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디자인이라는 테마는 두 개의 독립된 주제들의 병렬일 수도 있고 둘 중의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함하는 관계로 파악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여러 분야에서 식물을 대상화하고, 그 특성을 이용하거나 식물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응용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인간이 주변의 환경에서 빈번하게 접하는 식물이라는 시각적 대상은 이미지화되었을 때 보다 친근하며 아름답게 보인다. 뿐만아니라 식물은 스스로 외부의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나가는 능력이 있는 데, 본고에서는 식물과 디자인을 대상화하지 않고 식물이 가진 특성으로서의 디자인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고자 한다. 이는 식물의 미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생존, 즉 존재를 위한 필요 혹은 욕구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적극적인 식물의 특징으로 살펴보고자 함이다.
필자는 작품 디자인에 있어 식물에 내재한 이러한 디자인적 욕구, 즉 자연이 세상에 존재하고 교류하는 방식의 표현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 고에서는 몇 개의 작품사례를 통해 자연과 식물을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존재에 대한 사색(Being itself)
“존재에 대한 사색은 오랜 화두이다. 존재라는 철학적 화두를 붙잡고 있는 동안 몰아, 내지는 무아를 겪어낸 듯 그의 작품은 소리가 없고 울림만 있다. 작품이 간직하고 있는 울림만이 작가의 외침의 흔적을 어렴풋하게 짐작하게 한다. 그에게 외침은 과거이며, 존재(Being-itself)는 잠재적 에너지이다. 에너지는 운동이며 질량이며 위치라는 과학적 명제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에너지는 형태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그 공간에 따라 다른 작용을 유도하는 그야말로 거침없고 종잡을 수없는 힘이다. 그의 사색이 깊어질수록 작품은 그 힘을 고요함 속에 담는다. 작가의 작품들은 제목을 달리하지 않는다. 모두 Being itself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작품의 부제에 의존하여 작품을 구분하고 있다.” _ 조소영(미술평론가)
식물은 자신의 존재방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에게 있어서 그 생명의 원천은 뿌리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뭇잎은 햇빛과 증기의 도움을 얻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 뒤 다시 나무로 돌려보내 충분한 자양분을 얻게 하므로 잎이 나무의 어머니”란 탁닛한 스님의 말처럼 잎사귀는 나무가 그 생명을 유지하는 데 뿌리 못지않은 중요한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광합성이라는 화학적 작용으로 식물이 햇빛에너지를 자신이 가진 탄소와 결합시켜 양분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이러한 나뭇잎의 가치와 자유로우면서도 규칙적인 일련의 형태는 작품소재로서 충분하다.
글 _ 심 부 섭 Shim, Bu Seop (조각가)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