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년을 기념해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2 조경비평상’에는 네 편의 평문이 제출됐다. 지난 6월 2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남기준 편집장, 박승진 편집위원, 배정한 편집주간이 독회를 가지며 심사한 결과, 정평진의 응모작 “거리에 대한 권리: 철거된 ‘르네상스 호텔’과 공개공지, 그리고 이우환의 ‘관계항’”을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선정했다.
비평은 일상의 글이나 논문과 다르며 게다가 조경비평은 조경이라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공간 또는 현상을 예리하게 기술, 해석, 평가하는 작업이므로 꽤 어려운 글쓰기 장르다. 하나의 조경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덩그러니 놓인 중성의 물체가 아니다. 작품을 생산한 설계자와 설계 작업의 과정, 작품이 구현되는 장소의 성격과 맥락, 장소와 관련된 사회·문화적 환경, 장소에 쌓인 시간과 역사, 공간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 당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미감, 이 모든 것과 얽혀 있는 공간 정치 등이 뒤엉켜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 편의 글에서 이 모든 것을 다 포착해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구체적인 주제와 선명한 관점, 일관성 있는 논리 전개와 고유한 주장이 있어야 비평의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응모한 네 편의 원고는 예년에 비해 글쓰기의 수준과 글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지만 주장하고자 하는 논점을 명료하게 끌고 나가지는 못했다는 점에 심사위원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럼에도 정평진의 응모작은 “가장 이야기다웠고”(박승진) “대상이 구체적이며 글 전체를 이끄는 구성력과 선명한 문제의식이 있었으며”(배정한) “비평의 목적 자체가 분명했다”(남기준)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정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글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듯, 거리는 도시의 대화 수단이다. 도시를 이루는 길과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식의 비–건폐지는 도시의 공공성에 대한 발화가 전개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다. 정평진의 평문은 비–건폐지를 대표하는 공개공지의 한국적 현실과 과제를 철거된 르네상스 호텔과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공개공지라는 구체적 대상을 통해 추적하고 발견한다. 수상자에게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한국 조경의 최전선을 이끌어갈 비평가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가작 수상작과 경합을 벌인 응모작은 임한솔의 “과거로 짓는 내일의 공원”이었다. 이 글은 “공원 위에 공원을 그리는 일”, 즉 최근의 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을 둘러싼 다각도의 이슈를 짚는다. 심사위원들은 보존과 활용을 가로지르는 미묘한 논제를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기술한 것이 이 글의 미덕이라고 보았으나 결론부의 주장이 약해 기사처럼 읽힌다는 점을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효정의 “랜드스케이프 없는 랜드스케이프아키텍처: 경관에 무관심한 조경 설계 태도”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다루고 있으나 그 연결고리가 충분치 않고 예증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삭의 “맵(map)과 신(scene) 사이: 생성적 평면을 넘어 관계적 입체를 향하여”는 글의 전개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튼튼하지 않아 논리의 비약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수상하지 못한 세 응모자 역시 예비 비평가로서 부족함없는 자질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심사위원 모두 공감했다. 다음 ‘조경비평상’의 문을 꼭, 다시, 두드릴 것을 권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