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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공원(一坪空園) 찾기 시작, 술래잡기 시작
  • 환경과조경 2008년 10월
도시의 전유와 일곱가지 놀이터 도시의 한 볼라드에 앉아 세상 구경을 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길가에 앉아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시장 한편에서 바둑을 두고 계시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도, 아저씨에게도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니까” 연재를 시작하게 된 동기다. 물론 그들은 나름대로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잘 찾아서 놀고 있었다. ‘세르토(de, Certeau)’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획된 ‘개념도시’에서 우리의 이웃들은 자신들만의 놀이를 풀어내고 있었다. 세르토는 마음대로 걷기를 통한 도시의 전유를 개념도시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았다면, 우리의 이웃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주어진 규칙과 법칙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식대로 도시를 다시 쓰고 있었다. 연재를 진행하면서 놀이란 그들만의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라는 것을, 놀이터란 자신들만의 문화를 펼칠 수 있는 문화의 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들의 놀이터를 제안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고, 관련 문헌을 뒤적이기도 했고, 해당 전문가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았다. 많은 생각의 운명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생각을 이루는 것 또한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일곱 달 동안 일곱 가지의 놀이터를 제안했다. 함께 놀이터 만들기 ‘한평공원(一坪 空園)찾기 시작, 술래잡기 시작’ 그런데 우리의 의도가 가장 크게 어긋난 것은 우리의 그들에 대한 이해와 문화 읽기가 날카롭지 못하다거나 우리의 상상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기 보다는, 우리 또한 다른 방식으로 개념도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마지막회는 이 아이러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의 이웃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상상하도록, 그들 자신의 공간 전유 방식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빈 공간에 무언가를 채우는 놀이터를 제안했다면 이번에는 비울 것을 제안한다. 누구나 마음대로, 상상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 우리 이웃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누적되어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는 빈틈이 우리 도시에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곳에 가장 가까운 곳이 공원일텐데, ‘공원(公園)’이라는 타이틀조차도 없는 그런 공원(空園)이 더 좋을 듯 싶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도시를 개념화하고 치장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나 한 평이라도 비워둘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우리는 이 도시에서 술래잡기를 시작하면 된다. 왜 술래잡기냐고? 술래잡기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가 현재 있는 이 방은, 사무실은, 강의실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온통 ‘숨을 수 있는 공간’과 ‘들키는 공간’으로만 보인다. 즉 ‘숨기’라는 규칙 속에서 이 공간은 재구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숨을 곳을 찾는 것처럼, 각자 자신에게 적당한 ‘놀 곳’을 찾자. ‘놀이’라는 안경으로 이 도시의 숨겨진 한 평을 찾아서 놀자. 할아버지는 세상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을, 청소년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이주민들은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을, 놀면서 자신도 알지 못했던 그러나 자신의 어느 곳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에너지를 발산해보자.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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