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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크레셴도
2020년입니다. 또 해가 바뀌었네요. 해가 바뀔 때쯤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려고 지난 ‘이미지 스케이프’를 찾아봤습니다. 작년엔 야구공 사진(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2018년(해가 지다)과 2017년(태양의 퇴근)에는 공교롭게 (어쩌면 의도한 대로) 해가 지는 사진이었네요. 아마도 지난 일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잘 맞이하자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2020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여기저기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 주위 사람들이 “참 많이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전공 특성상 현장을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 비해 엄청 많이 돌아다니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방문하는 곳 주변에서 한두 곳 정도를 더 둘러보는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가 볼 만한 곳을 지도에 표시해 두곤 하는데, 일을 다 마치고 나면 잠깐 짬을 내서 주변에 표시된 곳을 더 구경하곤 합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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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셸터
조경 공간을 구성하는 시설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일까? 퍼걸러와 같은 셸터형 휴게 시설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인 경우,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발주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조달청이 주도해서 업체를 선정한다. 이로 인해 설계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도시 기반 시설 같은 대규모 공간의 휴게 시설에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디자인이 제각각인 휴게 시설들이 온 도시에 망라되어 마치 시설물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휴게 시설에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도시적 규모의 종합 디자인과 내구성을 고려한 설계 사례를 소개한다. 군포송정지구의 셸터형 휴게 시설이다. 이 부지에 설치된 셸터형 휴게 시설은 총 네 개로, 모두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해 제작했다. 3차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물의 입체적 디자인을 결정하고, 자재 회사와 건축 구조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재의 크기, 단독 기초의 크기, 구조체의 형태 등을 결정해 도면화했다. 현장과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최초 디자인 의도에 근접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창한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다. 기술사사무소 렛(LET)을 거쳐 조경그룹 이작에서 실시설계 내역실을 이끌고 있다. 작은 교량 하부 공간부터 도시 기반 시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실시설계 디테일 제작과 내역 실무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신한은행 진천연수원, 제비어울림공원, 충북혁신도시, 의정부고산지구, 진주 영천강 천변 특화설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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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호밀밭의 파수꾼과 라이노 생태계
연재를 시작하며
조경가로서 컴퓨테이셔널(computational)디자인에 관한 연재를 시작한다. 아무래도 일년 내내 시시콜콜한 단어들을 등판시켜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지겨운 이야기를 하다보면 3월호쯤에는 이미 거짓말을 잔뜩 하고 있을 거다. 홀필드(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가 거짓과 가식과 싸우라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2020년이 되자마자 거짓의 달에 착륙하고 말았다.
모두가 컴퓨터를 열두 개쯤 가지고 있지 않은가? 크리스마스에 단지 우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산 아이패드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로리 올린Laurie Olin 같은 전통적인 조경가가 도면이란 손으로 그려야 한다고 핀잔을 주는 시대는 조금 저물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이란 주제로 잔뜩 뭔가를 늘어놓는 그런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이 연재는 어쩔 수 없이 따분한 자서전 같은 형식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며, 열두 달이 지나면 새롭다는 말을 144번쯤 반복한 한 앵무새의 이야기로 끝나 있을지도 모른다. 지면을 낭비하며 건전한 얘기만 늘어놓는 그런 상급 학교의 젊은이 같은 사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뿐이다.
자서전의 서막은 뉴욕에서 시작된다.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지낼 때다.『 위대한 개츠비』나『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슷한 시작이니 기분은 썩 괜찮다. 이제 서막의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새벽 여섯 시에 던킨도너츠에서 초콜릿 묻은 도넛을 몇 개 사서 사무실에 가서는 가장 큰 컵에 아이스커피를 가득 채우고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그래스호퍼(Grasshopper)를 독학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딱히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다는 핑계로 또 사무실로 가서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맥주를 몇 병 훔쳐 마시며 파이선(Python)이니 뭐니 하는 시답잖은 프로그램들을 연습하다 정말로 미쳐버리기 전에 도망 나오곤 했다.
West 8에서 일할 때는 로테르담 사무실에 처음으로 출근하던 날부터 회사 서버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궁금해했던 프로젝트들의 파일을 잔뜩 열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놀랄 만한 발견을 했는데, 바로 그곳에 컴퓨터 벌레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케줄에 따라 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도 해고당하지 않고! 아이맥iMac(애플 데스크톱 컴퓨터)에 몇 시간씩 렌더링을 걸어 놓고는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종족들 말이다. 나는 그야말로 이때다 싶어 그들의 작업 파일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3ds맥스(3dsMax)니 포레스트팩(Forest Pack)이니 패널링툴(Paneling Tools)같은 것들을 목적도 없이 잔뜩 배우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사실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영웅담이지만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기도 하니 생략하겠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지속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그런 경험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었을까?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희소의 경험은 희소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거짓의 달에 착륙하게 된 거다. 2020년을 맞아.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한국의 디자인 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자료출처
그림 1. https://parametricmonkey.com/2016/06/20/bim-eco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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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에밀 졸라의 『쟁탈전』과 새로운 파리
어느 도시의 모습, 그것도 과거의 모습을 보려면 우선 역사책을 뒤적인다. 정설로 인정받은 사건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외전이 더 흥미롭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문학 작품을 본다면? 허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삶의 면면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나 사건은 강렬하되 문체는 건조한 19세기 프랑스 소설은 당대 사회 연구의 훌륭한 자료다.
가령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에서 자주 언급한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인간희극(La Comedie humaine)』이 1830년 7월혁명부터 1848년 2월혁명까지의 시기를 다룬다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감정교육(L’Education Sentimentale』)은 2월혁명부터 제2제정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이어 에밀 졸라(Emile Zola)의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는 제2제정 시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샅샅이 훑고, 마르셀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는 벨 에포크 시기를 추억한다. 이 중 조경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에밀 졸라의 『쟁탈전(La Curee)』1을 소개한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이부형제에서 파생된 루공 집안과 마카르 집안 후손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에밀 졸라의 소설 모음집이다. 총서의 두 번째 작품인 『쟁탈전』은 루공 집안의 셋째 아들 아리스티드 사카르와 그의 가족을 다룬다.
오스만의 파리 재개발이 막 시작되던 무렵 아리스티드 루공은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일찌감치 정계에 발을 들인 형 외젠은 그를 파리 시청의 도로 담당 보좌관 자리에 앉히고, 성도 바꿔 형제임을 숨기게 한다. 사카르로 개명한 아리스티드는 한직에 불만을 품지만, 그 자리에서 도시 재개발과 관련된 고급 정보를 꿰찰 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카르가 투자 자본이 없어 전전긍긍하니, 가문도 좋고 지참금도 충분한데다가 젊고 아름답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급히 혼처를 찾는 르네가 나타난다. 때마침 부인도 병사한다. 사카르는 르네의 지참금과 상속 부동산을 바탕으로 투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일련의 토지 수용 보상을 통해 파리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시골에 맡겨둔 아들 막심을 파리로 불러들여 사카르와 르네, 막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 에밀 졸라, 조성애 역, 『쟁탈전』, 지만지, 2012. 2010년 지만지에서 출간된 축약본과 1996년 고려원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원서 정보는 다음과 같다. Emile Zola, La Curee, Livre de Poche, 1984.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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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 광장 지명 설계공모
디자인 엘·에이치오엠건축사사무소·안팍의 ‘네트로 와일드’ 당선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2019년 10월 1일 서울대공원은 노후한 동물원 정문을 새롭게 조성하고자 ‘서울대공원 동물원 정문 광장 마스터플랜 수립과 정문 및 부속시설 리모델링 지명공모’를 개최했다. 광장의 기능과 더불어 쉼을 제공하는 설계안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은 경관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박준서(디자인 엘),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양태진(조경그룹 이작), 윤성융(서호엔지니어링), 이대영(조경상회 스튜디오 엘) 5인의 조경가가 초대 받았고, 이 중 박준서, 서영애, 양태진, 이대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작품을 제출했다. 11월 21일, 김용미 심사위원장(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과 김병채(채움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변금옥(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 이소진(아뜰리에리옹 서울 소장), 최신현(씨토포스 대표)이 심사를 진행했다.
당선작에는 디자인 엘·에이치오엠건축사사무소·안팍컨소시엄의 ‘네트로 와일드(Netro Wild)’가 선정됐다. 2등작은 조경그룹 이작·이데아키텍츠 컨소시엄의 ‘오랜나무 그늘의 시간으로 공존의 의미를 말하다’(상금 800만원), 3등작은 기술사사무소 이수·구우건축사사무소·허비영 컨소시엄의 ‘광장의 재구성: 집약, 연결, 확산’(상금 600만원), 4등작은 조경상회 스튜디오 엘·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그린컬처조경설계사무소 컨소시엄의 ‘아름다운 그늘이 있는 동물원’(상금 400만원)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된다. 올해 3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10월까지 재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네트로 와일드
네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네오(neo)와 과거로 돌아간다라는 뜻의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네트로 와일드는 광장을 품은 거친 숲을 의미한다. 동·식물원 진입로의 거친 숲을 지나며 사람들은 도시로부터 벗어나 시공간적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9천 제곱미터의 넓은 정문광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입구 공간, 서비스 공간, 동물원 진입 공간을 구획했다. 각 공간의 진출입 동선을 녹지와 시설로 분리해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공간에 고객 지원 시설을 배치해 관리 동선과 진입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고, 서비스 코어를 두어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고자 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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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단지 경관의 회복탄력적 설계
에버스케이프 어워드 2019
지난 12월 3일, 주거 단지 외부 공간에 대한 회복탄력적 설계를 주제로 한 ‘에버스케이프 어워드 2019’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2018년에 제정되어 2회를 맞이한 에버스케이프 어워드는 삼성물산 조경사업팀이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급변하는 도시 환경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조경, 건축, 도시 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공모의 주요 과제는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도시 쇠퇴, 기후 변화 등 도시의 변화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주거 단지 외부 공간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핵심 개념으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제시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1,000세대 내외 주거 단지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주동 배치와 건축물 형태를 제외한 외부 공간과 시설물을 설계했다.
지난 10월 14일까지 참가 신청을 한 80팀 중 38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같은 달 18일 1차 심사를 통해 10팀이 선정됐다. 응모작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1차 선발팀을 대상으로 한 달간 팀별 멘토링을 진행했다. 멘토링 조경가로는 강한솔 소장(얼라이브어스), 백종현 소장(자연감각), 이호영 소장(HLD), 최영준 소장(랩디에이치),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 등 한국 조경의 미래를 이끌 젊은 조경가 5인이 위촉됐다. 11월 22일,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전재현 그룹장(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조경사업팀)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대상 1점(1,000만원), 우수상2점(각 500만원), 가작 3점(각 300만원), 입선 4점을 선정했다.
대상에는 황현수·정겸(연세대학교) 팀의 ‘브레스 인 브레스 아웃(Breathe In - Breathe Out)’이, 우수상에는 김병철·박지현·이석이(서울시립대학교) 팀의 ‘아티피셜 플랫, 네이처 언이븐(Artificial Flat, Nature Uneven)’과 이민경·박찬호(연세대학교)·김택현(인하대학교) 팀의 ‘어반 팡(Urban Pang)’이 선정됐다. 가작을 수상한 팀은 김태현·조영호·안성우(연세대학교), 송시원·박소민·정지섭(서울시립대학교), 김태원·진민령·조윤아(한국전통문화대학교)이며, 입선은 이제혁·김혜영·김수인(삼육대학교), 박태영·김홍준(경희대학교), 김민호·조영준·정제상(강원대학교), 배규민·임주영·정현주(충북대학교) 팀에게 수여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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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된 이야기, 이야기가 된 경관
‘스토리스케이프’ 전, 우란문화재단, 12월 5일부터 1월 11일까지
도시를 이루는 것은 건물과 도로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이 물리적인 빈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도시를 온몸으로 살아온 이들의 기억이다. 도시공간연구자 서준원은 개발에 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도시 속 보통의 장소에 경관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2014년부터 북촌 계동, 용산전자상가 등을 대상으로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공간잇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이 살아온 시간과 배경에 주목하고, 지역 학생들과 함께 동네 슈퍼, 건물 뒤편의 텃밭, 골목길 담벼락 벽화 등에 얽힌 사연, 장소의 변천사를 조사해 마을 지도와 책자를 만들었다. 서준원에게 경관은 곧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린 ‘스토리스케이프’ 전은 서준원 대표(공간잇기)의 연구 전시로, 우란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인력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재단은 소장한 예술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고 소장품의 주제와 맥을 같이 하는 국내 예술가 및 연구자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초청된 연구자는 소장품을 매개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확장하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전시한다.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와 서준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이클 울프가 홍콩의 뒷골목을 촬영하면서 동시대 소시민들의 일상을 기록했다면, 서준원은 서울에 담긴 개인사와 그들이 만드는 경관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큰 주제를 공유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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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이제 그만 행복해질 때도 됐잖아요. 코엔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2013)을 보며 속으로 외쳤다. 포크송 가수인 데이비드 르윈이 뒷골목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으로 시작해, 아주 일관된 방식으로 주인공 인생의 형편없는 순간을 낱낱이 전개하는 영화였다. 잘 곳도 없어 남의 집 소파를 전전하는 처지에 여자 친구의 낙태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갖은 고생 끝에 찾아간 유명 프로듀서에게는 듀엣 파트너와 재결합하라는, 맥빠지는 충고를 듣는다(긁혀버린 자존심은 둘째치고, 그의 듀엣 파트너는 예전에 자살했다). 급전이 필요해 저작권을 포기하고 팔아 치운 노래는 히트 조짐이 보이고, 다 그만두고 ‘시체처럼 버티던’ 선원 생활로 돌아가려는 계획마저도 (항해사 자격증을 버린 탓에) 수포로 돌아간다. 누가 코엔 형제 아니랄까 봐. 이제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에 코웃음 치며 더 나쁜 상황을 더하고 더하는 서사에 진이 다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묵묵하게 르윈의 시간을 따라가는 이 영화의 문법에 묘하게 설복되었다. 안도감이나 위로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남의 불행을 위안 삼아서가 아니라,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보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실패를 죄악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편도 아니고, 그저 남보다 뒤처지는 일이 잘못인 줄로만 알고 못 견뎌 하던 시절.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이 말하는 성공이 실제로부터 얼마나 먼지 알게 되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지며 선망하던 ‘성공’이라는 단어는 부담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찌질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면면까지, 삶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이야기에 더 애착을 갖기 시작한 게. 승리와 패배를 구분하는 일에 무뎌지기로 했던 게.
최승린의 소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에는 실패와 불행, 후회로 점철된 다양한 인생이 등장한다. 축구 선수였지만 경기장 벤치를 전전하다 부상을 입고 프리미어 리그 인터넷 중계팀에서 일하는 인물,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얕은 재능을 가진 사진작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를 포기하고 오퍼상으로 평생을 보낸 가장. 누구에게나 도래하는 내리막길의 시간을 조명한다.
영웅으로 기억되는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에게도 “내밀한 실패의 기억”은 있다. 표제작(‘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의 ‘나’는 은퇴 후 간암으로 투병 중인 최민철의 자서전을 편집하다 그의 성공이 교묘하게 편집된 사실을 알게 된다. 메이저 리그 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이 “마침 아시아 시장을 인식한 덕분”이고, 최민철의 몸값이 “일본 선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쌌기 때문”이다. 구단과의 계약 만료를 앞둔 최민철은 한국으로의 복귀를 원한다. 하지만 그의 귀국을 한국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탓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미국에 잔류한다. 최민철은 선수 생활 내내 자신을 숨 막히게 했던 것이 관중의 응원가와 “아무도 자신이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 최민철이 사망한 후 ‘나’는 생각한다. “21세기의 한국은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영웅이나 상징이 아닌, 한 명의 약한 인간으로 최민철을 한국에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2
“모두 언젠가는 실패를 한다. 지단이나 메시도 축구화를 벗는 날이 온다. 그게 언제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그런 의미조차 사그라진다. 모두가 실패자가 될 때, 그래서 누구도 실패자가 아닌 때가 온다.”3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하며 2019년을 돌아봤다. (언제나 그랬듯) 이룬 것에 비해 이루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던지! 살은 얼마나 더 쪘고, 퇴근 후 유튜브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며, 맡은 일을 얼마나 어이없게 말아먹었는지(?)를 열렬히 토로했다. 신세 한탄과 자조적인 셀프 디스에 가까웠지만, 마음은 울적함보다 재미와 안도에 가까웠다. (생각만으로도 아뜩하지만) 새로운 한 해에 만들 열두 권의 잡지를 떠올려본다. 한 번쯤은 지독하게 안 풀렸던 설계, 망한 프로젝트로 조금 우습지만 보통의 이야기에 가까운 지면을 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실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만, 추진하게 되면 제목은 이렇게 지어야겠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잡지를 보세요.’
**각주 정리
1. 최승린,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난다, 2018.
2. 같은 책, p.60.
3. 같은 책,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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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일상의 기록, 시대의 기억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낯선 숫자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의 네 자리 숫자는 유독 서먹하다. 2020, 치약 이름도 생각나고 을지로 골목 귀퉁이에 있을 법한 카페 이름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몽테뉴(David Montaigne)의 예언과 달리 지구는 어떤 종말의 징조도 보이지 않고 2019년의 마지막 달을 통과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내 나름대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에 돌입한다. 일 년 동안 함께한 일기장 첫 장을 펼쳐 짤막한 투 두 리스트(to do list)에서 해낸 것과 해내지 못한 것을 구분한다. 변함없이 게으르게 보낸 지난날을 잠시 반성하곤 곧장 온라인 문구숍에 접속한다. 2020년에 걸맞은 새 일기장을 마련할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썼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기억 때문이다.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기장을 반으로 접어두면 읽지 않겠다기에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었더니, 다음날 친구와 교무실로 소환당해 강제로 화해를 해야 했다. 고자질이라도 한 기분에 친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후 선생님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모범생 같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게 됐고, 일기는 숙제를 위한 글짓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일기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인 건 공부 빼면 모든 게 다 재밌었던 고삼 시절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던 때였다. 등교, 수업, 야자(야간 자율 학습), 하교, 다른 사람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 반복되던 시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은 그 시절의 나를 조금이라도 특별한 사람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그때 들인 버릇이 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래된 취미 생활의 산물이 이제 책장 한 칸을 거뜬히 채운다. 게으른 내가 일상을 계속 기록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각양각색의 낡은 책등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떤 변천사가 보이는 듯도 했다.
수험생 시절 선택한 일기장은 먼슬리(monthly), 위클리(weekly), 프리 노트(free note)로 구성된, 문구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노트였다. 먼슬리에 기록할 일정이라고는 시험, 가족과 친구의 생일 정도가 전부였고 위클리에는 그날 풀어야 하는 문제집 이름과 쪽수가 미션처럼 적혔다. 프리 노트는 온갖 것들의 스크랩북이었다. 일기를 비롯해 수업 시간에 끄적인 낙서, 친구와 나눈 필담, 간단한 감상평을 적은 영화 티켓이 노트를 두툼하게 불렸다. 내용은 고만고만했다. 진로, 성적, 야자 시작 전 먹을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그래도 완벽히 똑같은 날들은 없었다.
수능의 압박에서 벗어나 시간이 넘쳐나는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일반 노트에 달력이나 글 박스를 직접 그려 마음대로 꾸몄다. 사진과 글 박스의 크기를 고심해 배치한 흔적이 잡지 레이아웃을 고민하는 지금의 내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이라는 말에 홀려 일기장을 설계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곳으로 쓰기도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꽤 많은 아이디어가 당시에 봤던 영화나 전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업무 일정을 정리해야 하는 회사원이 되자, 쓸모없이 느껴졌던 위클리가 다시 절실해졌다. 잡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매달 마지막 주의 일기장을 채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한 달 중 가장 치열한 시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 궁여지책으로 업무 중 사용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급박하게 갈겨쓴 글씨, 메모 옆에 덧붙인 이모티콘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이 기록물의 힘은 묘하다. 필름 카메라와도 비슷한데, 한 번 기록한 것을 수정하려면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렇기에 내용을 신중히 고르고 거듭 정제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이 종이 매체를 전자 매체보다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일기가 개인의 기록이라면, 잡지는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기억하는 매체다. 이 매체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해지면, 잡지 역시 개인의 추억이 깃든 기록물이 될 테다. 지금은 막을 내린 ‘오피니언’(2018)과 ‘이달의 질문’(2019)의 기획 의도 일부가 이 호흡을 끌어내는 데 있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꼭지는 아직 기획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도를 지면에서 계속할지, 독자와의 접점이 좀 더 많은 온라인에서 하는 편이 나을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손이 많이 가는 어려운 기획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것이 종이 매체를 특별하게 만들며 지탱해 온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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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벤치 ‘소런’
조개껍데기 형상과 무늬를 반영한 디자인
다채로운 디자인의 휴게 시설물로 공원, 광장, 아파트 단지 등 도시 공간에 경관 가치와 여유를 더해온 조경 시설물 전문 기업 예건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디자인 벤치를 출시했다. 흰색 파이프로 만든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벤치 ‘소런Solen’이다.
소런은 조개껍데기의 형상과 무늬를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종류는 두 가지다. 정원, 갤러리, 카페, 주거 단지의 소규모 휴게 공간에 적합한 소런 가든 체어·테이블 세트, 공원이나 거리 등 넓은 공공 공간에 잘 어울리는 소런 등벤치를 제작했다. 가든 체어 좌판에는 작은 구멍이, 등벤치 좌판에는 직선의 틈이 있어 비나 눈이 내려도 벤치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 소런의 가장 큰 특징은 등받이 부분이 동심원처럼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등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입체적 구조로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단순한 색채와 형태의 벤치는 어떤 장소와도 잘 어울리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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