을 팔 수 있는 일반 음식점이 가능했고 반대편은 제1종 전용주거지역이어서 불가능했다. 도로를 기준으로 용도지역을 가르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Eran Ben-Joseph, The Code of the City: Standards and the Hidden Language of Place Making , Cambridge: The MIT Press, 2005. 유영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와 기오헌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도시 디자인 및 사회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현재는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에서 법, 제도, 현대 도시 설계 이론, 스튜디오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과 도시를 아우르는 스케일에서 개별적인 공간 현상과 법제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계획과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모던스케이프] 죽음이 이르는 곳
-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될 일이지만 이를 대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장례 문화는 종교와 사상, 신분,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기 때문에 문명권마다 특징적인 고유의 장례 형식이 있다. 씨족사회의 전통을 가진 한국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산을 두고 후손들이 정성껏 가계 묘를 관리하는 게 오랜 관습이었다. 비공식적으로 음택 풍수의 이치를 따져 길吉한 묫자리를 찾아 몰래 매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비천한 신분이나 무연고자처럼 개인 묘지를 가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혹여 질병이나 자살 등 불경한 이유로 사망했다면 사정은 더 나빴다. 시신은 집장지集葬地라고 부르는 매장처에서 표식도 제대로 없이 처리됐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북망산北邙山이라고도 불렀다. 집장지는 지금으로 치면 공동묘지 같은 시설이다. 서울은 예로부터 인구가 많은 탓에 도성 주변에 집장지가 여럿 있었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곳은 한양 도성 동남쪽의 광희문 밖 집장지다. 광희문의 별칭이 ‘시구문屍柩門(시체가 나가는 문)’이었을 정도니, 이곳 분위기는 문물 교류, 송별 연회 등 활기 넘치고 번잡했던 사대문 주변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도성 밖 집장지와 산자락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묫자리가 문제로 떠오른 건 식민지기에 이르러서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1910년대에 이미 도성 주변에 19개소의 집장지가 있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이 산 저 산에 산소가 많이 있었을 터인데, 근대 도시로 전환하는 데 있어 마구 없애기도 뭣한 애매한 장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유 임야를 개인이 사유화해 묫자리로 쓰고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국가 토지를 관리하는 총독부, 경성부와 가족묘를 지키려는 이들의 대립은 첨예해졌고, 결국 전통적인 한반도의 장례 문화는 여러 면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1912년 조선총독부는 ‘묘지·화장장·매장 및 화장 취체 규칙’을 공포하고 주요 도시부터 묘지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묘지 정리의 명분은 위생과 미관이었다. 다만 조선인의 오랜 관습을 건드릴 때 발생할 수 있는 격렬한 저항과 분쟁을 고려하여 천천히 진행했다. 1914년 경성부에서는 경성부 일대의 19개소 집장지를 미아리, 신당리, 아현리, 이태원리, 신사리(응암동), 수철리(금호동) 여섯 곳으로 정리하고 공동묘지라는 이름으로 공식 운영하기 시작한다. 기존 집장지 등에 있던 묘지는 이장이나 화장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고, 새로 운영하게 된 공동묘지에서는 화장과 매장의 원칙을 정하여 묘지 구획, 묘지 사용료 등의 규칙을 갖추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이향아, “공동묘지, 식민지 경성을 잉태하다: 식민지 경성 공동묘지의 정치경제학”, 『한국공간환경학회 추계학술대회』, 2014, pp.347~357. 다카무라 료헤이, “공동묘지를 통해서 본 식민지시대 서울: 1910년대를 중심으로”, 『서울학연구』 15, 2000, pp.131~165. 이의성, 『근대도시계획과정에서 나타난 공동묘지의 탄생과 소멸: 서울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1 유홍준, “망우리 별곡”, 「중앙일보」 2022년 5월 12일. 정재정,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 「서울신문」 2022년 11월 30일. “이태원공동묘지 이장공사 착수”, 「동아일보」 1936년 4월 9일. “무연분묘삼만기 망우리로 이장”, 「조선일보」 1936년 10월 10일. 망우역사문화공원 manguripark.or.kr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 여섯 가지 빌드업
- 지난 2월 14일, 그룹한빌딩 2층 환경과조경 세미나실에서 제5회 젊은 조경가 최윤석 소장(그람디자인)의 온라인 토크쇼 ‘여섯 가지 빌드업’이 개최됐다.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토크쇼는 1부 강연, 2부 토크쇼 순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토크쇼 제목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됐다. “‘조경가 최윤석’(『환경과조경』 1월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적었던 원고 중 하나인 여섯 가지 빌드업의 내용을 요약하고 글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디자인 빌드, 경계, 스토리텔링, 쓸모, 장면,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 빌드를 하는 이유에 대해 “클라이언트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가격, 품질, 속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기는 어렵다”며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빌드를 한다”고 설명했다. 최윤석은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과 ‘서울식물원 기획전시’ 등 전시·기획 영역의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조경 설계의 영역에 한계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례로 ‘식물극장’(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을 소개했다. “도면을 그리고 3D 모델링을 활용하는 게 설계라고 생각했는데, 조경을 이용한 전시회, 정원 시설물 조성 등을 다양하게 하다 보니 영상을 연출하고 글자 크기와 모양에 대해 고민하는 것 또한 설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무너진 경계’라는 디자인 언어를 만든 계기가 됐다. 최 소장은 “조경 설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조경가의 입장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경가들은 경관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하나의 장면을 중시한다. 즉, 장소에 대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지 생각하며 공간을 설계해야 하고, 사람들이 순수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사진으로 그린 한 폭의 그림
-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이란 표현은 흔히 좋은 작품을 빗대는 수사로 자주 쓰인다. 이 수사가 붙은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란 장르가 추구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그림 같은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폰타나는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인으로부터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여행 도중 우연히 도심에서 선명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라가 1967’로 폰타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폰타나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운명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색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는데, 폰타나는 당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큰 변화를 불어 넣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페라리,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폰타나의 작품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로 이어지는 네 개 섹션은 자연과 도시, 인물 등이 등장하는 일상적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그림자, 자연의 장엄한경관 속 선명한 색과 패턴의 조화는 마치 회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 초등학생 시절, 동네 담벼락에서 심심치 않게 재개발 예정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문을 발견하곤 했다. 종종 그 위에 붉은 스프레이로 재개발을 반대하는 글귀가 적혔다. 갈등은 아주 오래 지속되었고, 내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이 되어서야 주택 철거가 슬그머니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는 곳이지만, 내 유년 시절이 담긴 공간이 모두 스러진다는 말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부지런하지 못해 추억이 깃든 동네의 모습을 전부 담는 데 실패하고 아쉬워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에는 재개발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생각보다 많다. 1월 13일에 개최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는 그렇게 사라져버린 공간과 그 속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서울의 재개발 예정지를 담은 196점의 사진을 선보였다. 신성하게 하다 그리스어로 ‘신성하게 하다’를 의미하는 뮈에인(myein)은 전시의 핵심을 담은 단어다. 신성화하려는 대상은 부동산 투기, 도시 재개발에 밀려 ‘누추한 환경’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되고 기억 속에서 삭제되기까지 한 삶의 터전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공동체적 이웃을 담았던 장소의 가치를 발굴하고 드러냄으로써 잃어버린 공간을 다시 신성하게 만들고자 했다. 뒤에 붙은 오목렌즈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함하는, 더 넓은 전망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게 하자고 제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전시 소개문 중). 기억 풍경 김정일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그는 한 기사를 접한다. “1982년 어느 날 신문 지면에, 지금으로 말하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40여 개의 개발 지구가 발표됐다. 투기의 시작이며 빈부의 격차가 벌어진 시발점이다. 이 신문 쪽지를 가지고 한군데씩 지워가며 촬영을 다녔다. ‘사실성’, ‘기록성.’ 사진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다. 진실, 기록, 재현, 소외……. 늘 내 머리에 있던 단어들이다.” 서울에 막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던 과도기적 풍경은 그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훗날 김정일은 이 작업에 ‘기억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목처럼 사진 속 모습은 이제는 기억에만 남아 있는 풍경처럼 아득하고 그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중 1981년 12월부터 1982년 2월 겨울날을 포착한 공간과 인물 53점을 전시했는데, 모래가 가득 쌓인 공터를 놀이터 인양 누비는 아이들,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판잣집 앞 에 놓인 용도 불명의 고무대야, TV 수신 안테나를 이어 만든 빨래줄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꾸려갔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두가마를 기억하며
- 내게는 오랜 동반자 ‘두가마’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축구 선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혀 상관없다. 사물을 의인화해서 부른다는 것이 조금 민망한 일이지만, 두가마는 나의 필름 카메라인 오토보이의 이름이다. 이 카메라에 이름을 붙인 건 나름의 사연이 있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보처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형제가 태어날 무렵,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우리 형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셨다고 했다. 당시 쌀 두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그 카메라가 우연히 내게 쥐어졌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됐고, 두가마란 거칠고 투박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필름 카메라의 이름을 그렇게 정해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된다고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나. 아버지의 고장 난 카메라를 구태여 고쳐 쓴 것은 일종의 작은 도피였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고쳐가며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힙합 오디션의 래퍼들처럼 합격 목걸이를 척척 받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에 유일하게 고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제한된 컷 수 때문에 셔터를 신중하게 눌러야만 하고, 인화한 사진을 보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도 정말 맘에 드는 장면을 찾아가는 재미, 할당된 컷 수를 다 채웠을 때 필름이 감기며 돌아가는 소리, 상상 이상으로 잘 나온 사진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참 좋았다.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필름 카메라는 당시 내게 세상의 모든 걸 잊고 떠나게 할 수 있는 우주선과 같았다. 서툰 솜씨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 『지큐』에서 소개된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1세대 광고 사진가였던 그는 6·25전쟁 이후의 도심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다. 전쟁이 남긴 폐허의 상흔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거리의 아이들, 젊고 당당한 신여성, 중절모의 멋쟁이 신사까지 다양한 피사체를 세련된 방식으로 다루며 거리의 희망을 환기했다. 절망의 폐허가 짓누르는 고통 가운데 옥상의 민들레꽃처럼 버티고 있는 희망을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동시대의 거장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구도는 덤으로 좋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의 작품을 소개했던 장우철(당시 지큐 에디터, 현재는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에서 한영수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감흥을 느꼈다. 스텝을 밟는 유도선수의 발을 찍은 사진은 고요한 호수와 같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은 폭발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이에 대해서 황인찬 시인은 “식물은 꿈틀거리는 것처럼 찍어놓고, 인간은 한없이 정물에 가깝게 담는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장우철에게 어떻게 작품을 찍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진은 피사체에 가하는 폭력일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며, 결과는 비명처럼 폭발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답했다. 두가마를 고쳐서 쓸 때만 해도 이처럼 사진을 찍거나 보는 게 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필름 사진 찍기를 취미로 이렇게 오래 할 줄 정말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 걸출한 두 명의 사진가를 알려준 두가마를 얼마 전 불의의 사건으로 잃어버렸다. 그는 쌀 두 가마의 값어치를 톡톡히 한 후 이름을 따라서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갔는지, 좋은 곳으로 소천했는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그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긴 글을 써봤다. 앞으로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 그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 그래서 새로운 카메라를 물색 중이고, 이미 카메라의 이름도 정해두었다. 바로 구방심救放心이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서 희망찬 마음으로 봄에는 출사를 나가려고 한다. 잃어버린 두가마와 함께했던 추억을 기억하며.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변을 천천히 공전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니까. 특정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둥그렇게 한정된다. 내가 이쪽 동그라미에서 한낮을 살고 있을 때 반대편의 세계는 빛 없는 어둠에 빠진다는 거다. 과학 시간에 배웠기에 믿고는 있지만 사실 이 시차의 존재를 체감할 때는 많지 않다. 지구 건너편에서 월드컵, 올림픽 같은 세계적 축제가 열리기도 하지만 잠이 더 중요한 내 겐 별 의미가 없다. 가끔 친구의 닦달에 못 이겨 어둑한 새벽에 눈부시게 환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를 보기도 했는데, 카메라가 푸른 하늘과 작렬하는 뙤약볕을 비춰줘도 좀처럼 실감이 안 났다. 스크린 속 세상은 꼭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동떨어진, 더 과장해 말하면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았다. 그런데도 가끔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며 메일을 주고받을 때다. 메일 도착 시간에 업무 중이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보통 해뜰 기미도 없는 새벽이다)가 찍혀 있는데 첫인사가 “퇴근 후 즐거운 저녁 보내길 바란다”이거나, 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쪽은 눈이 쌓여 출근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수많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이 둥근 구체를 하나의 지구라 여겨도 되나 궁금해지고,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축을 상상하면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스뇌헤타 특집을 진행하면서는 나보다 여덟 시간 뒤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그들이 막 사무실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특집 기획을 논의하고 확인하는 메일이 이어달리기의 배턴처럼 오갔다. 그 시차가 처음에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퇴근길 휴대폰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면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건 스뇌헤타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이슬과 함께한 줌 회의다. 이슬은 이번 특집 기획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꾸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오슬로 스튜디오와의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줌 회의 또한 그의 제안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글로 대화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통신의 문제였겠지만, 조금씩 끊어지는 영상과 싱크가 살짝 어긋난 오디오는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거리를 가늠하게 했다. 당시 이슬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쓰고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 장면이 뭐라고 이슬이라는 이름이 구체적인 배경과 사연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득 궁금해져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주소를 검색해 주변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느새 붉은 벽돌 건물이 가득한 길을 거닐며 일상을 보내는 인스부르크 스튜디오 직원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이 궁금해지는 순간, 호기심을 갖게 되는 장면은 참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구나. 스뇌헤타의 프로필과 설계 철학 지면에 사무실 풍경과 연례행사로 산을 오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실은 게 뿌듯해졌다. 이번 호를 매만지는 내내 두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 한가운데 섬을 향해 물 위를 고요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트라엘비코센 경관로)과 산에서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듯 뻗어 나온 전망대(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강과 산, 전혀 다른 대상지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은 닮았다. 지형을 조작하거나 나무를 가득 심거나 거대한 시설을 배치하는 대신, 그 자체로 완벽한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작은 장치들을 삽입했다.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22쪽) 하 는 조경의 힘이 절절히 느껴진다. 허연 시인이 말했다. “사람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서 살아요.”1 그는 그래서 그 노래를 받아 적기 위해 애쓰며 시를 쓴다. 조경이 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멋진 일이 노래가 되지 못한 경관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앞의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 이유는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102쪽) 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돋보이기보다 다른 것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 것은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존재들을 잊는다. 각주 1. 유희경,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그 노래를 받아 적고 싶었어요”, 『쿨투라』 2021년 2월호, p.23.
- [PRODUCT]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 아쿠아포레
- 빌딩 숲이 들어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물과 자연을 접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놀이터에서 물과 자연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가이아글로벌의 아쿠아포레(Aqua-fore)는 아까시 원목을 활용한 물놀이 시설로 물과 자연을 놀이터에서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아쿠아포레는 사계절 내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다. 보통 물놀이 시설에는 습윤 환경에서의 내구성 등을 고려해 철재와 HPL 등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운 느낌 때문에 겨울철 이용률이 떨어진다. 반면 아쿠아포레의 아까시 원목은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불어 넣으며 물놀이 설비가 가동되는 여름 외에도 놀이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아까시 목재는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린이의 흥미와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2050 탄소중립선언’에 따라 목재 제품의 활용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까시 목재는 탄소 상쇄 효과가 높아서 지구의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악어, 물고기, 야자수 등 다양한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놀이터에 구현함으로써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인다. 대표 제품인 악어 조합 놀이대(게으른 악어)와 아기 물고기 조합 놀이대(아기 물고기의 바닷속 여행)는 2022년 11월에 준공한 성남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에 설치됐다. TEL. 02-521-3875 WEB. gaiaglob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