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게임보다 길가에 핀 야생화를 보는 일이, 만화책보다 식물 도감을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어렴풋한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도 언제나 식물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보던 다큐멘터리 속 꽃의 개화 장면, 성당 한 구석에 피어 있던 백합, 토끼에게 따다 주었던 토끼풀 같은 것들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식물을 관찰하고 공부했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식물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다. 소년은 자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식물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식물 문답』의 저자 조현진이 책을 펴낸 계기를 설명했다. 식물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그에 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도 쌓여갔다.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듯, 식물에 얽힌 소소한 궁금증과 이야깃거리를 독자에게 묻고 답하는 식의 책을 구상했다. 식물 애호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세밀화와 질문을 싣고, 뒷장에서 답과 부연 설명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행위가 곧 대화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 (중략)
* 환경과조경 394호(2021년 2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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