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이 괴생명체는 무엇인가.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덩치에, 몸통엔 여러 개의 다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숨이라도 쉬는 듯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병찬은 검은 비닐을 라이터로 지져 붙이고 그 속에 공기를 주입해 풍선처럼 부푼 조형물을 만들었다. 조형물에 딸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빠지며 힘없이 축 늘어지고, 문을 닫으면 다시 탱탱해진다. 팽창과 붕괴를 반복하며 호흡하는 ‘불쾌한 골짜기’에는 도시 공간이 가진 모순과 불안정성이 함축되어 있다. 묵직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도시에 내가 정착할 곳은 없고, 한 장의 로또가 누군가의 인생을 역전시킨다. 이렇듯 도시의 질량은 자본을 중심으로 왜곡되어 있다. 맞은편에 놓인 ‘파티클’은 화려한 모양새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싸구려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진 과대 포장 상품일 뿐이다.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동산을 은유했다.
세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솔리드 시티(Solid City)’는 도시의 단단한 외피 이면을 주목하는 전시다. 도시를 이루는 단단하고 반짝이는 정육면체들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공간과 개인의 서사를 쉽게 가려버린다. 하지만 도시의 생명력은 팍팍한 생활 속에서 일상을 일구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도시가 하나의 큰 건축물이라면 내부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 공간, 그리고 산재하는 현실의 이야기다. 전시의 주 무대는 서울.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 반세기만에 집약적 성장을 이뤘지만 끊임없는 발전 강박에 시달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낡고 상처투성이인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예술가들을 초대했다. 자본의 논리가 낡은 서울을 파헤치고 다시 세우며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동안, 도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억하는지 공유하고자 했다.
* 환경과조경 398호(2021년 6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