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따뜻한 봄,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design studio loci)(이하 로사이)가 문을 열었다. 조경설계 서안의 독립 스튜디오로 시작해 현재는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로사이의 작업은 박승진 소장의 삶과 아주 가깝게 맞닿아있다. 로사이의 지난 10년의 작업을 총망라한 『도큐멘테이션』(2018)에서 조경가의 “일과 일상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고 말한 바 있듯, 박승진은 일상에서 마주한 생각들을 섬세한 형태로 작품에 녹여낸다. 작품 소개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설계 철학과 혜안, 공간과 자연에 대한 진중함을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2018)이 “단순하지만 뚜렷하고 분명한 곡선, 여기에 마운딩하여 쌓아 올린 유선형의 정원섬”(이명준, “정원섬, 보이는 정원”, 『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에 자연의 한 자락을 담았다면, 이번 특집에 소개하는 세 개의 근작은 자연을 다루는 찬찬한 손길을 통해 우리의 감각이 증폭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브릭웰 정원’에서는 비 오는 날 커피 한잔을 즐기며 바라보는 우물의 풍경을,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에서는 쓰임새가 좋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어퍼하우스 남산 전시관’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는 실내 환경의 역설적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들을 예리한 눈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며 탐색한 이명준의 글이 지면을 방문한 독자들의 상냥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2014년 1월호부터 3월호에 박승진이 연재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도 다시 꺼내 볼 것을 권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