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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그 이름을 묻다] 잘 모르는 사람 M과의 대화
  • 환경과조경 2022년 7월

M은 수락산 자락에서 가까운 동네에 10년째 살고 있다. 지방 소도시 출신이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그 이후로 40년 가까이 쭉 서울에 살았으니 이제 서울 사람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사회단체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산도 가깝고 단지에 나무도 많아 산책하기에 좋다고 한다. 그를 둘러싼 ‘조경’의 흔적은 이것이 다다. 지인 중에 조경에 관련된 사람이 없고, 조경을 잘 알지도 못한다. 나도 그를 모른다. 그래서 M은 이 인터뷰에 초대됐다.

 

건축은 구조잖아요

건축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M은 5초쯤 망설이다가 ‘구조’라는 답을 내놓았다. 의외다. 아마도 최근 화제가 된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를 떠올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는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는 대뜸 A와 B를 말했다. A는 잘 알려진 건축가인데, 책과 강연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B 역시 그의 책을 읽어서 안다고 한다. 아는 조경가가 있는지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아름답게 꾸미는 거 아닌가요?

M은 내가 조경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건축은 그렇고, 그런데 조경은 뭘까요? 아름답게 꾸미는 거요. 5초가 걸리지 않았다. 나쁜 대답이 아니다. 조경 행위의 핵심을 간결하게 설명한 셈이다. 

 

정답에 가까우려면 유용, 건강이라는 단어가 나와야 하고 끝맺음에서 인문, 과학, 계획, 설계, 예술 같은 용어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핵심은 놓치지 않은 셈이다. ‘아름답게’는 조경 행위가 지향하는 가치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으뜸일 듯하다. ‘아름답지 않으면 조경이 아니다’라는 명제도 성립 가능하다. ‘꾸민다’는 행위도 반드시 장식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듯하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연구와 기획, 설계와 시공이 모두 ‘꾸민다’는 행위에 속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M은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를 아주 긍정적으로 보았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처음 들어 보는데, 좀 의외네요. ‘조경’은 친숙한데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는 심히 낯설다는 M.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요? 우선 랜드스케이프에는 다정한 느낌이 없어요. 좀 높은 곳에서 어떤 도시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어요. 경관이라고 번역하면 자연보다는 도시적 풍경이 떠올라요. 그러니까 뒤에 아키텍처를 붙여서 생각해 보면, 건축물로 가득한 도시에 대해서 큰 스케일의 어떤 건축적 행위를 하는, 예를 들면 도시계획 같은 행위가 연상돼요. 우리말 조경에서 느껴지는 예술적이고, 자연, 식물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요. 어떤 게 맞는 거예요? 아, 다 맞는 거예요.

 

정원은 조경인가요?

조경이라고 하면 우선 정원 스케일의 구체적인 공간이 연상된다고 했다. 서울처럼 복잡한 도시에는 반드시 조경이 필요하다고 했고, 아직 멀었다고 했다. 거꾸로 정원은 굉장히 사랑스러운 단어이며, 정원을 연상하면 집, 가족, 행복 같은 좋은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조경이 연상되지는 않는다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원도 조경입니다. 아, 그렇겠네요. 광장도 조경입니다. 아, 네. 가로수 심는 것도 조경입니다. 그렇지요. 산림을 가꾸고, 하천을 살리는 것도 조경입니다. 그래야겠지요.

 

환경과조경 411(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 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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