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의 변주
얼마 전 지금 몸담은 『SPACE』의 1980년대 기사들을 찬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30~40년의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주장들은 ―예를 들어 설계공모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좌담의 내용은― 지금 기사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했다.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반복되는 이슈에서는, 다루는 방향이나 동반되는 키워드에 따라 그사이 우리 사회와 분야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처럼 동일한 하루(이슈)를 반복하지만, 조금씩 다른 선택과 행동으로 다른 결과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번 기회에 2014년 1월호부터 2018년 5월호까지 『환경과조경』에서 내가 참여했던 특집들을 떠올려보자니, 마지막 특집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2018년 5월호)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특집 기획서는 “다른 방식의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분야를 넘나들며 연대하지만 개인은 존중하는 소위 ‘젊은’ 조경가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소개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지금 보니 2016년 5월호의 특집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은 이 특집을 예비하기 위한 기획이 된 셈이다.) 이런 종류의 기획은 분야의 떠오르는 주자들을 소개하고 경향을 읽어내려는 전문지의 고전적 아이템이다. 그리고 그때 갈무리한 새로운 세대의 특성은 비단 젊은 조경가와 그들이 만드는 조직만의 것은 아니었다. 건축 전문지인 『SPACE』의 특집 ‘1980년대생 건축가 그룹이 나타나다’(2018년 11월호), 그리고 ‘모여서, 건축을, 말하다: 이 시대의 건축 플랫폼’(2020년 11월호)을 진행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건축인들 역시 느슨하게 연대하며 업역을 다양화하려는 경향을 보며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자전거 출근기 2.0
좀 더 개인적인 관심사와 연관된 특집이라면, ‘자전거 타고 싶은 도시’(2015년 4월호)를 꼽고 싶다. 이 기획은 자동차 위주의 교통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 해외의 자전거 인프라 소개, 레저에서 일상으로 확산되는 자전거 문화 조명 등 자전거와 연관된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 지면에 대한 사사로운 애정은 아이템의 최초 제안자였던 조한결 기자의 “서울 자전거 출근기”에서 비롯한다. 그때 조 기자는 홍대 인근의 집에서 방배동의 회사까지 대략 13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하는 체험기를 썼는데, 그의 필력을 믿고 리얼리티와 재미를 위해 체험을 부추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후략)
* 환경과조경 397호(2021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김정은은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 『건축인(POAR)』, 『SPACE(공간)』, 『건축리포트 와이드(WIDE AR)』, 『환경과조경』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SPACE』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건축과 도시,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 여기’의 건축 문화를 기록하고,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며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히는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