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은 곧 변화의 시작이다. 모든 물체는 만들어진 순간부터 자연적으로 노화를 겪게 되고, 때로는 외부의 충격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예술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의 수명을 좀 더 연장시키고,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되돌리기 위해 보존·복원 작업이 이루어진다.
지난 5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에서 개최된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은 이 같은 보존과학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화이트 큐브 뒤편에서 이루어지던 작품의 보존 및 복원 작업을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가상 인물의 이름인 C는 유적이나 예술품을 관리하는 사람인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영문명 첫머리 글자이며 삼인칭 대명사인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윤범모관장(국립현대미술관)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하고 “하나의 작품을 보존, 복원하기까지 이루어지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담론”을 전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서재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다섯 개의 단어가 전시의 큰 줄기를 이룬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작품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소리로 전달한다. 류한길의 ‘상이 작동(Differently Animated)’은 어둡고 텅 빈 공간에 찢기는 소리, 쇠붙이가 마모되는 소리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소리를 내뿜는다. 시각적 영향을 최소화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7호(2020년 7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