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빼곡한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찾는 친구의 모습이 꽤나 능숙해 보였다. 대학 시절 학교에 차를 몰고 다니는 동갑내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꽤 많은 친구들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친구 뒤를 쫓으며 나란히 세워진 차들을 살핀다. ‘큰 건 버스(혹은 트럭), 작은 건 승용차’인 나 같은 까막눈은 혼란스럽다. 룰을 모른 채 무작정 바둑판을 보는 느낌이랄까.
문득 자동차도 표정이 있다고 했던 후배가 떠오른다. 헤드라이트는 눈과 눈썹, 그 사이를 코, 아래 긴 부분을 입이라 생각하면 표정이 보인다나. 그래서 어떤 차는 화가 나거나, 놀라거나,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중략)
* 환경과조경 394호(2021년 2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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