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4일, 미국의 롭 초등학교에서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이후 미국 정부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 건물을 부수기로 결정했다. 건물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단 롭 초등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학교를 부수거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911 메모리얼 파크,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떠올렸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부수고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치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생각을 하다가 조금 놀랐다. 이런 딱딱한 생각이 돌보지 못하는 귀퉁이들이 떠올라서. 총성이 울리던 교실과 괴한을 피해 달아나던 복도에서, 그리고 빈 책상과 총탄 자국이 남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전과 같은 날들을 보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때론 부수고, 지워버리고, 그래서 잊어버리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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