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쑥
먹기에 좋은 것이 보기에도 좋다고 했던가. 정원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아름다운 식물이 먹을 수도 있는 것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의외로 우리의 정원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실수일 것이다. 봄에 보았던 복사꽃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지금은 솜털이 뽀얀 복숭아가 자두만큼 컸다. 앵두나무 가득 앵두가 익어가고, 나물로 무쳐먹어도 좋은 원추리가 주황빛 날개를 도도하게 펼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식물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자면 끝도 없을 것이나 정원에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원추리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지루해질 것 같다.
그런데 먹기에는 좋지만 썩 보기 좋지 않은 식물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식물들인 파, 마늘의 경우는 어떠할까. 풀죽은 시퍼런 파나 마늘을 정원에 심을 수 있을까? 사실 마늘은 요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식물이다. 건국신화와 얽혀 있으므로 먹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테네의 올리브나무처럼 영원히 기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늘은 커녕 우리는 아직 신단수조차 어떤 나무였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박달나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웅녀가 먹고 여인으로 변했다는 마늘의 학명은 Allium sativum 혹은 Allium scorodorpasum var. viviparum Regel 이며, 파, 양파, 부추 등과 같이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초본류이다.
마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매일 마늘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정원에 심어 어여삐 바라보는 것은 또 어떨까. 엉뚱한 발상이 아니라 이미 알리움 계열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개량되어 정원에 깊이 침투해 있다.
알리움은 아마도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숙근초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플라워쇼나 정원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알리움은 마늘의 일종이지만 물론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일반 마늘과 똑같이 둥근 뿌리가 있으니 한 번 다져서 먹어볼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게다가 정원에 심기 위해 마늘의 독특한 향을 제거하였으므로 마늘이되 마늘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웅녀가 마늘과 함께 먹었다던 쑥 역시 우리의 배고픈 역사를 동반해 온충실한 식물이다. 이른 봄에 바로 뜯어주지 않고 내버려 두면 정신없이 번져서 문자 그대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요즘은 정원에 심기 좋도록 개량된 은쑥이 재배되고 있다. 은쑥Artemisia schmidtiana ‘NaNa’의 특징은 자제력을 타고나서 야생 쑥처럼 정신없이 번지지 않으며 탄탄한 반구형을 이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