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7
식물의 상징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자연은 신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신이 자연을 통해 인간과 대화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신과 인간이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아니하니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신의 뜻을 짐작해야만 했다. 이런 신의 뜻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하나는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로서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 재해를 통해 인간을 벌한다거나 무지개를 보내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등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한시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 반면에 하드웨어 즉, 태초에 자연에 영구히 새겨놓은 신의 메시지는 그리 쉽게 해독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사 시대부터 식물에 담겨진 신의 메시지를 해독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생사와 직접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식물에게 이런 저런 성격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식물에 얽힌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며 서서히‘식물의 상징체계’라는 신비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식물에는 우주의 힘이 감추어져 있다. 이 비밀을 모두 알게 되면 전지전능해진다.”1 현대적 감성으로 보면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지만 고대에 유독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바람을 부릴 줄 알고 둔갑술을 하는 도사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문화에서도 전해지는 것을 보면 자연을 알고 그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 고대의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거였다. 그러나 아무리 애쓴다 해도 전지전능한 것은 사람이 아닌 신들의 영역이다. 그래서 도시를 밝히는 등불과 같은 덩굴장미 사람들은 이 신들의 세계와 잘 지내야만 삶이 편안해 질 것을 알았고 제물을 바쳐 그들을 찬양하기도 했고 신들과 식물의 관계를 설정하여 한편으로는 신들의 성격을 다른 한 편으로는 식물의 신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신화에 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여기에 연유한다. 이런 신들의 세계는 그리스의 올림포스에 국한되지 않았었다. 이집트, 바빌론, 페르시아 등의 문화권도 다양한 신의 세계와 그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리스에 와서 그 이야기들이 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고 호메로스 등의 시인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식물과 연관되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마도 미소년들, 나르시스와 아도니스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르시스는 요정 에코의 사랑을 무시한 죄로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벌을 받는다. 응답 받을 수 없는 사랑이기에 그 역시 에코처럼 상사병에 걸려 죽는다. 그 반면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아레스 신에게 죽임을 당한다.
죽은 나르시스는 수선화가 되었고 아도니스가 흘린 피는 복수초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사람들은 사랑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많은 작품의 소재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에서도 분석의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용어나 개념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