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요제프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제시한 이 개념은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 등 인간의 환경 훼손으로 인한 생태 위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된다. 과연 인류세는 단순히 생태 환경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지난 5월 31일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 ‘디어 아마존Dear Amazon: 인류세 2019’(이하 디어 아마존 전)는 인류세의 의미를 확장하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조주현 학예실장(일민미술관)은 “인류세는 아직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거대 담론이다. 인류세에서 이야기하는 생태학은 과학적 생태 환경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태 시스템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이웃, 가족, 문화, 정치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이 비인간을 다루는 자세 역시 인류세의 단면 중 하나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전시해 인류세에 대한 논의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수많은 나라 중 브라질의 젊은 예술가들을 전시장으로 초대했는데, “유럽이나 백인 중심으로 전개된 인류세 담론이 다양한 문화와 지역 속에 생성된 비서구권의 수많은 내러티브를 통합시켜버리는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가 공공연하다. 아마존은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 사로잡힌 인류의 인간성 회복을 시험하는 치열한 현장이며, 브라질리아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의 산물인 모더니티 도시계획(브라질리아 건설)이 실패한 곳이다. 이러한 브라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인류세를 대하는 태도를 살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명의 브라질 예술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는 ‘디어 아마존’을 중심으로, 국내 아티스트, 디자이너, 문학인, 애니메이션 감독, 환경 운동가, 가드닝 스튜디오 8팀이 진행하는 ‘라운지 프로젝트’, 인류세를 주제로 한 브라질 비디오 작품 아홉 편을 선보이는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7호(2019년 9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