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을 시작하며
IMF 이후 최대 불황인 탓인지, 2008년 세밑은 고요했다. 2009년 상반기 역시 정부에서 준비중이라는 건설경기 부양책 정도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경기 반등요소가 엿보이질 않아, 연초 사회 전반의 분위기 역시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특히나 건설경기는 대규모 미분양주택을 비롯해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냉각으로 인해 건설사 부도 도미노가 우려될 정도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또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건설사업의 경우, 금융권과의 관련이 밀접해 세계 금융시장의 침체 여파를 받는 국내 금융권이 쉽게 자금을 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유동성이 취약한 건설사부터 도급업체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건설 관련 뉴스들도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만큼이나 심란한 소식들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주도로 추진되는 혁신도시 사업의 경우, 부동산 침체의 여파로 공동주택용지 개발방식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한때 로또 당첨에 비유되며 부러움을 샀던 판교 당첨자들 중의 일부는 대출에 대한 부담과 부동산 값 폭락과 거래 정지로 입주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11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365개사로 2007년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급증했고, 특히 전문건설업체의 부도율은 64.2%나 증가해 어두운 건설경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2008년 전체 실적을 놓고 볼 때, 국내 건설경기는 좀처럼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중동과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건설은 2007년 대비 19%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인 467억 달러를 수주, 그나마 건설사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그런데 무작정 좋아할 수 없는 것이, 2008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국제 유가하락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물량이 급감했고, 2009년 역시 전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해외건설 수주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업 속의 조경업 역시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하위에 위치해 있는 조경업은 바로 윗 단계든 최상위 단계든 한번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연결되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특정 건설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체의 경우 해당 건설사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자재업체는 현금 결제가 아니면 차라리 납품을 안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시공업체는 공사를 다 해놓고도 기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설계업체 역시 윗 단계의 불황 여파로 미수금에 허덕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특히나 2000년대 초반 각 건설사마다 아파트 외부공간 특화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갑자기 커진 아파트 조경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은 업체들의 경우에는, 아파트 미분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지는 “연속기획: 조경업, 위기를 기회로”의 첫 번째 순서로, 우선 설계분야, 시공분야, 자재 분야의 체감 경기지수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설계, 시공, 자재 업체의 대표자부터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이들로부터 최근의 경기불황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고, 괜한 불안감이 우리의 희망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또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불황 극복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이번 연속기획이, 조경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바쁜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준 업계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참고로 인터뷰는 대면, 서면, 전화로 이루어졌으며, 수록 순서는 무순이다. 일부 중복되는 이야기들도 지금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되어 그대로 게재하였다.
모쪼록 조경업의 희망을 찾아가는 2009년이 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