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한 나라의 모습을 바꾸어 놓곤 한다. 서울의 풍경도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올림픽에 앞서 1980년대에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 발전의 성과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도시 경관이 필요했다. 63빌딩, 장교빌딩 등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도심을 따라 줄지어 들어섰고, 버스정류장 표지판 등 세세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가로 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처럼 올림픽이 건축과 디자인 업계에 불러온 반향은 경제, 사회, 문화에도 여파를 미치며 우리 생활 전반에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은 1980~1990년대에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시각 및 물질 문화의 기반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올림픽 이펙트’,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시선과 입면’, ‘도구와 기술’의 4부로 구성되는데, 올림픽이 촉발한 도시, 환경, 건축, 사물의 급격한 변화를 사진, 도면, 스케치, 영상 아카이브와 작품 300여점으로 시각화했다. 다양한 매체는 단순히 변화의 양상을 짚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시각 문화, 물질문화, 인공물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고 수용되었는지 살펴보라고 권유한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중앙홀 바닥에 펼쳐진 기하학적 패턴과 빛과 색이 점멸하는 LED 화면이 발길을 붙든다. 진달래, 박우혁이 연출한 가상의 무대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이다. 이들은 건축과 디자인, 경기장의 공통점이 선과 단위가 교차하며 만들어진다는 데 주목해 올림픽 당시 건축 및 디자인의 패턴을 중첩해 바닥에 풀어놓았다. 그 위에 끊임없이 반짝이며 원근과 시점의 혼란을 주는 모니터와 운동하는 소리와 일상의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설치했다. 이 반복적 패턴은 매스 게임, 경기 규칙과 경기장의 규격, 끝없는 훈련, 미디어의 반복 메시지 등을 연상시키며 올림픽이 현재 사회 시스템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94호(2021년 2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