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생활권녹지체계·바람길 등 주목’(「라펜트」 2020년 5월 13일), ‘집콕에 오픈 공간 중요’(「서울경제」 2020년 6월 3일), ‘공원과 녹지에 대한 접근이 정신 건강에 중요한 이유’(Inner Self). 분야를 막론하고 대도시의 대표적 오픈스페이스인 공원이 팬데믹 극복을 위한 도시 공간적 디자인 해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구글이 매일 업데이트하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COVID-19 Community Mobility Report)’에 따르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 3월 22일부터 기준치 대비 공원 이용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계절적, 정책적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거주지나 기타 여가 시설에 비해 공원 이용률이 예전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국내외 사례를 통해서도 도시공원이 팬데믹 사태에 지친 도시민의 많은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원, 공중 보건의 최전방
공원과 팬데믹의 실증적 인과 관계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코로나19와 공원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기보다, 공원에 연관된 신체적·환경적 조건―비만율, 어린이 건강, 미세 먼지 등―이 전염병과 인과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원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구글 자료와 같이 우리가 전염병에서 벗어나고자 공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도시공원의 확산은 공중 보건 및 위생의 발전과 한 궤에 놓여 있었다.
공중 보건과 도시 경관의 형성을 연구한 조경가 사라 J.칼에 따르면, 19세기 전후 병원균으로 인한 도시 질병 확산의 설계적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인구 밀도를 완화하고 공기를 여과하는 ‘도시의 허파로서 공원’ 개념이었다.1 거리 위생을 위한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및 행정 시스템이 이제 막 자리잡던 시기에, 전염병의 확산은 악취와 오염물의 온상인 과밀된 노동자 거주지와 연관되었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특히 인구 과밀, 도시 위생, 공중 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도시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외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반 도시 노동자의 보건 복지 차원에서 도시공원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