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이루는 것은 건물과 도로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이 물리적인 빈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도시를 온몸으로 살아온 이들의 기억이다. 도시공간연구자 서준원은 개발에 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도시 속 보통의 장소에 경관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2014년부터 북촌 계동, 용산전자상가 등을 대상으로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공간잇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이 살아온 시간과 배경에 주목하고, 지역 학생들과 함께 동네 슈퍼, 건물 뒤편의 텃밭, 골목길 담벼락 벽화 등에 얽힌 사연, 장소의 변천사를 조사해 마을 지도와 책자를 만들었다. 서준원에게 경관은 곧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린 ‘스토리스케이프’ 전은 서준원 대표(공간잇기)의 연구 전시로, 우란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인력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재단은 소장한 예술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고 소장품의 주제와 맥을 같이 하는 국내 예술가 및 연구자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초청된 연구자는 소장품을 매개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확장하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전시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와 서준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이클 울프가 홍콩의 뒷골목을 촬영하면서 동시대 소시민들의 일상을 기록했다면, 서준원은 서울에 담긴 개인사와 그들이 만드는 경관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큰 주제를 공유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