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출사지 선유도가 말해주는 경관의 진화
옛날 사진첩을 뒤적거리다보면 언젠가 소풍을 갔다가 우르르 단체로 찍은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장소를 배경으로 자리한 우리들, 그 속에 손톱보다 더 작은 나를 찾아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첩의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화 되면서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얼굴들은 이제 컴퓨터 화면 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정된 필름의 양으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했던 예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제한된 그 모든 것들도 해제되었다. 이제 우리는 손톱만한 얼굴을 찾아야 하는 단체사진 대신 자신의 얼굴로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셀카를 찍는다. 단체사진이 사라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사진을 찍을 때 포착하는 피사체가 변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데에 횟수의 제한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은 카메라의 프레임에 우리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남기기”가 아닌 그 이외의 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경관”과 같은 공간적 피사체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공간적 피사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본능과도 같다. 우리들에게는 공간에 소속되고 소유하고도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름다움과 감동을 일으키는 경관에 대한 소유욕은 그것을 피사체로 담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 오래전부터 유연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영국의 한 백작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벽에 걸어두며 보기를 즐기다가 창 밖에 실제로 그 풍경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원을 구성하였던 것이나, 한국의 한 선비가 감동을 주는 자연 산세에 반해 먹을 갈고 정자를 세우는 것 등이 그런 욕구 표출의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거 풍경화의 발달이 풍경식정원의 형태를 창조해냈듯, 숭고한 풍광 속에 살고 싶어 차경의 기법을 창조해 냈듯,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힘으로 경관을 찍기 시작한 사람들의 행위도 우리네 경관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사진문화 속의 경관 포착의 행위는 가상공간 상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한층 진화한다. 이미지가 되고, 의사소통의 도구가 된 이들 경관이 인프라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재형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피사체인 경관을 개인 개인이 자신의 온갖 지식과 감상을 함축시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보”의 형태로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