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_강의 활용을 통한 문화보호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쌓아온 훌륭한 문화자원을 옆에 두고도 활용하지 못해 내국인 관광객마저도 외국으로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서 관광자원을 발굴하지 못하면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시대에 뱃길과 육로가 나란히 있어 사람의 왕래가 많았던 영남대로와 한강-낙동강의 주변에는 취락지구가 형성되어 있어서 문화유산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또한 강주변의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그 문화적 상징성을 찾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면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충주 근방의 목계나루터를 살펴보자. 목계는 조선시대 마포 다음으로 큰 내륙항구였다. 융성할 때에는 세금을 실어 나르는 배가 100척 가량 정박하였다고 한다. 이 수로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난 왕조들은 남한강을 방어하는 수많은 성곽을 세웠으며, 그 성터가 아직도 남아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 것인바, 이를 발굴하여 충주의 대표축제로 만들어 계절에 맞추어 공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운하건설 전에 지역별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는 관광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각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향토문화를 조사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조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키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운하를 건설하면서 부수적으로 주변 지역의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이를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운하시설의 관광자원화
서양 개념의 운하에 해당되는 구간은 충주와 문경 사이의 인공수로 40km이다. 배가 조령을 넘기 위해서는 해발 110m를 통과하는 24km의 수로터널, 충주방면의 45m 선박리프트와 문경 방면의 57m 선박리프트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어 한강의 수위차와 낙동강의 수위차를 극복하는데 전체 19개 내외의 갑문이 필요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40~50km마다 배치하게 될 화물용 하항(河港) 12곳과 중간 중간에 들어설 승객용 간이하항 47곳이 예정되어 있다. 운하에 필요한 시설을 꼭 만들어야 한다면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할 것이다.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24km의 터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은 터널의 기술적 난점과 운용상의 폐해를 걱정한다. 터널 내의 나쁜 공기, 석회석으로 된 터널 내벽, 그리고 터널 내부에서 발생될 각종 재난 등은 사실 기술 난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첨단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있어서는 이 정도의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신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건설될 운하는 후세를 위해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평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자원이 될 수 없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터널 중 가장 긴 운하터널인 영국의 ‘허더스필드 운하터널’은 길이가 5km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새로 만들어질 한반도 대운하 터널은 이보다 5배 정도나 길어 세계적인 관광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그러나 2시간이나 깜깜한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상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크린을 이용하여 세계 각국의 홍보영상물을 보여주거나 운하 주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교육홍보물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구간에 생길 항구는 큰 화물선이 정박할 수 있는 거점 항구와 여객선과 요트 등이 정박할 수 있는 간이항구로 구성된다. 먼저 거점항구는 40~50 km마다 배치되어 2,500톤과 5,000톤의 바지선을 수용하여 내륙 및 해양수송을 가능하게 하도록 설계될 것이다. 이들 12개의 하항에는 교육, 문화예술, 의료 등의 서비스 산업들이 들어섬으로써 반경 20km 이내의 지역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동시에 선진국의 경우처럼 지역 주민들의 여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요트마리나, 카누·조정경기장, 낚시터 등의 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12곳의 항구는 역사적 의미, 현대적 대규모 공단 그리고 인근의 특산물 등을 고려하여 선정될 것이다. 이때 조선시대에 각종 세곡과 특산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일시적으로 저장했던 강창, 조창 등에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거점 항구들 사이에 들어설 간이항구는 승객의 수송과 관광객의 여가 활동을 제공하도록 설계될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소규모 실험실과 연구소, 디자인 센터 증의 소프트 산업과 거점항구의 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서비스 산업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 _ 전 택 수 Chun, Taeck Soo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