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리스트
- [에디토리얼] 먼지 쌓인 앨범 속 빛바랜 공원 사진
- 우연히 본 포스터 한 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모처럼 공모전에 나가보자. 떠들썩한 국제 설계공모가 아니라 사진을 찾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시민 공모전이다. 서울시 공원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하나로 열린 ‘장롱 사진첩 속 남산 찾기.’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창고처럼 쓰는 수납장을 뒤져 먼지 쌓인 어릴 적 앨범들을 꺼냈다. 남산 사진이 몇 장 있을 텐데, 남산에서 열린 사생 대회에서 지금은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으로 쓰이는 옛 어린이회관 건물을 그려 상 탄 기념으로 찍은 사진만큼은 분명히 있을 걸로 확신했는데 도통 찾을 수 없다. 대신 어린이대공원에서 찍은 빛바랜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 착하고 씩씩하며 슬기롭게 자라자’라는 대통령 친필이 새겨진 기념비 앞에서 찍은 사진, 정문 지나면 바로 나오는 분수대와 하얀 조각상들을 배경으로 한 사진, 국내 최초의 롤러코스터인 ‘청룡열차’에 열광하는 사진. 아마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는 다 엇비슷한 사진들을 가지고 있을 거다. 반바지 밑에 하얀 타이츠 신고 재킷을 걸치는 게 당시 어린이들의 공원 나들이 패션이었다. 어린이대공원 자리는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능 터였고, 1927년에는 서울컨트리구락부의 18홀 골프장이 들어섰다. 능동 골프장을 교외로 옮기고 어린이를 위한 대공원을조성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 공사로 이어졌고, 1973년 어린이날, 광활한 녹색 초원과 놀이동산을 갖춘 어린이대공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신문을 보면 개장일 오후 세 시에 입장객이 60만 명을 넘었고 정문 옆 미아보호소는 3백 명 넘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분수대 앞의 내 사진에 새겨진 날짜도 같은 해 5월의 어느 일요일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햇살과 발 디딜 틈 없는 인파에 잔뜩 겁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서울시 기획관리관이었던 고 손정목 교수의 기록에 따르면, 제작 비용을 줄이느라 돌을 쓰지 않고 콘크리트 위에 석고를 바른 이 분수대와 조각상은 세종로 충무공 동상의 조각가 김세중의 작품이다. 1996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마이클 잭슨이 이 조악한 분수대에 반해 똑같은 작품을 자기 집 정원에 설치하려고 작가를 수소문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어린이대공원은 남산공원, 삼청공원, 사직공원 같은 산지형 자연공원이 공원의 전부였던 서울에 대형 도시공원의 시대를 열었다. 1976년의 기사를 보면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놀러 가는 곳 1위가 창경원(1년에 198만 명)이고 2위는 어린이대공원(117만 명)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은 동부 서울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했다. 서울시내 어느 곳에서도 한 번만 갈아타면 어린이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됐고, 대공원에 가는 버스 번호는 500번대로 통일됐다. 한적한 교외였던 능동, 중곡동, 뚝섬, 화양리 일대에 개발 열풍이 불었다. 공원이 도시의 구조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한 뭉치 사진을 보며 옛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보다 마침내 신발 끈을 묶었다. 얼마만일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어린이대공원은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다. 인근의 서울숲보다 훨씬 한산해 쓸쓸하기까지 한 풍경은 수십 년 세월 동안 고치고 덧댄 시설과 공간의 콜라주다. 여러 시간대가 탈색된 채 겹쳐져 있다. 거의 50년 전의 지형과 조각품들에 불과 3년 전에 만든 ‘맘껏놀이터(김’ 아연 설계)가 병치되어 있다. 1970년에 지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나상진 설계)는 철거 직전에 살아남아 시간의 흔적을 견뎌내며 ‘꿈마루’(조성룡과 최춘웅 설계)로 부활했다. 마이클 잭슨이 사랑한 분수대는 그 시절 그대로고,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퇴락한 놀이동산 한구석엔 1세대 청룡열차가 부식된 채 전시되어 있다. 후문을 빠져나오며 통일교 재단 리틀앤젤스회관을 마주하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어린이대공원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음을.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대공원 후문으로 몰려가 선화예고 여학생들을 훔쳐보다 공원 숲속으로 담 넘어 도망치던 한 무리의 십대가 그곳에 있었다. 공원 아카이브 프로젝트 ‘장롱 사진첩 속 남산 찾기’ 포스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달에는 설계공모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모은 기획물 “공모의 한 수”를 특집으로 기획했다. 초대에 응한 열다섯 팀 조경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유튜브로 심사 과정이 생중계됐던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수상작 지면에도 많은 관심 기울여주시길 기대한다.
- [풍경 감각] 우듬지 산책
- “매일 지나는 길가 풍경이 항상 같을 리 없다.” 일과에서 산책을 빼놓지 않는 이의 SNS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무척 동감하지만, 미세하게 달라진 풍경을 읽어내기 어려운 날도 분명 있을것이다. 이런 날의 산책에는 달콤한 바닐라 라테 한잔을 연료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매일 지나는 그 길에 늘어선 나무 위를 걸어보면 어떨까?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 공모의 한수
- 설계공모는 매력적인 경쟁의 장이다. 지난한 시간과 노동이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의 설계 능력을 평가받고 나아가 설계안을 실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가 능성은 거듭된 실패에도 다시 공모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런데 가끔 궁금해진다. 당선작은 왜 당선작이 되었을까? 수상작과 낙선작을 결정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번 특집에서는 공모의 노하우를 제출 ‘패널’을 통해 엿보고자 한다. 작품의 모든 비밀이 패널에만 녹아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제출물 중 시각적 우위를 점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각 팀에 던진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패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완성된 이미지를 어떤 기준으로 배치했는지, 또 제목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했는지 탐구했다. 치밀한 분석이 당선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 공모에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당선작뿐 아니라 낙선작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였다. 심사위원이 눈으로 쓱 훑고 지나간 자리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치명적 한 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조경가들이 아낌없이 풀어놓은 노하우와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길.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참여 조경가 Lab D+H 한강 코드 바이런 우리들의 한강 HEA 서울 징검다리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리프레싱 코스트(Refreshing Coast) SWA Group 댄스 위드 더 리버(Dance with the River) Fletcher Studio 홀스슈 만(Horseshoe Cove),물의 경계를 포개다 VEGA landskab 그리괴레 해양 센터(Glyngøre Maritime Center) HLD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그람디자인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 조용준 배스큘러 플랜트(Vascular Plant) Nomad Studio 그로브너 광장(Grosvenor Square), 21세기의 정원 CA 조경+김영민 깊은 표면(Deep Surface) Topotek1 에스비에리 마을 공원(Esbjerg Bypark) POLA Landschaftsarchitekten 모르스브로흐 성 공원(Des Parks von Schloss Morsbroich) 김영민 뮤지엄 루프(Museum Loop)
- [공모의 한 수] 한강코드
- 1 결국 평면에서 모든 것이 드러난다. 조감도나 멋들어진 투시도가 시선을 사로잡고 프로젝트의 인상을 정하지만 결국 설계안의 짜임새를 낱낱이 드러내는 건 평면도다. 왜곡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대상지 외부와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평면도만큼 명확하고 파급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로잉은 없다고 본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에오피스를 두고 있다. www.dhscape.com
- [공모의 한 수] 우리들의 한강
- 1설계공모에 참가할 때 항상 지침서를 중요히 여기고 따르는 편이다.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중요 지침 중 하나는 기존 수영장 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물놀이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랜 장소성의 일부를남길 필요가 있다는 공모의 기본 방향에 공감했고, 세 개의 수조 중 하나를 존치했다. 성인풀 조감도는 기존 수영장을 리노베이션해 활용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이며, 우리가 대상지를 바라보는 태도를 잘 드러낸 결과물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바이런(Viron)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공간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여긴다. 대상의가능성,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 좋은 장소를 만들어내는 디자인 그룹이다. 2020년 3월 강아람, 이남진, 김영찬이 만들고 박성준과 손원석의 재능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
- [공모의 한 수] 서울 징검다리
- 1 마스터플랜은 ‘서울 징검다리’의 콘셉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다. 징검다리의 형태가 대상지 전체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변주되어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코엑스~현대차 GBC(Global Business Center)~잠실종합운동장~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경험과 함께 다채로운 경관이 계획됐음을 한눈에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이미지다. 또한 마스터플랜의 스케일을 제한한 공모 규정상 이 이미지가 패널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되어 심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HEA는 자연과 도시 라이프의 조화를 추구한다.환경에 대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로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www.h-e-a.co.kr
- [공모의 한 수] 리프레싱 코스트
- 1 패널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란 설계의 핵심을 표현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시흥배곧신도시의 수변 공원을 설계하는 이 공모전의 콘셉트는 바다 환경의 미기후적 분석과 영향을 기반으로 공원의 형태와 생태적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마스터플랜은 바다와 인접한 수변 공원의 모습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물의 흐름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이것이 공원 지형과 생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는 1994년 창립 이래, 도시인에게 자연과 호흡하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제시해 왔다. 삭막한 주거 환경의 한복판에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린 시절의 추억,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며, 여유와 즐거움이 넘치는 문화 환경을 헌정한다. www.grouphan.com
- [공모의 한 수] 댄스 위드 더 리버
- 1 ‘지에리우 강 경관 벨트 프로젝트’는 선전세계전시컨벤션센터 인근의 지에리우 강변에 여가 공간과 보행교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이루어진 강변을 물과 녹지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수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과 자연의 공존을 꾀하고자 했다. 메인 이미지로 꼽은 조감도는 대상지의 전체적인 맥락뿐만 아니라 복원된 강의 생태적 특성, 강 생태계가 수변 공간 및 인근 도시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SWA 그룹(SWA Group)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지에 일곱 개의 오피스를두고 있는 조경 및 도시설계사무소다. 공공의 오픈스페이스는 대도시를 구성하는기반 시설의 필수 요소이며 공원, 거리, 광장과 같은 공간이 도시에 활력을 더하고평등성과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www.swagroup.com
- [공모의 한 수] 홀스슈 만, 물의 경계를 포개다
- 1 캘리포니아 소살리토 지역 홀스슈 만에 지역을 위한 인프라이자 교육 공간으로 쓸 공원을 설계했다. 공원의 주요 기능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의 지역 보호다. 손가락을 겹쳐 포갠 듯한 형태의 해안선은 일종의 방파제로 기능하면서 상업, 생태, 여가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이 경계를 따라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산책로를 계획했으며,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풍력 발전 시설과 태양광 패널을 주변에 배치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플레처 스튜디오(Fletcher Studio)는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건축, 도시설계, 환경 계획 등 포괄적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설계사무소다.다양한 협업 방식과 맥락적인 접근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관,도시 공간, 생활 기반 시설을 만들고 있다. www.fletcher.studio
- [공모의 한 수] 그뤼괴레 해양 센터
- 1 메인 이미지로 꼽은 마스터플랜은 프로그램과 다목적 시설이 만드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한눈에 보여 준다. 대상지는 비수기 이용이 저조한 공간이며, 여러 프로그램이 넓은 대지에 분산되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넓고 개방된 대상지의 특성을 고려해 항구 면적을 축소하고 항구 중심에 성수기 프로그램을 집약했다. 확보한 여유 공간에는 비수기 이용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해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마스터플랜은 이 같은 전략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베가 란스카브(VEGA landskab)는 안네 도르테 베스테르고(Anne DortheVestergaard)와 안네 갈마(Anne Galmar)가 2013년에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덴마크 코펜하겐과 오르후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경관은 아름다운 풍경 그 이상의의미를 가지며 삶을 활기차게 만드는 프레임이라고 믿는다.www.vegalandskab.dk
- [공모의 한 수]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 1 패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이미지는 리서치 다이어그램이다. 대상지와 주상절리를 관광 목적의 경관 자원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의 사회·문화적 유산으로 바라보고 설계했기 때문에, 이 같은 방향의 밑바탕이 된 분석 내용이 중요했다. 대상지를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누군가 이를 면밀히 읽어준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통해 대상지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핵심 해법을 제공한다. www.hldgroup.net
- [공모의 한 수] 버티컬 가드닝
- 1 패널에는 그대로 쓰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초기 구상 당시의 메모다(이후 패널에 다이어그램으로 수정 및 가공해 넣었다). 이 스케치에 핵심 아이디어와 제목이 모두 담겨 있다. 세 건축가와 두 조경가가 지명을 받은 상황에서 그래픽 표현이나 형태적,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식물을 이해하고 가꾸는 행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고자 했다. 조경가로서 정원이라는 용어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로 가꾸는 행위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벽면에 다가가 가드닝을 하게 할지 고민했고, 이를 단순한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그람디자인은 2008년 설립되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아이디어와디자인을 추구한다. 조경 설계뿐만 아니라 정원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 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이다.www.facebook.com/gramdesign1
- [공모의 한 수] 배스큘러 플랜트
- 1 단면 상세도+조감도는 인공적 구조물과 자연의 식생이통합되고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상하고 낯선 경관을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패널을 읽는 순서와 기승전결의 흐름을고려할 때 클라이맥스 부분에 위치해 전체적인 분위기를조성하는 역할도 한다. ‘배스큘러 플랜트Vascular Plant’에서는수평적 자연정화 과정을 수직적 관다발 시스템으로 전환해도시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였다. 따라서 단면에서보이는 수직적 디테일, 이와 동시에 평면적으로 펼쳐진 경관을함께 보여주어 프로젝트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고자 했다.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디테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의분위기가 중첩되어 나타나게 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의 당선을이끌었으며, 개인 자격으로 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에서 대상을수상하기도 했다. instagram.com/design_joje
- [공모의 한 수] 그로브너 광장, 21세기의 정원
- 1 계획안의 개념과 감성, 공간의 규모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렌더링 마스터플랜이 핵심 이미지다. 특히 이 공모에서는 디자인의 깊이를 느끼게 하고 재질이 무엇인지 전달하기 위해 3차원 렌더링 마스터플랜을 제작했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노마드 스튜디오(Nomad Studio)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창의적 디자인스튜디오다.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예술과 경관의 상호 작용을 탐구하고, 이상호 작용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www.thenomadstudio.net
- [공모의 한 수] 깊은 표면
- 1 조감도는 광장의 구조와 인상, 설계 개념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며 유일한 이미지였다. 광화문광장은 아기자기한 공간 짜임새나 다양함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대부분 알아채지 못하는데, 이 조감 이미지는 사실 단면 투시도다. 지하와 지상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입체적 광장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서 조감도 전면에 단면도를 결합했다. 대부분의 조감도는 실사로 작업하며 큰 공모전의 경우 전문 CG 업체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조감도는 실사 렌더링이 아니며 내부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의도한 한국적 경관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www.cadesign.co.kr
- [공모의 한 수] 에스비에리 마을 공원
- 1 조감도는 작품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프로젝트 본래의 문맥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다.에스비에리Esbjerg 시는 3만m2에 달하는 항구 공원을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녹색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것을 요구했다. 우리의 주요 디자인 요소는 극적인 지형을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극적인 경사와 곡선으로이루어진 지형을 강조하고, 2천5백명을 수용하는 계단식 원형극장을 계획했다. 패널 상단에 배치한 조감도는 이러한 설계의핵심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미지다.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토포텍 1(Topotek 1)은 독일 베를린 기반의 조경설계사무소로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가 1996년에 설립했다. 조경 전반에 걸친다양한 유형 및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건축과 도시설계부터 예술까지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www.topotek1.de
- [공모의 한 수] 모르스브로흐 성 공원
- 1 모르스브로흐 성 외곽 공원을 재조성하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크고 오래된 나무를 대하는 것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 보이는 게 중요한 인공 경관에서 자연적인 힘을 가진 비오톱 경관으로 회귀하는 전략이다. 공원은 거의 그대로 두고 일련의 생태 가든 룸garden room을 디자인했다. 원형의 가든 룸은 그 역할이 다양한데, 주변 습지와 수목 군락을 사람들의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거나 독특한 지형과 식물이 어우러진 교육 및 놀이 공간이 된다....(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POLA 란트샤프츠아르히텍턴(POLA Landschaftsarchitekten)은 죄르크미헬(Jorg Michel)이 2009년 독일에 설립한 스튜디오다. POLA는 포에틱랜드스케이프(poetic landscape)의 약자로, 모든 장소에는 고유한 이야기가있다고 믿으며 주어진 공간을 새로운 시적 풍경으로 생각하고 변형하는 작업을선보인다. www.pola-berlin.de
- [공모의 한 수] 뮤지엄 루프
- 1 두 명의 건축학과 교수와 팀을 이뤄 진행한 ‘국립박물관단지 마스터플랜 국제공모’는 원래 건축 마스터플랜 공모전이었다. 하지만 대지에 비해 연면적이 크지 않아 조경의 비중이 상당히 큰 프로젝트였다. 교수로 이루어진 팀이라 그런지 당선됐을 시 본인이 갖게 될 몫을 신경 쓰기보다 좋은 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건물과 조경을 설계하기보다 하나의 경관을 만들고 싶었고, 건물은 땅에 낮게 깔려 거의 지평선을 강조하는 선이 되었다. 건축의 수직적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으니 평면의 배치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건축이 아닌 경관 설계를 드러내기 위해 메인 조감도를 뺄 것을 제안했다....(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번역했으며,설계 방법론을 다룬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를 썼다.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 지난 6월 4일, 잠실한강공원 수영장과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결과가 발표됐다. 잠실한강공원 수영장은 1990년에 조성된 물놀이 시설로, 조성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시설이 노후해졌다. 수영장 주변의 과도한 포장 면적은 여름철 지열을 발생시켜 이용에 불편함을 초래했으며, 봄, 가을, 겨울철에는 이용이 제한되어 활용도가 낮았다. 수영장과 인접한 곳에 백사장, 트랙구장, 자연학습장 등이 마련되어 있으나 각 공간이 물리적으로 단절되고 제각각 성격이 달라 연계적 이용이 어렵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3월 공모를 개최해 낡은 시설을 친환경 물놀이장으로 개선하고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설계 범위는 잠실한강공원 수영장 부지이나 향후 공간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인접 부지(모래비치, 트랙구장, 자전거 도로 등)를 포함하는 구상 범위에 대한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했다. 설계 목표는 네 가지였다. 첫째, 한강의 자연성을 최대한 회복하거나 유지하고 개방된 도심에 친환경적 공간을 조성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제방 건설과 공유 수면 매립 사업 이전의 서울 땅과 한강의 원형을 살펴 강변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되살린다. 둘째, 사계절 이용 가능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구상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물놀이장과 자연 쉼터로, 겨울에는 한강과 어우러진 겨울 풍경을 만들고 자연형 모래비치, 다양한 깊이의 풀장, 자연형 계류, 배후숲, 유료로 운영할 부대시설을 함께 제안한다. 셋째, 개방적 시설을 조성하되 여름철 수영장 운영 시 유료 영역을 구분하는 별도의 경계 시설물과 야간 운영 등을 위한 탄력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넷째, 수질 관리를 위한 바닥 마감과 수 처리 시설, 여과 시스템을 계획한다. 최신현(씨토포스 대표), 김병채(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이유미(서울대학교 교수), 이장환(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김성우(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 대표)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경관 및 지형을 고려한 계획,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성 회복 방안, 주야간 및 사계절을 고려한 공간 조성, 실현 가능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 국내외 11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으며 그중 다섯 팀이 선발되어 최종 심사에 올랐다. 당선작은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의 ‘원더플 랜드’에게 돌아갔다. 최신현 심사위원장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어 집중적인 공간으로 풀어낸 것이 좋았으며, 기존 한강공원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사계절 활용 가능한 공간 조성에 가장 충실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당선팀에게는 실시설계 계약 우선협상권이 주어진다. 시는 올해 연말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2월 착공해 2022년 6월 수영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선작 원더플 랜드Wonderful Land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2등작 그랜드 블루, 블루 그라운드Grand Blue, Blue Ground 기술사사무소 이수 + 스튜디오테라 + 엠더블유디랩 +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 김소라(서울시립대학교) 3등작 우리들의 한강 바이런 +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4등작 한강 자연물놀이장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토포텍 1 5등작 시프팅Shifting 지역활성화센터 + 아워스튜디오 주최 서울시 위치 서울시 송파구 한가람로 65(기존 잠실한강공원 야외 수영장 일원) 면적 야외 수영장: 약 25,000m2 모래비치 및 트랙구장: 약 20,000m2 예정 설계비 약 4억원 예정 공사 기간 16개월 (2022년 6월 개장) 방식 일반 설계공모 상금 당선작(1팀):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협상권 2등작(1팀): 1,660만원 3등작(1팀): 1,245만원 4등작(1팀): 830만원 5등작(1팀): 415만원 심사위원 최신현(심사위원장, 씨토포스 대표) 김병채(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이유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이장환(어반오퍼레이션즈 대표)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김성우(예비 심사위원, 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 대표)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원더플 랜드
- 환상적인 대지와 경이로운 경관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은 상반되는 두 가치가 공존하는 장소여야 한다. 주변의 자연 요소와 직간접적으로 결합된 경관이자, 유지·관리·통제가 용이한 도심형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대지여야 한다. 자연적 요구와 도시적 요구를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네 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째, 두터운 자연적 경계를 조성한다. 둘째, 재구성된 사계절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셋째, 한강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지형을 설계한다. 넷째, 대상지의 다양한 맥락을 반영한 식재 계획을 수립한다. 도시와 분리돼 있지만 모든 것이 통하고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원더플 랜드(wonderful land)’는 단순한 물놀이 시설을 넘어 환상적이고 놀라운 대지와 경관을 선사할 것이다. 두터운 자연적 경계 기존 물놀이장의 폐쇄적인 선형 펜스를 개방적이고 두터운 자연적 경계로 변환한다.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높이는 낮게 유지하고, 폭 3m 이상의 생울타리와 다양한 하층 식생을 결합한 경계를 조성한다. 이는 그 자체로 자연을 경험하는 공간이자 대상지에 새로운 장소성을 부여하는 경관 틀과 배경으로 기능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그랜드 블루, 블루 그라운드
- 한강의 자연과 물놀이장 거대한 모래톱과 식생이 어우러진 한강의 자연환경은 수중보와 직강화 사업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이곳에 ‘자연형’이 아닌 ‘자연’ 물놀이장을 만들고 한강 자연의 회복을 꾀하고자 한다. 인공적인 저수 호안을 자연 호안으로 회복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물과 식생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경관을 만드는 것이 ‘그랜드 블루, 블루 그라운드(Grand Blue, Blue Ground)’의 목표다. 전략 자연과 수영장의 공존: 대상지의 자연 지형을 복원하고, 붕 떠 있는 판 형태의 그랜드 풀(grand pool)을 조성해 자연과 수영장이 공존하는 환경을 마련한다. 침수 식생부터 초본 식생, 유수역 다년생 초본 식생, 교목류에 이르기까지 한강의 생태를 고려한 하반림을 복원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우리들의 한강
- 강, 모래사장, 초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한강 경관의 원형을 모티브로 삼았다. 목표는 자연의 복원이 아닌 자연성의 복원이다. 사람들을 위해 변화하는 새로운 경관을 조성한다. 옛 한강의 모래사장을 닮은 큰 물놀이장을 대상지 중앙에 계획한다. 물놀이장은 물이 차고 빠짐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며, 한강의 자연이 그러했듯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지형을 조작해 모래사장은 한강과 물놀이장을 조망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물과 모래의 영역에는 녹지를 더한다.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는 너른 잔디밭, 아늑한 자연 속 놀이터와 쉼터를 제공하는 숲 속 계곡을 마련한다. 이렇게 변형된 자연은 인공 층과 융합된다. 기존 물놀이장을 일부 보존해 옛 잠실한강공원 수영장의 기억을 드러내고 새롭게 활용한다. 지난 기억과 앞으로 올 기억, 물과 바람, 여름과 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우리들의 한강이 만들어진다. ...(중략)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한강 자연물놀이장
- 잠실한강공원 수영장은 시민들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시간이 흐르며 시설이 노후되어 전면적인 보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강의 자연 경관을 복원하고 도시재생 정책에 부합하는 자연형 물놀이 시설을 조성하고자 했다. 사계절 내내 이용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잠실한강공원의 이용도를 높여 여름에만 반짝 이용되고 잊히는 시설이 아닌, 시민의 삶과 함께 하며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친환경 물놀이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한강 자연물놀이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에서 잠실관광특구로 이어지는 수변 공간을 활성화할 것이다. 또한 올림픽대로 밑 나들목을 통해 한강 산책로까지 연결되는 잠실동 주민들의 여가 장소이자 사각사각 플레이스 및 자연학습장의 확장된 공간으로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물과 강변 풍경의 건축적 해석 자연적 형태가 아닌 픽셀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습지대를 기하학적 형태로 해석하고자 했다. 자연적인 강변과 연계되는 경관을 연출하고, 인위적으로 자연을 흉내내는 것을 지양하며, 인간의 손에 의해 조성된 공간임을 보여줄 수 있는 계획안을 세웠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 시프팅
- 조망 잠실한강공원 물놀이장은 성인 키 높이 정도의 펜스에 둘러싸여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자연환경과 단절되고 고립되었다. 한강변에 있으나 친수성이 부족하고 부지 남쪽 왕복 8차선의 올림픽대로에서 자동차 소음이 발생해 교통섬 같은 인상마저 준다. 원경을 고려해 시설을 배치하고 레벨을 조정하고자 했다. 한강으로 뻗은 새로운 경사지 위에 조성되는 자연형 물놀이장은 자동차의 시청각적 영향을 상쇄하고, 한강의 자연 경관을 회복해 조망으로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한강과의 시각적·맥락적 관계 속에서 풍부한 물놀이를 체험하게 한다. 프로그램 현재 물놀이장 인근의 백사장과 트랙구장, 자연학습장, 안심생존수영 실기 교육장은 서로 분절되어 있어 연계성이 부족하다. 본래의 용도대로 활용되지 않거나 이용률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제거 혹은 재배치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하고자 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재편성을 통해 새로운 물놀이장이 주변 시설과 통합적으로 연계·운영되도록 한다....(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그래스호퍼 연대기Ⅰ
- 변신 다행히 변해 있었던 건 아니다. 술을 끊은 뒤에도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형편없는 껍질이 그대로 누워있을 뿐 그렇게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다들 세련된 매너를 표현하느라 분주한 나이가 됐다. 그래스호퍼 같은 기술의 향방에만 관심을 두기에는 합리적으로 소모해야 할 사회적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됐는지 이해하게 되는 법이다. 이제 와 누군가를 설득하려 해봤자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뿐이다. 그렇게 나는 그래스호퍼를 배우게 됐다. 어느 날 벌레로 변해 버린 건 아니지만 자유로운 선택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내 코딩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경가가 그래스호퍼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오곤 했는데, 실존적인 입장에서 꺼낸 얘기는 아닌 것 같아 진지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아마 나는 비교적 젠틀한 언어로 위대한 진실보다는 서로의 관계에 의미 있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물론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모든 미디어는 가치 중립적이고 새로운 미디어는 활용 방법이 덜 개발됐을 뿐이다. 예술가는 어떻게 사용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미지의 세계에 도착했으니 창의적 경쟁심을 잔뜩 탐닉할 기회를 즐기면 그만이다. 그래서 배웠다. 인간들의 편견에서 출구를 찾으려고 조련사를 속인 것은 아니다. 미디어와 레퍼런스의 시대 내 생각은 그렇다. 패러다임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 경제나 환경 문제에 있어 지구적 재난의 시대가 도래할지언정 포스트모더니즘 이후는 없다. 거대 서사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은 기술 개발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그리고 주체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발현하고 포화된 역사를 레퍼런스로 재창조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지금은 미디어의 시대이고 자기 주체의 시대이며 레퍼런스의 시대라고. 그래스호퍼, 코딩, 파이썬, 클라우드, 스위프트 같은 말들은 더 이상 기술 어휘가 아니고 가치 판단의 문제도 아니며 시대의 역할에 대한 개인의 실천일 뿐이다.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것들에 대해 보수적으로 말해 왔으며, 이형의 개인에게 집단은 불편함을 내보였다. 현재를 유지하는 것과 관성을 지속하는 것은 인류에 내재된 방어적 본능이며 돌연변이가 가져올 미래의 가능성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잠에서 깨어보니 나는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고, 자취를 남기고자 하는 사람은 달라진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래스호퍼로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후에 받는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어색한 웃음과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은 대화 주제를 조합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 파라메트릭 선언 목록을 나열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선언을 하겠다. 파라메트릭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스호퍼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코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코딩은 1940년대에 시작됐다. 파라메트릭은 변수를 활용하는 지극히 보편적 개념이며 세상 어디에라도 이미 적용되어 있다. 가치 판단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비틀즈를 대체한 것이 아니지 않나. 비틀즈는 비틀즈고 다프트 펑크(Daft Funk)는 다프트 펑크고, 톰 미쉬(Tom Misch)나 FKJ(French Kiwi Juice)같은 지금 세대의 뮤지션들은 심지어 비틀즈이고 다프트 펑크이며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다. ‘대체’가 아니라 ‘확장’이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다. 세상에는 아날로그로 설계하는 사람, 아날로그와 컴퓨터로 설계하는 사람, 그리고 아날로그와 컴퓨터와 파라메트릭으로 설계하는 사람이 있게 된 것이다. 그뿐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 [공간잇기] 마을 기억지도로 찾은 잊힌 공간
- 기억이 나요 철원에서 아홉 세대를 거치며 대대로 살아온 이근회 어르신이 가만히 앉아 있다 한마디 거든다. “여기 요 옆에 감나무가 있었고 그 옆으로 냇물이 졸졸 흘렀어요.”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던 열 명 남짓 주민들이 일제히 어르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이랑 이 감나무에 올라가 감도 따고 옆 냇물에서 첨벙첨벙 놀고…그러던 곳이에요. 한참 뛰어놀다 목마르면 요 개울 아래 우물에서 물 한 모금씩 마시기도 했죠.” 어르신은 테이블에 펼쳐 놓은 지도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천진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 ‘천 년의 철원 토박이’라 불리는 어르신은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도 오래 한 터라 누구보다 철원이 변해온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주민들도 어르신이 가리키는 지도의 위치를 열심히 따라가 본다. 하지만 주거지가 들어선 현지도 어디에도 물길과 우물은 보이지 않는다. “시공간의 이야기를 한 장에 담은 지도를 우리 지역에서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계동100년, 시간을 품은 지도’처럼”(4월호 참조). 지방의 한 연구소에서 ‘일상 공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강연을 마친 내게 누군가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철원군청 소속 공무원인 그는 철원에도 잊힌 공간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지역의 사라진 공간을 찾고 싶다고 했다.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진행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말을 이어간 그는 철원이 고향이라고 했다. 짧게 나눈 대화였지만 진정성 담긴 눈빛에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틋함이 느껴져 강한 여운이 남았다. 이런 인연으로 시작된 신철원 일대의 ‘시간을 품은 지도’1 프로젝트는 초반에는 순조로운 항해를 할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곳, 신철원 철원에는 새 도읍이 필요했다. 구舊철원이라 불리는 화려한 명성의 옛 도읍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군청, 경찰서, 법원, 우체국 등 주요 관공서가 있던 자리는 치열한 전쟁의 상흔으로 흔적도 찾을 수 없게 초토화돼 한때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새로운 중심지가 필요했다. 강원도 철원군의 남쪽 끝에 위치한 갈말읍이 휴전 협정이 체결된 이듬해 새 도읍지로 선정됐다. 1950년대판 신도시였다. ‘칡뿌리의 끝’이라는 뜻의 갈말葛末이라는 이름을 가질 만큼 척박해 아무도살지 않던 땅이었다. 전쟁 이후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된 남쪽 끝에 새 터를 정한 것이다. 비옥한 구철원 땅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를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지 않았을까.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와 지포리 일대에 조성된 신도시는 신철원이라 불렸다. 구시가지에 있던 철원군청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와 학교 등의 공공 시설을 새 중심지로 옮겼고, 철원군민, 실향민, 외지인이 함께 정착할 환경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사람이 산 흔적이라고는 없던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철원의 신도시, 신철원의 70년 역사가 시작됐다. “죄송하지만 그런 자료는 없습니다.” 신철원 주민들과 초기 워크숍을 통해 알아낸 1차 자료를 모아 문헌 조사를 시작할 단계였다. 현재는 사라지고 없는 곳들을 파악하고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던 참이었다. 관련 관공서, 교육 기관, 문화 시설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답은 자료가 없어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 있던 옛 자료를 최근 새 건물을 짓고 이전하면서 모두 불태웠다는 설명이었다. 전쟁으로 불에 탄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불과 십여 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그 자료들을 임의로 없앴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타임머신이라도 있다면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그 자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 확인을 할 사료가 없다는 점이 막막하게 다가왔다. 도대체 무슨 수로 지역의 사라진 공간들을 연구할 것인가. 마을 기억 더듬기 신철원은 조직적으로 계획된 요즘 신도시와 확연히 다르다. 전쟁의 폐해를 피해 급하게 만든 만큼 민관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였다. 주민들은 사람이 살 만한 땅이라 생각되면 힘을 합쳐 그곳에 마을을 만들어나갔다. 땅을 다져 집을 짓고 농사지을 땅을 다듬었다. 신철원 일대를 가로지르는 용화천은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지류다. 인근 명성산과 각흘산에서 삼부연폭포의 절경을 통해 쏟아져 내려오는 물은 신철원의 젖줄이었다. 용화천의 맑고 힘찬 물은 신철원 일대 크고 작은 물길과 우물의 생성에 영향을 미쳤다. 척박한 땅에서 물은 삶의 원천이었다. 신철원의 마을들은 실개천과 우물을 빼면 이야기할 수 없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삶도 이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1960년대 관이 지은 철원 최초의 대중목욕탕이 있던 곳이에요.” 80대 이근회 어르신은 지도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용화천 물을 수동식 펌프로 끌어와 시작한 목욕탕은 당시 철원 사람들이 우물에서 길은 물로 고무 대야 목욕을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지금은 한무관이라는 태권도장이 있던 흔적만 남아 있다. “나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어머니께 여쭤보니 사람들이 빨래를 한 바구니씩 들고 와 빨래를 그렇게 했대요. 물이 펑펑 나오니까. 그래서 주인이 그거 단속한다고 들어갈 때 짐 검사하고 사람들은 안 보여주려고 하고. 그런 시절이 있었대요.” 함께 있던 조금 젊은 60대 주민이 거든다. “지포리에도 목욕탕이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1960년대에는 5원짜리 지폐 내고 들어갔죠.” 당시 입장료를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185원 정도로 저렴했다. 목욕탕은 1971년 문을 닫을 때까지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목욕탕 있던 자리 옆이 지금 폐가로 남아 있는 양조장이에요.” 현장 조사 때 본 폐공장 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제법 큰 우물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으로, 한 동짜리 공장 내부 숙직실에는 당시 사용하던 달력과 관리 일지 등이 무심한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먼지를 뒤집어쓰고 벽에 걸려 있다. 물이 좋아 막걸리 맛도 일품이던 이곳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동네 사람들에게 단연 인기였다. 말통(20리터 플라스틱 통) 단위로 판매하던 막걸리는 자전거 리어카에 실려 신철원 일대 주점에 배달됐다. “이쪽으로 좀 와보세요. 여기 막걸리 통이 있어요.” 함께 조사 나간 30대 주민이 반가운 듯 소리친다. 오래 관리하지 않아 잡초가 우거진 폐가 마당에서 버려진 막걸리 통을 발견한 것이다. 술에 취해 아무데나 막걸리 통을 버렸을 누군가에게 순간 고마웠다. ...(중략) 각주 1.‘시간을 품은 지도’는 특허청의 인증을 받았다(상표등록 제40-1454765호).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 10년간 생활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 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주거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수료했다. SOM 뉴욕 지사, HLW 한국 지사, GS건설, 한옥문화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약 16년간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 한국인의 참다운 생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 ‘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 [북 스케이프] 정원, 보다 더 위대한 완성
- ..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학기가 끝나간다. 매주 온라인 강의 준비에 허우적대다 보니 어느새 종강이 코앞이다. 마스크 너머로나마 회색의 인물 아이콘이 아니라 실재하는 수강생들을 만날 기대에 기말고사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재택 근무 모드로 지내다 보니 일상의 모든 경계가 자꾸 흐려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방학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어수선한 책장을 정리하고, 아래쪽에 내려놨던 탐구 생활용 책과 몇 년째 지지부진한 번역 초고를 담은 두툼한 링 바인더의 먼지를 털어 잘 보이는 곳에 꽂는다. 이 책의 제목은 존 딕슨 헌트(John Dixon Hunt)의 『그레이터 퍼펙션즈(Greater Perfections)』다.1 정원 이론을 공부하면서 헌트의 연구를 피해가긴 어렵다. 그런데 그의 글을 단박에 이해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유려하지만 번역은커녕 해석도 잘 안 되는 문어체 영어 문장은 그렇다 치고, 인문학의 전 영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방대한 지식을 대할 때면 도대체 나는 학부와 석박사 과정에서 뭘 했나 하는 좌절감마저 든다. 하지만 의지할 만한 선학이 있음에 안도할 때가 더 많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는 그는 대개 조경사학자(landscape historian)로 소개된다. 그의 학문적 경력은 영문학에서 시작하여 미술 이론과 비평으로, 이어 정원 역사와 이론, 비평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작업이 주로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 관련 연구였다면,2 보다 더 포괄적인 정원 이론 연구는 『그레이터 퍼펙션즈』에서 시작된다. ...(중략) 각주 1. John Dixon Hunt, Greater Perfections: The Practice of Garden Theory, Thames &Hudson, 2000, 2004. *환경과조경387호(2020년7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작품의 일생, 보존과학자의 일상
- 탄생은 곧 변화의 시작이다. 모든 물체는 만들어진 순간부터 자연적으로 노화를 겪게 되고, 때로는 외부의 충격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예술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의 수명을 좀 더 연장시키고, 본래의 모습에 가깝게 되돌리기 위해 보존·복원 작업이 이루어진다. 지난 5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에서 개최된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은 이 같은 보존과학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화이트 큐브 뒤편에서 이루어지던 작품의 보존 및 복원 작업을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가상 인물의 이름인 C는 유적이나 예술품을 관리하는 사람인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영문명 첫머리 글자이며 삼인칭 대명사인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윤범모관장(국립현대미술관)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하고 “하나의 작품을 보존, 복원하기까지 이루어지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담론”을 전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서재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다섯 개의 단어가 전시의 큰 줄기를 이룬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작품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소리로 전달한다. 류한길의 ‘상이 작동(Differently Animated)’은 어둡고 텅 빈 공간에 찢기는 소리, 쇠붙이가 마모되는 소리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소리를 내뿜는다. 시각적 영향을 최소화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7호(2020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언유주얼
- “일하는 존재로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이야기다. 퇴근은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고, 퇴사는 더 이상 일생일대의 사건이 아니며, 나쁜 일을 거절하고 거절당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살아갈 수 있다.”2 밀레니얼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잡지 『언유주얼(An Usual)』 2020년 6월호의 주제는 ‘퇴근, 퇴사, 퇴짜’다. 노동의 세계에서 멀찍이 떨어져 용돈으로 떡볶이나 사 먹던 시절에는 몰랐다. ‘퇴’로시작하는 말들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하루 중 퇴근만큼 설레는단어가 없고, 이직과 퇴사는 친구들의 근황을 듣는 가운데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키워드다. 퇴짜는 그 자체로는 많이 쓰는 말은 아니지만 일하면서 계속 맞닥뜨리는 일상적 상황이다. 단지 책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글을 읽고 쓰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는 이유만으로 잡지 분야에 발을 들였다. 기사 쓰고 교정보는 데 익숙해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 권에 여러 콘텐츠를 담아야 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글이나 자료를 부탁하는 일이 잦았다. 애석하게도 내 DNA에는 입력되지 않은 철면피 기질이 필요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친한 척하면서 원고나 인터뷰를 요청하고, 거절당하면 재차 설득을 시도해야 했다. 전문지 특성상 전업 작가가 아닌 본업이 따로 있는 이들에게 약간의 보람과 변변찮은 금전적 보상, 덤으로 두통과 마감의 압박을 주는 글쓰기를 부탁해야 했기에 더 곤혹스러웠다. 말주변도 없어서 청탁 이메일을 쓰는 데만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극존칭을 써가며 갖은 명분을 들다가, 좀 비굴해 보여서 담백하게 고쳤다가, 다시 보니 공손해 보이지 않아 또 고치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오전 업무 시간을 날리기도 했다. 그렇게 메일을 전송하면 온 우주의 힘을 빌려 부디 일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하루에 몇 번씩 수신확인 버튼을 눌렀다. ‘RE: 안녕하세요 환경과조경입니다…’라는 제목을 보고 들떴다 ‘죄송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내용에 곧바로 울상이 됐다. 『언유주얼』에는 인터뷰이에게 가상의 설정을 부여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페이크fake 인터뷰’ 코너가 있다. 6월호의 페이크 인터뷰는 언유주얼 편집부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작가가 퇴사 하루 전 시간대에 갇혀 n번의 퇴사날을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분명히 퇴사했는데 다음날 또 출근을 해야 하는 혼돈의 상황이 반복되다,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자 거짓말처럼 타임 루프에서 풀려난다. 퇴근과 퇴사 퇴짜를 반복하는 작금의 세대의 노동 환경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설정이라기엔 어딘가 짠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언유주얼 편집부의 절망과 불안에서 비롯된 간절한 염원을 보았다. 그것은 동시에 나의 염원이기도 했다. 특집호를 준비하는 달은 더 잦은 승낙과 퇴짜에 맞닥뜨리게 된다. 어김없이 다양한 거절의 이유가 있었다. ‘자랑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요’, ‘너무 오래전에 했던 작업이라 싣고 싶지 않아요’, ‘요새 너무 바빠서 그거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요’ 등 지난 시간을 다시 떠올리니 콧잔등이 시큰거린다. 아쉽게도(?) 내겐 제안을 승낙할 때까지 타임 루프에 가두는 신묘한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징징대고 있을 순 없으니 그간 지나쳤던 거절의 말들을 다시 꺼내 본다. 귀찮아서 둘러댄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재고해볼 만한 이유와 사정도 있지 않았을까. 매달 쌓이는 거절에 매몰되기 보다는 거절하는 이유에 좀 더 기민해지기를. 그래서 다음번엔 좀 더 그럴듯한 제스처로 승낙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제안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 그 날의 파도를 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가 해변으로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다. 우리가 얼마나 허우적거리든지 파도는 지치지 않고 밀려든다. … “무언가 죽어가면서 태어나고 있었다”라는 문장은 출근과 퇴근, 입사와 퇴사, 승낙과 퇴짜의 반복을 통해 우리가 그저 소진되기만 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한 차례의 파도를 타고 돌아왔을 때 오늘 내가 뛰어들었던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 사실을 되뇔 필요가 있다.”3 매달 반복되는 기획, 제안, 거절, 승낙, 마감의 사이클을 한차례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내 앞엔 자연스럽게 잡지가 놓인다. 여느 때처럼 1일이 되면 나는 막 나온 책을 손가락으로 슬쩍 들춰보고, 곧바로 다음호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다시 승낙과 거절로 점철될 한 달이더라도 독자, 필자, 편집자 모두에게 더 만족스러운 잡지를 만들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 더없이 소중한 나의 월급과 지체 없는 퇴근을 위해. 각주 정리 1. 『언유주얼』, 언유주얼. 2. 김희라, 『언유주얼』 2020년 6월호, p.21. 3. 김유라, “파도 타기: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위의 책, pp.138~141.
- [CODA] 사심을 담은 특집
- 시작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 한 조각이 자꾸 머릿속을 성가시게 긁어댔다. 인터뷰이는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박경탁, 한때 여러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상금 사냥꾼이라 불린 그에게 슬쩍 당선의 비법을 물어봤다. 대상지에 접근하는 태도나 설계를 풀어나가는 방식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항상 위닝 샷(winning shot)을 먼저 정해요. 한 달 이상 고민하는 설계자와 다르게 심사위원들은 단 몇 시간 안에 판단을 해야 하죠. 그 짧은 시간 동안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드는 거예요. … 위닝 샷은 설계자가 대상지 내에서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의 장면이라 생각해요.” (『환경과조경』 2020년 1월호, “한계를 넘어 실천으로” 중)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다 한들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헛수고가 될테니까. 특히 쇼타임이 짧은 공모전에서 설계 핵심을 단시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는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일 것이다. 그때부터 궁금했다. 모두 이 말에 동의할까. 동의한다면 그 노하우는 무엇일까. 조금씩 쌓인 의문이 모여 ‘공모의 한 수’ 특집의 틀이 되었다.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려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하기보단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 작품 설명서 작성법, 프리젠테이션 전략 등을 제쳐 두고 제출 패널에 집중하기로 했다. 묵은 기억을 헤집어 졸업 작품 패널을 만들던 과정도 더듬어보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여섯 가지 질문을 선정했다. 질문들은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이메일을 타고 각국의 조경가에게 전달됐고, 15개 팀이 응답했다. 공모에 참여한 지 오래되어 그 기술이 신선하지 못한 것 같아서, 반대로 아직 경험이 부족해 노하우라 부를 만한 것이 쌓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한 이들도 있었다. 사실 질문 중 첫 순서를 차지한 “패널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와 그 이유”에는 개인적 사심이 묻어 있다. 공모를 소개하는 지면을 꾸릴 때면 매번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어느 정도 통일된 형식으로 수상작을 소개해야 하는데 작품의 컨디션이 제각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상지 분석에 설명서 반 이상을 쓴 팀이 있는가 하면, 설계안의 디테일에 골몰한 팀도 있다. 대표 조감도로 대상지 전체를 내려다본 시점을 택한 작품이 있는 반면, 세부 공간에 집중하거나 과감하게 조감도를 생략한 경우도 있다. 결국 핵심을 놓치지 않되 작품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를 선택해 가공하게 되는데, 꼭 잔뜩 부푼 빵을 납작하게 짓눌러버리는 듯한 기분이 되곤 했다. 아마 편집자뿐 아니라 작품의 주인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질문이 나와 더불어 그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주상절리를 관광 목적의 경관 자원 대신 지역의 사회·문화적 유산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리서치 다이어그램(‘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HLD), 벽면 가드닝을 유도하는 전략을 명쾌하게 표현한 다이어그램(‘버티컬 가드닝’, 그람디자인), 마스터플랜과 나란히 놓여 설계 개념, 공간 정보, 추상적 분위기를 전달하는 다이어그램(‘모르스브로흐 성 공원’, POLA)이 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패널 제작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대체로 비슷했다. 가장 선호하는 이미지 유형에는 조감도, 투시도와 더불어 어떤 질문에도 유용하며 바른 자세로 뽑힐 수 있는 ‘때에 따라 다르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미지 유형보다 이미지간 정보와 스타일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한강코드’, 랩디에이치), 패널에서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이미지에 설계의 핵심을 담는다(‘리프레싱 코스트’, 그룹한) 등 색다른 답변을 내놓은 팀도 있었다. 제목에 관한 의견이 가장 다채로웠다. 모두 작품의 “제목이 중요할 수도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작품의 이름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깊은 표면’, CA조경+김영민)는 데 공감하는 듯했다. 조금 욕심을 부려보자면, 변해가는 공모의 양상을 짚지 못한 게 아쉽다. “시간과 움직임, 디자인과 스케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이나 플라이스루”(‘홀스슈 만’, 플레처 스튜디오)처럼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다변화되고 있는 공모 제출품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얼마 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 설계공모’의 심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항상 정제된 문장으로만 만났던 심사평들이 훨씬 생생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경 전공자가 아닌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더니,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어쩌면 주민들을 초대해 그들의 응원 소리가 설계자에게 닿도록, 축제처럼 심사를 진행한다는 해외의 사례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 [COMPANY] 대지개발
- 대지개발은 자체 개발 천연 유기질 비료를 활용한 특허 공법으로 전문적인 수목 이식을 선보이는 회사다. 1980년대 ‘대지생명토’와 ‘대지생명정’을 사용해 대형 야생 수목을 성공적으로 옮겨 심어 수목 이식 분야에 새로운 이론과 실천적 기술 개발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특히 대지개발은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던 수령 750년의 안동 용계리 은행 나무를 살려내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다. 이식 가능성 검토부터 수목 활착까지 유지·관리 기간을 포함해 장장 10여 년에 걸친 작업이었으며, 라면 하나 가격이 100원 정도인 시절 19억 원을 투입한 대규모 공사였다. 이는 아파트나 도로 건설 시 큰 나무를 베어내기보다 옮겨 심기를 택하는 사례를 늘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동석 대표(대지개발)는 아버지인 고 이철호 회장의 유지를 이어 조경 토양에 대한 연구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성공적인 수목 이식에는 질 좋은 토양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공 지반이 많은 도시에서도 수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수준 높은 제품과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의 보급형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가를 낮추면서도 적정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혼합물의 구성을 조정한 ‘대지유기질’과 ‘대지지력정’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 출시한 ‘대지유기질’은 국내의 이탄과 미생물을 이용해 토양 물리 화학성을 개선해 수목 고사율을 낮추는 부숙 유기질 비료다. 동물성 잔재물 50%, 수피 20%, 톱밥 20%, 이탄 10%로 구성된다. 이탄은 무독, 무취의 천연 부식 물질로 미생물과 효소, 미량 원소 등을 제공하는데, 수목 식재 시 사용하면 토양의 보수성, 통기성, 수화성, 배수성을 향상시켜 뿌리 활착력을 높일 수 있다. 이동석 대표는 “무공해 청정 유기질 비료는 미래 지향적 토양으로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글 이형주 사진 대지개발 WEB. www.lifesoil.co.kr TEL. 02-832-3500
- [PRODUCT] 조약돌을 닮은 벤치 ‘페블’
- 콘크리트는 경제적이고 내구성이 좋으며, 색상, 질감, 형태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재료다. 골조나 도로 포장, 건축물뿐만 아니라 예술 조형물이나 모던한 분위기의 시설물에도 널리 이용되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튜디오 미콘Studio Miicon’은 일반 콘크리트의 여섯 배에 달하는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로 다양한 시설물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독특한 형태의 파사드, 공공 시설물, 인테리어 가구 등을 선보이며 콘크리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페블Pebble’은 동글동글한 조약돌을 닮은 벤치로,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이용자에게 친근함을 선사한다. 매끄러운 바위를 연상케 하는 이 벤치는 도시는 물론 자연 경관과도 잘 어우러지며, 모서리가 둥글고 매끄럽게 마감되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UHPC로 제작되어 외부 충격과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한 내구성이 높아 유지·관리 또한 용이하다. 한 사람이 가볍게 걸터앉을 수 있는 제품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크기와 형태가다양하며, 모양이 각기 다른 제품을 여러 개 모아 배치하면 이색적인 경관을 만들 수 있다. TEL. 031-831-3620 WEB. www.miic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