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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 조경] 정원 신세계의 정복자들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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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과 개인 정원

20세기의 모더니즘 정원은 유럽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는 점이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우선 미국으로 수출됐고 남미캐나다 등 미 대륙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아시아에도 상륙했다지금 돌아보면 한국의 1950년대, 1960년대의 정원에도 영향을 미쳤던 듯하다나는 소위 말하는 미국식 정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산 증인이다흔히 말하는 신흥 주택이었던 것 같다거실 유리문을 열면 바로 넓은 잔디밭이었고연못과 온실이 있었으며잔디밭 가장자리에 화단이 있었다그 미국식 화단에서 한국 호미로 장미와 백합을 정성스레 가꾸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서울 도심에 아직 한옥이 즐비하던 시절이었다친척과 친구들의 집이 죄다 한옥이었던 기억이 난다더러는 마당 한가운데 높이 단을 쌓고 화단을 가꿨던 집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시멘트로 도배한 신식 마당이었다.


서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옥이 사라지고 외곽의 신흥 주택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뻥튀기되며 한국의 근대 조경이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지구의 다른 곳에서 모더니즘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 중간 과정 없이 역사 속으로 불쑥 뛰어든 것이다그 까닭에 한국의 조경은 개인 정원보다는 공공 정원고속 도로변의 조경이나 단지 조경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개인 정원의 비율이 아직은 극히 낮고 조경가의 설계 범위에 거의 속하지 않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이 자리에서 모더니즘과 개인 정원을 고찰하는 것이 좀 어설퍼 보인다그럼에도 모더니즘의 첫 라운드가 개인 주택의 좁은 마당에서 치러졌던 까닭에 한 번 개괄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베를린만 보더라도 현재 정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개인 정원이 무려 160개소에 달한다여러 번 전쟁을 치르고도 살아남은 주택과 빌라 정원들이다. 1860년대에 조성된 것도 많지만 대부분은 모더니즘 시대에 탄생했다모더니즘 정원사에서 개인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정원의 신세계?

대개 미술이 가장 앞서가고 그다음 건축이그리고 제일 뒷전에서 정원이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조경가가 남달리 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원의 속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시멘트나 철근벽돌 또는 물감은 그 자체로 19세기 중엽 루돌프 지베크(Rudolph Siebeck)가 설계한 빌라 정원(1857)풍경화식 정원의 설계 기법을 여과 없이 반복했던 시대의 산물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이런 설계 방식을 1920년까지 고수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별 감동을 주지 않는다다만 이들을 쌓고 세우고 화폭에 붓질을 하면 감동적 작품으로 변신이 가능하다그에 비해 정원을 이루는 나무와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문제다구식으로 심건신식으로 심건 나무 몇 그루만으로도 정원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게다가 절기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면서 늘 스스로 새로워지고 변화하는 것이 정원이다그러므로 20세기 새 시대가 도래하여 모두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어도 정원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로운 정원에 대한 요구가 그리 절실하지 않았다정원 혁신을 원한 것은 오히려 타인들건축가와 예술가들이었다건축가들은 자신이 고안한 새로운 건축과 조화되는 정원을 원했고 예술가들은 아방가르드 개념을 정원에 적용하여 제멋대로의 정원을 만들었다이들이 이렇게 남의 영역을 침범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 373(2019년 5월호수록본 일부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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